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온도

십일월이 되자 이서의 방 창문에 성에가 꼈다. 스탠드 불빛이 유리창에 비쳐, 화면 속 그녀의 배경이 조금 다른 색으로 물들었다. 지오는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사람이었다.

[지오] 방이 추운가 봐요.

[이서] 보일러를 아직 안 틀었어요. 이 계절 특유의 냄새가 좋아서.

거짓말이었다. 보일러비를 아끼려는 것도 아니었고 계절의 냄새를 즐기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날은 이서의 생일이었다. 그리고 이서는 그 사실을 지오에게 말하지 않았다. 규칙 때문이 아니라 — 그런 규칙은 없었다 — 그냥, 말하면 무언가 달라질까 봐 두려웠다.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가 오히려 이 관계와 그녀의 일상 사이에 있던 얇은 막을 건드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오늘따라 유난히 스탠드 불빛 아래서 오래 앉아 있었다. 셔츠 단추를 풀지 않은 채로, 그냥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지오] 오늘은 안 하고 싶으면, 안 해도 돼요. 그냥 이렇게 있어도 괜찮아요.

이서는 그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처음으로, 이 시간이 자신을 '보여주는' 시간이 아니라 그냥 '존재하는' 시간이어도 괜찮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스피커에 대고 낮게 말했다.

"오늘, 내 생일이에요."

문장이 나가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그걸 말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화면 저편에서 지오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길게 느껴졌다.

[지오] 그럼 오늘은, 당신이 원하는 만큼만 보여줘요. 나는 그냥 여기 있을게요.

그 말이 이서의 가슴 어딘가를 무너뜨렸다. 그녀는 천천히 스탠드 쪽으로 손을 뻗어 조도를 조금 낮췄다. 방 안의 어둠이 짙어지고, 그녀의 몸의 윤곽만이 부드럽게 드러났다. 그녀는 카메라 앞에 더 가까이 다가앉았다.

"오늘은, 당신이 나를 만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할게요." 그녀가 말했다. "그래도 돼요?"

[지오] 얼마든지.

이서의 손이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그 손짓이 오늘따라 유난히 느렸다.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밤은 길었고, 창밖은 조용했고, 화면 저편에는 그녀를 재촉하지 않는 단 한 사람이 있었다. 브래지어 끈이 어깨에서 흘러내리자 그녀는 눈을 감고 지오의 손이 거기 있다고 상상했다. 차갑고 어두운 방 안에서 그 상상은 이상하리만치 따뜻했다.

"여기, 당신 손이 있다고 생각해." 그녀가 가슴 위로 손을 올리며 속삭였다. "여기도."

[지오] 나도 지금 당신 옆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쪽 방 온도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 문장에 이서는 웃음과 울음이 동시에 나올 뻔했다. 손끝이 가슴에서 배로, 배에서 허벅지 안쪽으로 내려갔다. 속옷 위로 손이 닿는 순간 그녀는 낮은 신음을 흘렸다. 화면 속 지오의 숨소리가 마이크 너머로 조금씩 거칠어지는 게 들렸다. 그 소리가 그녀를 더 젖게 했다.

"지오야, 오늘은… 계속 이름 불러도 돼?"

[지오] 얼마든지 불러요.

"지오야." 그녀는 속옷을 옆으로 밀어내며 손가락을 그 안으로 넣었다. "지오야, 여기, 당신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 말은 규칙 밖의 말이었다. 그들 사이에 없던 문장,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 지오는 순간 말을 잃었다. 화면 속에서 그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는 곧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지오] 나도, 정말로.

그 짧은 대답에 담긴 진심이 이서의 몸을 뜨겁게 훑고 지나갔다. 그녀의 손가락이 빨라지고, 허리가 의자 위에서 들썩였다. 절정이 다가올수록 그녀는 눈을 뜨고 화면 속 지오를 바라보았다. 오늘만큼은 그 시선이 손끝보다 더 그녀를 채웠다. "지오야, 지오야—" 이름을 부르며 그녀는 몸을 활처럼 젖혔다. 절정의 순간, 방 안의 냉기도 잊을 만큼 뜨거운 파도가 그녀를 훑고 지나갔다.

숨이 가라앉은 뒤, 이서는 담요를 끌어당겨 몸을 감쌌다. 화면 속 지오는 여전히 그녀를 보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오래도록.

[지오] 생일 축하해요. 이 말은, 규칙에 없던 말이라 미안하지만.

이서는 웃으며 눈물을 닦았다. "괜찮아요. 오늘은 예외로 할게요."

그리고 그녀는 처음으로, 세션이 끝난 뒤에도 화면을 바로 끄지 않았다. 그냥 조금 더, 서로의 숨소리만 듣고 있었다. 규칙에 없던 그 여백이, 그날 밤 두 사람 사이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