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가 남긴 문장
그 일주일 동안 서진은 수업을 두 번 더 했다. 수요일 중급반, 토요일 프라이빗 레슨. 프라이빗은 예전에 입문반을 들었던 부부가 세 달에 한 번 오는 시간이었다. 옷 입은 채로, 서로의 가슴 하네스만. 서진은 그들의 마찰을 고쳐 주며 도윤의 기울기를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생각하지 않으려는 손이 줄을 한 번 너무 천천히 잠갔다. 부부의 여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선생님, 오늘 손이 다르세요."
"로프가 건조해서 그렇습니다. 다음엔 왁스를 한 번 더 하겠습니다."
거짓말이었다. 로프는 적당했다. 다른 것은 손이었다.
민재가 떠나던 해의 스튜디오는 지금보다 좁았다. 성수동이 아직 카페보다 철공소가 많던 때. 민재는 서진보다 다섯 살 아래였고, 묶이는 쪽이었다. 서진은 그를 위해 묶는다고 믿었다. 민재의 견갑골 위로 히시의 다이아몬드가 앉을 때, 서진의 눈은 민재의 숨이 아니라 다이아몬드의 각을 보고 있었다. 각이 아름다우면 사람이 아름다워진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민재가 가르쳐 주었다.
마지막 세션의 끝에서 민재는 아직 줄이 가슴에 있는 채로 말했다. 너는 나를 위해 묶는 게 아니야. 로프를 위해 묶지. 나는 네 로프의 거치대였던 거야.
서진은 그 밤 줄을 늦게 풀었다. 푸는 손이 흔들렸다. 민재는 풀린 다음에도 옷을 입지 않은 채로 신발을 신었고, 다음 주에 오지 않았고, 그다음 주에도 오지 않았다. 문자가 한 통 왔다. 수업은 계속하세요. 다만 나처럼 착각하는 사람을 만들지 마세요.
서진은 스튜디오의 불을 삼 주 동안 켜지 않았다. 다시 켰을 때 커리큘럼을 다시 썼다. 시연은 옷 입은 채로. 모델은 자원한 학생. 수업 종료 후 일대일 없음. 누군가를 위해 묶는 손을, 가르치는 손으로만 쓰기로 했다. 그 규칙이 십 년을 버텼다. 버틴 것이 자랑은 아니었다. 버틴 것이 겁이었다는 쪽에 더 가까웠다.
도윤이 일주일 뒤에 같은 말을 하러 온다면, 그 규칙은 가장자리에서 구겨질 것이었다. 서진은 구겨지기 전에 민재의 문장을 다시 읽듯 외웠다. 로프를 위해 묶지 말 것. 착각하는 사람을 만들지 말 것. 그런데 도윤의 등은 착각의 등이 아니었다. 줄이 가슴을 닫자 그 닫힘을 향해 기댄 등이었다. 서진이 줄을 보고 있는 동안에도, 도윤은 줄을 거는 손을 향해 무너졌다. 민재가 원했던 방향과 반대였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수요일 밤, 서진은 대들보 링 아래 매트에 앉아 주트 한 가닥을 감았다. 가운데를 접고, 팔꿈치에서 손까지, 배 매듭. 도윤이 훔쳐 간 바로 그 방식. 감긴 줄이 벽의 다른 줄들과 나란히 걸렸다. 서진은 그것을 내려 다시 감았다. 이미 잘 감긴 줄을 다시 감는 일은 수업에서는 하지 않는 일이었다. 손이 생각할 자리가 없어서 하는 일이었다.
목요일이 되기 하루 전, 아래층에서 구두 소리가 났다. 수업이 없는 밤이었다.
도윤은 회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손에 종이 봉투가 있었다.
"차 잎입니다. 지난번에 컵이 여러 개여서요. 수업 들으러 온 건 아닙니다. 일주일이 아직 하루 남았다는 것도 압니다."
"알고 왔으면 하루 더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렸습니다. 여섯 밤을. 일곱 번째 밤에 같은 말을 들고 오면, 선생님이 문을 안 열어 주실 것 같아서 하루 일찍 왔습니다."
서진은 그를 들이지 않을 수 있었다. 십 년의 규칙은 문을 닫는 일부터였다. 그는 문을 열고 한 걸음 물러섰다.
차를 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윤도 기다렸다. 창밖의 성수동이 저녁을 켜고 있었다. 서울숲 방향의 가로등이 하나씩 들어왔다.
"같은 말 하십시오." 서진이 컵을 밀어 주며 말했다.
"묶이길 원합니다. 선생님께." 도윤이 컵을 받았으나 마시지 않았다. "월요일은 월요일로 두겠습니다. 숙제하고, 의자 다리에 백 개 묶고, 선생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 밖에, 제가 묶이는 날을 주십시오. 다른 스튜디오를 알아보라는 말씀은, 알아보지 않겠습니다. 이미 고르고 온 거라서요."
서진은 창틀에 손을 얹었다. 유리의 냉기가 민재의 마지막 밤과 상관 없는 냉기였다. 그러나 손은 그 상관 없음을 바로 믿지 못했다.
"나는 마흔셋입니다. 십 년 동안 학생의 몸을 침대로 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사람이 갑자기 문을 연다고 해서 좋은 리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줄을 보는 버릇이 있는 사람이고, 그 버릇 때문에 한 사람을 놓친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제 숨을 두 번 들으셨습니다." 도윤이 말했다. "첫 수업에서, 그리고 제가 남는 사람인 걸 말하실 때. 줄만 보시는 손이면 제 바지 앞선을 못 보셨을 겁니다. 보시고도 본 척하지 않으신 거, 저도 알았습니다."
서진은 웃지 않았다. 그 정직함이 문을 더 열었다.
"오늘은 안 묶습니다. 오늘은 말만 합니다.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오십시오. 테이블에 앉읍시다. 어디까지 어떤 매듭을 할지, 무엇을 하지 않을지, 안전어를 무엇으로 할지. 그걸 종이 위에 올리고 나서야 줄을 집습니다. 종이에 올리기 전에 매트에 눕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끄덕임이 너무 빨라 서진이 덧붙였다.
"취소해도 됩니다. 내일 아침에도, 계단을 오르다가도. 취소는 실패가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도윤이 빈 봉투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신발을 신으며 한 번 뒤돌아보았다. 벽에 걸린 주트가 그의 얼굴 옆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선생님."
"말하십시오."
"그 사람 말은, 그날 제 숨은 못 들었을 겁니다. 저는 그걸로 충분합니다."
문이 닫힌 뒤 서진은 컵 두 개를 씻었다. 세션용으로 따로 두었던 가방의 지퍼에 손을 올려 보았다. 열지는 않았다. 다만 지퍼의 이가 손끝에 닿는 감촉을 확인했다. 십 년 동안 매일 벽에서 보던 그 지퍼가, 오늘 처음 만지는 감촉처럼 느껴졌다.
그는 민재의 문장을 한 번 더 외웠다. 로프를 위해 묶지 말 것. 그리고 그 문장 옆에, 아직 쓰지 않은 문장을 두었다. 사람을 위해 묶는 손을 다시 꺼내는 일. 그 일이 내일 테이블 위에서 시작될지, 시작되지 않을지는, 종이 위의 글자가 정할 것이었다.
서진은 불을 끄지 않은 채로 매트에 앉았다. 집에 가지 않는 밤이 오래간만이었다. 대들보 링 안으로 성수동의 목요일이 아직 오지 않은 밤이 들어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