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규칙
다섯 번째 무법일을 앞두고 두 사람은 처음으로 진지하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하영이 다이어리 대신 노트북을 펼쳐놓고, 규현이 그 옆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이번엔 계획표 짜기 전에, 우리 규칙을 좀 정리하자."
"규칙이 있으면 무법일이 아니잖아."
"그래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있어야지. 지난번처럼 나중에 말 못 하고 참는 거 말고."
하영이 볼을 부풀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그날 이후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좋아. 그럼 뭘 정할 건데?"
"첫째, 새로운 걸 시도할 때는 중간에 한 번씩 서로 상태를 확인하자. 색깔 신호 말고, 그냥 말로. '괜찮아?' 이 한마디면 돼."
"그거 좋다. 나도 사실 자기가 진짜 괜찮은지 늘 조마조마했거든."
"둘째, 안 보이게 만드는 건 짧게만. 완전히 오래 가리는 건 아직 우리한텐 무리인 것 같아."
"인정. 그럼 셋째는 내가 정할게. 무법일 끝나면 무조건 꼭 안고 얘기하기. 그날 뭐가 좋았는지, 뭐가 별로였는지."
규현이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거 마음에 들어."
새로운 규칙이 생긴 무법일은 오히려 더 자유로워졌다. 일요일 아침, 하영은 규현의 손을 이끌고 침대에 눕혔다. 이번엔 묶지 않았다. 대신 그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오늘은 손 안 묶을 거야. 대신 자기가 스스로 참아줘."
"그게 더 어려운 것 같은데."
"그러니까 재밌지."
하영은 그의 몸 위에 올라앉아 천천히 옷을 벗었다. 규현의 시선이 그녀의 몸을 따라 움직였고, 손은 침대 시트를 움켜쥔 채 움직이지 않으려 애썼다. 하영은 그런 그를 보며 만족스럽게 웃고는 몸을 숙여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괜찮아?"
"응. 지금은 완전히 괜찮아."
확인이 끝나자 하영은 더 대담해졌다. 그의 가슴을 손톱으로 살짝 긁으며 아래로 내려가, 이미 단단해진 그를 손으로 감싸 쥐었다. 부드럽게 쓸어올리다가 입술을 가져가 천천히 삼켰다.
"으, 하영아..."
"손 움직이지 마."
규현은 이를 악물고 손을 시트에 고정시켰다. 그녀의 혀가 그를 훑을 때마다 허리가 저절로 들썩였다. 하영은 그 반응을 즐기듯 속도를 조절하며, 가끔 멈춰 눈을 맞추고 물었다.
"괜찮아?"
"...괜찮은데, 더 해줘."
"명령하지 말라니까."
웃으며 다시 그를 삼킨 하영은 이번엔 끝까지 밀어붙였다. 규현이 낮은 신음과 함께 몸을 떨며 그녀 입 안에서 무너졌다. 숨을 몰아쉬는 그를 보며 하영이 만족스럽게 입가를 닦았다.
"오늘은 여기서 끝이 아니야."
"나 방금 그건데..."
"자기는 회복 빠르잖아. 알아."
과연 오래지 않아 다시 단단해진 그를 확인한 하영이 자신의 몸 위로 그를 이끌었다. 이번엔 그녀가 그의 위에 앉아 천천히 자신을 채워나갔다.
"아... 규현아..."
"하영아, 괜찮아?"
이번엔 규현이 먼저 물었다. 그 물음에 하영이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그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완전 좋아. 자기가 물어봐 줘서 더 좋아."
그녀는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리게 시작해 점점 속도를 올리며, 규현의 손을 끌어와 자신의 허리에 얹었다.
"오늘은 잡아도 돼. 대신 리드는 내가."
"알겠어."
규현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함께 리듬을 만들어갔다. 완전히 그녀가 이기는 것도, 완전히 그가 통제하는 것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의 균형. 두 사람은 그 균형 속에서 서로를 더 깊이 느끼며 함께 절정으로 치달았다.
"하영아, 나 갈 것 같아—"
"같이 가자."
몇 번의 격렬한 움직임 끝에 두 사람은 동시에 무너졌다. 서로를 끌어안은 채 오랫동안 숨을 골랐다.
규칙대로, 끝난 뒤 두 사람은 꼭 안고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뭐가 제일 좋았어?"
"네가 중간에 물어봐 준 거. 그게 제일 좋았어."
"진짜? 그거 별거 아닌 건데."
"별거 아닌 게 아니야. 나 그거 하나로 완전히 안심했거든."
하영이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웃었다. "그럼 이제부터 이게 진짜 규칙이네. 무법일에도 있는 단 하나의 규칙."
"괜찮아, 라고 서로 묻는 거."
"응. 그거면 충분해."
규현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규칙을 어기는 날 안에서도 결코 어겨지지 않는 단 하나의 약속. 그게 두 사람을 더 단단하게 묶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