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이 닿지 않는 곳

한 주가 지났다. 이서는 여전히 답을 정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지오에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오늘은, 다르게 해볼래요? 마치 같은 방에 있는 것처럼."

[지오] 어떻게요?

"핸드폰으로 걸게요. 카메라를 최대한 가까이에서, 마치 서로의 얼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요. 그리고… 지오 씨가 나한테 하고 싶은 걸, 말로 해줘요. 내가 그대로 할게요. 지오 씨 손이라고 생각하고."

지오는 잠시 말이 없었다. 이 제안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용기였는지 그는 알았다.

[지오] 좋아요. 해봐요.

이서는 핸드폰을 세워 침대 헤드보드에 기대두었다. 화면 속 지오의 얼굴이 평소보다 훨씬 가까이, 마치 베개 옆에 누운 사람처럼 크게 잡혔다. 그의 눈, 그의 입술 결이 처음으로 그렇게 선명하게 보였다. 이서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 없었네요." 그녀가 속삭였다.

[지오] 나도요. 심장이 이상하게 뛰어요.

그녀는 침대에 누웠다. 카메라가 그녀의 얼굴과 어깨를 담았다.

[지오] 눈을 감아요. 그리고 내가 말하는 대로, 당신 손으로 해줘요.

이서는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지오의 목소리만이 유일한 좌표가 되었다.

[지오] 지금 내 손이 당신 목덜미에 있어요. 아주 천천히, 쇄골 쪽으로 내려가고 있어요.

이서의 손이 그 말을 따라 움직였다. 목덜미에서 쇄골로, 천천히. 손끝이 스스로의 살에 닿는데도, 그녀는 그 손을 지오의 손이라고 믿었다. 목소리가 그만큼 생생했다.

[지오] 쇄골에서 잠깐 멈출게요. 거기, 당신이 숨을 참는 자리니까.

이서는 정말로 숨을 참고 있었다는 걸 그 말에 깨달았다. 눈물이 감은 눈 사이로 스며 나왔다. 이건 다른 무엇이었다. 몸을 향한 지시가 아니라, 그녀라는 사람을 향한 언어였다.

"계속해줘." 그녀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지오] 이제 셔츠 단추를 풀어요. 하나씩. 나는 그 손을 만지지 못하지만, 그 손이 무슨 표정으로 움직이는지는 알아요.

손가락이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옷이 벌어지고, 밤공기가 맨살에 닿았다. 지오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지고 있었다.

[지오] 가슴 위로, 손을 올려요. 내 손이라고 생각하고, 원을 그려봐요.

이서의 손이 가슴을 감쌌다. 손끝이 자신의 몸을 만지는데도, 목소리가 만든 환영이 너무 강해서 그녀는 정말로 다른 사람의 손이 거기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신음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지오] 더 아래로. 배를 지나서. 나는 지금 당신 숨소리가 빨라지는 걸 듣고 있어요. 그게 나를 미치게 해요.

"지오야." 그녀가 흐느끼듯 그의 이름을 불렀다. "네 손이었으면 좋겠어. 진짜로."

[지오] 나도요.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때보다 더.

그의 목소리에도 균열이 생겼다. 이서는 손을 속옷 안으로 넣었다. 젖어 있는 자신을 만지며, 그녀는 눈을 뜨고 화면 속 지오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이 그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만질 수 없다는 사실이, 쾌감과 동시에 날카로운 슬픔으로 그녀를 찔렀다.

"이거 봐, 지오야. 네가 이렇게 만든 거야." 그녀의 손가락이 빨라졌다. 허리가 들썩이고, 그녀는 화면에 비친 그의 눈을 붙잡듯 바라보며 절정으로 치달았다. "네가, 네 손이…"

절정의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화면을, 그 유리 표면을 어루만졌다. 그곳에 그의 얼굴이 있었지만, 손끝에 닿는 건 차가운 액정뿐이었다. 그 이질감이 그녀를 무너뜨렸다. 그녀는 절정과 동시에 울음을 터뜨렸다.

[지오] 이서 씨, 이서 씨. 왜 그래요.

"좋았어요." 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런데 동시에 너무… 닿을 수 없어서, 슬펐어요. 처음이에요. 이 방식이 슬프게 느껴진 거."

화면 저편에서 지오도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의 눈에도 물기가 어려 있었다.

[지오] 나도 방금 알았어요. 이 형태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와 별개로, 어떤 순간엔 정말로 손이 닿았으면 좋겠다는 걸. 이서 씨, 이건 결핍이 아니에요. 그냥 사랑이 자연스럽게 더 원하는 거예요.

이서는 눈물을 닦으며 화면 속 그를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그녀는 이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