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 찍힌 계획표

세 번째 무법일을 앞두고 하영은 아예 계획표를 만들었다. 다이어리 한 페이지를 통째로 뜯어내 시간대별로 빼곡하게 적어놓은 걸 규현이 우연히 발견했을 때, 하영은 화들짝 놀라며 종이를 빼앗아 갔다.

"보지 마! 이건 서프라이즈야."

"서프라이즈치고는 너무 열심히 준비하는 거 아니야?"

"당연하지. 일주일에 딱 하루뿐인데 대충 할 순 없잖아."

일요일 아침, 하영은 눈을 뜨자마자 규현의 손목을 붙잡아 헤드보드에 묶었다. 지난주보다 훨씬 준비된 손놀림이었다.

"오늘은 손도 못 대게 아예 묶어버릴 거야."

"이거 진심이었어?"

"당연하지. 지난주에 자기가 손대서 억울했단 말이야."

느슨하지만 확실하게 묶인 스카프 매듭을 확인한 하영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몸 위에 올라탔다. 그녀의 손이 그의 가슴을 훑고 내려가며 배꼽 아래에서 멈췄다.

"오늘 계획표에 뭐라고 적었는지 알아?"

"몰라."

"안 알려줄 거야. 그냥 당해."

하영은 그의 몸 곳곳에 입을 맞추며 아래로 내려갔다. 허벅지 안쪽을 살짝 깨물자 규현이 낮게 신음하며 손목을 묶은 스카프를 당겼다.

"묶여 있으니까 좀 억울하네."

"억울한 게 아니라 이게 무법일의 묘미지."

그녀는 이미 단단해진 그를 손으로 감싸며 천천히 자극했다. 규현의 숨이 흐트러지자 하영은 웃으며 더 대담해졌다. 자신의 몸을 그의 얼굴 위로 가져가 앉으며 말했다.

"오늘은 이것도 계획에 있었어."

"뭐? 하영아—"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그의 입 위에 자신을 내려놓았다. 규현은 잠시 당황했지만 곧 익숙하게 혀를 움직여 그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하영의 허리가 저절로 흔들리며 신음이 터졌다.

"아... 좋아, 규현아..."

묶인 상태에서도 규현은 최선을 다해 그녀를 무너뜨렸다. 혀끝으로 예민한 곳을 정확히 짚어내고, 가끔은 이로 살짝 자극하며 하영을 애태웠다. 그녀는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절정 직전까지 몰렸다가, 억지로 몸을 떼어냈다.

"안 돼, 아직... 나 계획표대로 해야 해."

"뭐가 그렇게 계획이 많아."

하영은 숨을 고르며 다시 아래로 내려가 그를 완전히 삼켰다. 입술로 조이고 혀로 감싸며 그를 극한까지 밀어붙였다. 규현이 낮게 신음하며 몸을 떨었다.

"하영아, 나 진짜 곧..."

"조금만 더 참아. 계획표엔 아직 두 단계 남았어."

결국 규현이 참지 못하고 스카프를 거칠게 풀어냈다. 자유로워진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끌어올렸다.

"계획표는 나중에. 지금은 내가 참을 수가 없어."

"어? 안 돼, 오늘은 내가—"

"오늘도 여전히 네가 왕이야. 근데 지금은 같이 하고 싶어."

그의 눈빛에 하영은 더 이상 반박하지 못했다. 규현은 그녀를 부드럽게 눕히고 자신을 천천히 밀어 넣었다. 이미 흠뻑 젖어 있던 그녀는 단번에 그를 깊이 받아들였다.

"아앗... 규현아!"

두 사람은 서로의 리듬에 몸을 맡겼다. 하영이 다리로 그의 허리를 휘감고 더 깊이 끌어당기자, 규현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그러나 자신의 속도로 움직였다. 그건 더 이상 벌도 반란도 아닌, 서로를 향한 순수한 욕망이었다.

"규현아, 좋아... 더..."

"알아, 다 줄게."

점점 격해지는 움직임 속에서 하영은 절정에 다다랐고, 규현도 곧 그녀를 따라 무너졌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서로를 안고 숨을 골랐다.

숨이 가라앉자 하영이 침대 옆에 떨어진 계획표를 주워 들었다. 반쯤 구겨진 종이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계획표대로 안 됐잖아."

"미안. 못 참았어."

"아니, 오히려 좋았어. 자기가 참지 못하는 거 보는 것도... 이기는 거더라."

규현이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웃었다. 하영의 창의력은 매주 늘어갔고, 그럴수록 그가 그녀 앞에서 무너지는 순간도 늘어갔다. 그는 그게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그 무너짐마저 그녀에게 주는 선물 같았다.

"다음 주엔 뭐 준비할 거야?"

"비밀이야. 근데... 이번엔 진짜 자기 놀라게 할 거야."

그 말이 어쩐지 규현의 마음 한구석을 슬쩍 건드렸다. 아직은 그저 설렘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