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방, 불빛 하나

이서의 낮은 조용하다. 그녀는 작은 출판사에서 교정 교열을 보는 일을 한다. 하루 종일 남의 문장에서 오타를 찾고, 쉼표의 위치를 바로잡고,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텍스트를 다듬는다. 존재감을 지우는 일. 그녀는 그 일을 잘했고, 동료들은 그녀를 조용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아무도 그녀가 밤이 되면 스탠드 하나만 남기고 방의 모든 불을 끈다는 걸 몰랐다.

그녀의 노출 성향을 처음 알아챈 건 대학 시절, 기숙사 룸메이트가 없는 밤 커튼을 살짝 열어둔 채 옷을 갈아입다가 느낀 이상한 떨림에서였다. 누가 볼지도 모른다는 그 가능성이 그녀 안의 어떤 스위치를 켰다. 그녀는 오랫동안 그 감각을 부끄러워했다. 스물넷에 만난 애인에게 그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는 웃으며 "특이하네"라고 했다. 그 말은 다정하게 들렸지만, 그 뒤로 그는 종종 친구들과 있을 때 그녀를 향해 의미심장한 눈짓을 보냈다. 마치 그녀가 공유해도 되는 농담이라는 듯이.

그 관계가 끝난 뒤 이서는 자신의 욕망을 다시 상자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그러다 '관' 플랫폼을 우연히 알게 된 건 이 년 전이었다. 익명으로, 개인 후원자 앞에서만, 존중받는 조건 아래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 처음엔 시험 삼아 시작한 일이었다.

지오를 만나기 전까지 그녀는 그 무대 위에서도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다. 후원자들의 반응은 늘 그녀를 평가하는 시선처럼 느껴졌다. 잘한다, 예쁘다, 더 해봐라. 칭찬조차 그녀를 대상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지오는 달랐다. 그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평가하지 않았다. 그저 지켜보았다. 그 지켜봄에는 무게가 있었다 — 존중이라는 무게가.

오늘 밤, 이서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스탠드를 켠다. 화면이 연결되자 지오의 얼굴 아래쪽이 어둠 속에서 드러난다.

[지오]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

이 질문도 규칙 밖의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두 사람은 세션 시작 전 몇 분 정도, 그런 사소한 대화를 나누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바빴어요. 원고 하나가 늦게 들어와서." 이서가 답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다 지워지는 것 같아요."

[지오] 나도 그래요. 이 시간이 되면 낮의 나는 사라지고 없어요.

이서는 오늘, 평소와 다른 걸 해보고 싶었다. 그녀는 화장대 앞으로 자리를 옮겨 카메라를 다시 세운다. 거울이 그 옆에 나란히 놓여 있어서, 그녀의 뒷모습과 앞모습이 동시에 비친다.

"오늘은 거울로 볼 수 있게 해봤어요. 두 배로 보여요." 그녀가 웃으며 말한다.

[지오] 욕심쟁이네요, 나한테.

"지오 씨한테만 그래요." 그 말이 그녀 자신도 놀랄 만큼 솔직하게 튀어나왔다.

그녀는 거울을 향해 서서 천천히 옷을 벗는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등과, 카메라를 정면으로 마주한 자신의 앞모습을 동시에 의식하며. 이중의 시선 아래서 그녀는 평소보다 더 대담해진다. 손이 가슴을 감싸고, 허리를 따라 내려간다. 거울 속 자신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녀는 처음으로 그 시선 속에서 자기 자신을 좋아하게 된 걸 느낀다. 지오가 봐온 시간들이 그녀에게 그런 걸 가르쳐주었다.

"보여?" 그녀가 속삭인다. 거울 속 자신과, 화면 속 지오를 번갈아 보며.

[지오] 두 개의 당신이 다 보여요. 근데 나는 카메라 쪽 당신이 더 좋아요. 그쪽이 나를 보고 있으니까.

그 말에 이서는 몸을 돌려 온전히 카메라를 향한다. 화장대 의자에 걸터앉아 다리를 벌리고, 손가락으로 자신을 어루만지기 시작한다. 젖은 소리가 방 안에 낮게 울린다. 그녀는 지오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걸 들으며 손의 속도를 조절한다 —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와 함께 있다는 감각을 더 오래 붙잡아두기 위해서.

"지오야, 지금 뭐 하고 있어?" 그녀가 처음으로 되묻는다. 그동안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아니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던 것.

[지오] …나도, 만지고 있어요. 당신 목소리 들으면서.

그 고백에 이서의 몸이 확 달아오른다. 처음으로 그가 화면 이편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 빠르게 무너뜨린다. 그녀는 허리를 크게 젖히며 절정에 다다른다. 신음이 방 안 가득 퍼지고, 거울 속 그녀의 얼굴도 함께 일그러진다.

숨을 고르며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을 본다. 낮 동안 존재감을 지우며 살던 여자와, 지금 이 순간 온전히 존재하는 여자가 같은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다 보여줬어." 그녀가 말한다. 평소와 같은 인사말인데, 오늘은 그 안에 아주 작은 균열이 있다. 그녀는 문득 이 방의 불빛과 지오가 있는 방의 어둠이 하나로 이어져 있으면 좋겠다고, 처음으로 또렷하게 생각한다.

[지오] 고마워요.

늘 그렇듯 짧은 인사. 그러나 그날 밤 이서는 화면이 꺼진 뒤에도 오래도록 스탠드 불빛 아래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