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의 이유 — 다시 채워지는 목줄
한나는 창가에 오래 서 있었다. 달빛에 비친 눈밭을 바라보며, 그녀는 지난 사흘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걸어보았다.
첫날 밤, 목줄이 채워지던 순간 몸에서 빠져나가던 긴장. 결정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 만들어주던 이상한 자유로움. 둘째 날, 로프에 묶인 채 시야도 목소리도 잃고 오직 감각으로만 존재하던 그 깊은 몰입. 그리고 정전이 되던 순간, 스위치처럼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맞잡던 그 밤. 담요 아래서 그녀가 먼저 다가가 나눈 입맞춤, 강현이 그녀에게 완전히 자신을 맡기던 그 낯설고도 따뜻한 순간.
돌이켜보니, 그 모든 순간에서 사라진 적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강현이었다. 목줄을 채우던 강현도, 로프를 묶던 강현도, 어둠 속에서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눈을 뜨러 나가던 강현도, 담요 아래서 그녀에게 자신을 내어주던 강현도 — 전부 같은 사람이었다. 역할은 옷처럼 갈아입혔지만, 그 옷 안의 몸은 한 번도 다른 사람이 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이제 알 것 같았다. 사흘 동안의 TPE가 진짜였던 건, 그것이 위기 없이도 지속됐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위기가 왔을 때 두려움 없이 내려놓을 수 있었기 때문에 진짜였다. 가짜 껍데기였다면 벗을 때 저항이 있었을 것이다. 애써 유지하려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저 서로를 바라보고, 지금 필요한 게 뭔지 알아채고, 자연스럽게 다음 모습으로 넘어갔다. 그건 역할이 얕아서가 아니라, 역할 아래 놓인 신뢰가 그만큼 깊고 단단했기 때문이었다.
한나는 몸을 돌려 강현을 바라봤다. 그는 소파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재촉하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흘 동안 수없이 했던 자세였지만, 지금 이 순간의 무게는 완전히 달랐다.
"다시 시작해요." 한나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근데 이제 알 것 같아요. 왜 우리가 이걸 하는지."
"말해줘." 강현이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목줄을 채우는 건, 제가 없어지는 게 아니었어요. 강현씨한테 저를 맡길 수 있을 만큼, 제가 강현씨를 믿는다는 걸 몸으로 확인하는 거였어요. 어젯밤 우리가 그걸 다 내려놓고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던 건, 그 믿음이 규칙 안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둘 사이 어디에나 있었기 때문이고요. 그러니까... 목줄은 우리를 가두는 게 아니라, 그 믿음을 매년 다시 확인하는 방법이었어요."
강현의 눈에 감정이 스쳤다. 그가 서랍에서 목줄을 꺼내 왔다. 사 년 내내 써온, 손자국이 짙게 밴 그 검은 가죽 목줄이었다.
"그럼 다시 물을게." 그가 그녀의 목에 목줄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한나, 이 사흘의 마지막 밤, 네 몸과 시간을 나한테 다시 맡길래?"
"네, 주인님." 이번엔 그 말이 사흘 중 그 어느 때보다 확신에 차 있었다.
버클이 딸깍 잠기는 소리와 함께, 강현은 그녀를 자신의 무릎 위로 끌어올려 안았다. 그의 손이 그녀의 등을 쓸며 목덜미에서 허리까지 내려갔다. 이번 손길은 어제의 부드러운 확인도, 첫날 밤의 규칙적인 지시도 아니었다. 그 둘이 하나로 겹쳐진 손길이었다 — 확실한 소유였고, 동시에 깊은 애정이었다.
그는 그녀의 옷을 천천히 벗기며 입술로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 자국을 남겼다. 한나는 그의 어깨를 붙잡으며 몸을 맡겼다. 목줄의 무게가 목에 걸려 있었지만, 이제 그것은 구속이 아니라 약속처럼 느껴졌다. 강현이 그녀를 침대로 옮기고 위에서 내려다볼 때, 그의 눈빛에는 지배자의 확신과 연인의 다정함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오늘 밤은 규칙 하나만." 그가 그녀 위로 몸을 낮추며 속삭였다. "네가 느끼는 거, 하나도 숨기지 마."
"네." 한나가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답했다.
그가 그녀 안으로 들어올 때, 두 사람은 동시에 낮은 숨을 내쉬었다. 움직임은 첫날 밤처럼 강렬했지만, 그 안에는 어젯밤 담요 아래서 나눈 것과 같은 온기가 스며 있었다. 강현의 손이 그녀의 손을 찾아 깍지 끼고, 그 손을 놓지 않은 채로 리듬을 만들어갔다. 한나는 그의 이름을 부르다가, 문득 자신이 존댓말과 반말 사이 어디쯤에서, 주인님과 강현씨 그 둘 다로 그를 부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맞는 것 같았다.
절정이 왔을 때, 그것은 사흘 중 어떤 밤보다 깊었다. 격렬함과 부드러움이 더 이상 구분되지 않는 지점이었다. 강현이 그녀를 품에 안고 숨을 고르는 동안, 한나는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내년에도 올 거지." 강현이 그녀의 이마에 입 맞추며 물었다.
"네." 한나가 미소 지었다. "근데 이제 다르게 알고 갈 것 같아요. 목줄을 채우는 이유를요."
"뭔데."
"강현씨가 저를 지우려고 채우는 게 아니라, 저를 완전히 믿는다고 말하려고 채우는 거였어요. 저도 그래서 받는 거였고요."
강현이 조용히 웃으며 그녀를 더 깊이 끌어안았다. 창밖에는 눈이 그친 밤하늘이 맑게 펼쳐져 있었고, 산장 안에는 다시 들어온 불빛 아래 두 사람만의 온기가 가득했다. 사흘의 마지막 밤이,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