성수동의 첫 줄
한서진은 로프를 감으면서 사람을 세지 않았다. 십이 년째 월요일 저녁, 성수동 골목의 이 스튜디오에서, 그는 늘 로프부터 만졌다. 벽에 걸린 주트 여덟 미터짜리를 내려 가운데를 찾아 접고, 가운데를 찾아 접는 그 동작이 수업을 여는 종소리였다. 사람은 오고 갔고, 로프는 남았다.
마흔셋의 손은 로프의 까끌함을 더 이상 까끌함으로 느끼지 않았다. 그것은 온도였고, 정보였다. 너무 건조하면 손등에 긁히고, 너무 습하면 마찰이 죽어서 매듭이 미끄러졌다. 오늘 로프는 적당했다. 창으로 성수동의 늦은 햇살이 벽돌 벽에 길게 누워 있었고, 대들보에 매달린 대나무 링이 그 빛 안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입문반은 네 명이었다. 재훈은 세 번째 주, 소연은 두 번째, 민규는 중급으로 올라가기 직전. 그리고 문 쪽에 한 사람이 신발을 벗고 있었다. 신청서에는 강도윤, 스물아홉, 묶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오늘 처음이시죠."
"네. 한 선생님." 도윤이 고개를 숙였다. 목소리는 낮았고, 손은 가방 끈을 놓고도 어디에 둘지 모르는 손이었다.
서진은 그런 손을 많이 보았다. 로프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의 손은 대개 두 종류였다. 무언가를 통제하고 싶어서 오는 손, 그리고 자기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서 오는 손. 도윤의 손은 후자에 가까워 보였으나, 신청서의 문장은 전자였다. 그 어긋남을 서진은 일단 주머니에 넣었다.
수업을 시작했다. 싱글 칼럼. 기둥 하나에 줄을 감는 일. 손목이든 대들보든 원리는 같았다. 가운데를 접어 만든 고리, 두 번의 감김, 하프 히치, 여유를 손가락 하나. 서진은 자기 왼손목에 시범을 보였다. 로프가 피부를 누르는 자리를 학생들에게 보여 주며 말했다.
"여기를 조이면 저립니다. 요골신경. 엄지 쪽. 예쁘게 묶는 것보다 이게 먼저입니다."
재훈이 열심히 따라 묶었다. 소연의 매듭은 느슨했고, 민규는 이미 할 줄 알아서 옆에서 도윤의 줄을 봐 주었다. 도윤의 싱글 칼럼은 정확했다. 너무 정확했다. 처음 온 사람의 손치고는 로프를 비트는 방향이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매듭을 조이는 마지막 순간에 그의 손가락이 멈칫했다. 마치 조이는 일이 자기 일이 아닌 것처럼.
"도윤 씨."
"네."
"조이는 건 폭력이 아닙니다. 약속을 고정하는 겁니다. 너무 느슨하면 풀리고, 너무 조이면 다칩니다. 그 사이가 매듭입니다."
도윤이 다시 조였다. 적당했다. 서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가슴 하네스의 기초였다. 갈비뼈 아래를 한 바퀴, 다시 한 바퀴, 등 뒤에서 교차해 어깨로 넘기는 것. 입문반에서는 보통 서로 짝을 지어 연습했다. 홀수라서 한 사람이 남았다.
"모델이 필요합니다. 옷 입은 채로 합니다. 숨 쉬는 것하고, 로프가 겨드랑이 신경 안 누르는 것만 볼 겁니다."
재훈이 손을 반쯤 들었다가 내렸다. 도윤이 한 발짝 나왔다. 자기가 나온 것을 자기도 조금 놀라는 얼굴이었다.
"여기. 팔 편안하게."
서진은 도윤의 뒤로 돌아갔다. 티셔츠 너머로 견갑골이 얇았다. 스물아홉의 등이었다. 서진은 그런 등을 가르치기 위해 만진 적은 많았고, 다른 이유로 만진 적은 십 년이 넘었다.
주트의 가운데를 도윤의 명치 아래에 댔다. 로프가 몸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서진의 손은 로프만 만졌다. 사람의 온도는 로프를 통해 왔다. 한 바퀴. 두 바퀴. 등 뒤에서 교차. 어깨로.
도윤의 숨이 바뀌었다.
그것은 아픈 사람의 숨이 아니었다. 놀란 사람의 숨도 아니었다. 로프가 가슴을 닫자 그 닫힘을 향해 몸이 스스로 기대는, 아주 작은 기울기였다. 갈비뼈가 줄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줄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서진은 그 차이를 손바닥으로 알았다. 십 년 동안 학생들의 몸을 가르치며 만지면서, 그는 이 기울기를 일부러 잊고 있었다. 잊는 것이 스승의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숨 쉬세요."
"쉬고 있습니다." 도윤의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더 깊게."
도윤이 들이쉬었다. 가슴이 로프에 맞서 커졌다가, 내쉴 때 로프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서진은 등 뒤의 마찰을 한 번 더 잠그고, 앞쪽에서 다이아몬드의 윗변을 만들었다. 교과서의 히시였다. 예쁘게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도윤의 몸 위에서 그 다이아몬드가 제 자리를 찾자, 서진의 손가락이 한순간 멈췄다.
도윤의 아래가 티셔츠 자락 너머로, 변하지 않아야 할 방식으로 변해 있었다.
서진은 본 것을 본 척하지 않았다. 어깨 랩의 여유를 손가락으로 확인하고, 겨드랑이 아래를 두 번 훑고, 손끝의 색을 보았다.
"손가락 펴 보세요. 저립니까."
"안 저립니다."
"색깔."
도윤이 잠깐 이해하지 못했다. 입문반에서 아직 안 가르친 말이었다. 서진은 바로 고쳤다.
"괜찮습니까."
"...네."
그 네가 수업의 네가 아니라는 것을 서진은 들었다. 재훈과 소연은 자기들끼리 로프를 감느라 보지 못했다. 민규만 한 번 고개를 들었다가, 아무것도 아닌 듯 다시 매듭을 보았다.
서진은 푸는 손을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움직였다. 로프가 몸을 떠나자 도윤이 아주 작게, 목구멍 안에서만 소리를 냈다. 아쉬운 소리였다. 묶일 때보다 풀릴 때 나는 소리. 버니의 소리였다.
서진은 로프를 감아 벽에 걸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숙제는 싱글 칼럼 백 개입니다. 손목이 아니라 의자 다리에. 사람 몸에 숙제하지 마세요."
학생들이 신발을 신었다. 도윤은 가장 늦게 가방을 메고, 문 앞에서 한 번 돌아보았다. 서진은 대들보의 링을 보고 있었다. 고리 안으로 성수동의 저녁이 들어와 있었다.
도윤이 나가고 나서야 서진은 손을 보았다. 손바닥에 주트의 가루가 남아 있었다. 그는 그것을 씻지 않고 스튜디오 불을 껐다.
십 년 동안 그는 학생을 스승으로만 대했다. 그것이 안전했고, 그것이 정직했고, 그것이 민재가 남기고 간 문장을 반복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너는 나를 위해 묶는 게 아니야. 로프를 위해 묶지.
서진은 그 문장을 오늘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그 문장의 반대편에 서 있는 등을 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