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그

지오의 방에는 빛이 거의 없다. 그는 야간에 일하는 번역가다. 낮과 밤이 뒤바뀐 삶을 산 지 오래되어서, 그의 몸은 이제 어둠을 기본값으로 기억한다. 그가 방의 불을 켜지 않는 건 습관이기도 했고, 동시에 하나의 선택이기도 했다. 어둠 속에 있으면, 그는 보이지 않고 볼 수만 있었다.

그는 스물아홉이 될 때까지 세 번의 연애를 했다. 세 번 다 비슷한 지점에서 끝났다. 그는 상대를 만지는 것보다 상대를 바라보는 것에서 더 깊은 감정을 느꼈다. 옷을 벗는 상대를 오래도록 지켜보고 싶어 했고, 정작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걸 서두르지 않았다. 두 번째 연인은 그것을 "너는 날 원하는 게 아니라 구경하는 거잖아"라고 표현했다. 세 번째 연인은 조금 더 다정하게 말했지만 결론은 같았다. "네가 이상한 게 아니라, 그냥 나랑 안 맞는 거 같아."

그 말들은 지오의 안에 오래 남았다. 그는 자신의 욕망이 뭔가 결여된 형태라고, 진짜 사랑이라면 만지고 싶어야 하는데 자신은 그 대신 보고 싶어 하니 자신에게 무언가 빠져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는 그 생각을 딱히 반박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로 몇 년을 보냈다.

'관' 플랫폼을 알게 된 건 우연이었다. 처음엔 그저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그는 그곳에서, 자신이 지켜보는 행위 자체에서 온전한 만족을 느낀다는 걸 처음으로 인정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왜 만지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지 않는 공간. 그는 이서를 만나기 전까지 몇 명의 퍼포머를 후원했지만, 그중 누구도 그의 침묵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 왜냐하면 침묵이 그 공간의 문법이었으니까.

그러다 이서를 만났다. 정확히는, 그녀가 왼쪽 어깨를 늘어뜨리며 숨을 참던 그 순간을 본 뒤부터, 그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는 처음으로 지켜보는 대상이 아니라 지켜보는 그 사람 자체에 마음이 갔다. 그녀의 숨을, 그녀의 망설임을, 그녀가 스스로도 모르는 습관들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건 관찰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다만 그 사랑이 손이 아니라 눈으로 이루어진다는 것뿐.

오늘 밤, 화요일. 정식 세션이 없는 날이지만 지오는 잠들지 못하고 있다. 어제 이서가 거울 앞에서 그에게 물었던 말이 계속 맴돈다. "지오야, 지금 뭐 하고 있어?" 그 질문에 자신이 처음으로 스스로에 대해 답했던 순간, 뭔가가 그의 안에서 문을 하나 열었다.

그는 모니터 앞에 앉아, 어제 세션의 마지막 장면 — 이서가 화면이 꺼지기 직전까지 카메라를 바라보던 그 얼굴 — 을 떠올린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주 선명하게 상상해본다. 그 얼굴이 화면이 아니라 그의 눈앞에,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다면.

그는 자신의 방을 둘러본다. 커튼이 늘 닫혀 있는 창, 책상 위에 쌓인 번역 원고들, 그리고 그가 반년째 앉아 있던 이 자리. 그는 문득 이 방이 감옥이 아니라 성소였다는 걸 알면서도, 동시에 그 성소의 벽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진다는 걸 인정한다.

손이 저절로 바지 위로 내려간다. 그는 눈을 감고 이서를 떠올린다. 화면 속의 그녀가 아니라, 방금 상상한 — 그의 방, 그의 손이 닿는 거리에 있는 그녀를. 손끝으로 직접 그녀의 어깨선을 따라가는 상상, 그녀의 숨소리를 스피커가 아니라 귓가에서 직접 듣는 상상. 그 상상은 낯설고, 동시에 강렬하다. 그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빠르게 절정에 다다른다. 숨을 몰아쉬며 그는 어둠 속에서 눈을 뜬다.

처음이었다. 화면 없이, 오직 상상만으로 이렇게 무너진 건.

그는 오랫동안 자신에게 물어왔다. 자신의 욕망이 결핍인지, 아니면 그저 다른 형태인지. 세 번의 연애가 남긴 상처는 늘 전자 쪽으로 그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오늘 밤, 그는 처음으로 다른 질문을 떠올린다 — 어쩌면 이건 결핍도, 완전한 형태도 아니고, 그저 아직 시험해보지 않은 가능성일 뿐이라면.

그는 핸드폰을 들어 메시지 창을 연다. 이서와의 대화창. 그는 몇 번이나 문장을 썼다가 지운다. "만나고 싶어요"라는 문장을 썼다가, 그 문장이 너무 갑작스럽다는 걸 알고 지운다. "우리가 정한 규칙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라고 썼다가, 그것도 지운다.

결국 그는 아무것도 보내지 않는다. 대신 창을 닫고, 다음 세션 — 토요일 — 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얼굴을 마주 보고, 아니, 화면을 마주 보고 이 말을 해야 한다는 걸 그는 안다. 텍스트 몇 줄로 건널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는 걸.

그는 다시 어둠 속에 눕는다. 창밖으로 희미하게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지만, 그는 오랜만에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반년 동안 그를 지탱해온 이 방의 어둠이, 처음으로 조금 좁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