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그친 아침 — 진짜였을까

한나가 눈을 떴을 때, 방 안은 희끄무레한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커튼 틈으로 아침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벽난로는 잔불만 남긴 채 사그라져 있었고, 창밖은 놀랍도록 고요했다. 밤새 울부짖던 바람이 거짓말처럼 멈춰 있었다.

강현은 이미 깨어 창가에 서 있었다. 그가 커튼을 걷자 마당 전체가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나뭇가지마다 눈이 두껍게 쌓여 있고, 하늘은 씻은 듯 맑았다.

"눈 그쳤어." 그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목소리에 안도가 섞여 있었다.

한나는 몸을 일으켜 담요를 두른 채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손목에는 여전히 얇은 가죽 밴드가 채워져 있었지만, 그것을 의식하는 감각이 어제와는 달랐다. 그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말없이 서 있었다.

"전기는?" 그녀가 물었다.

강현이 벽 스위치를 눌러봤다.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아직이네. 관리소 쪽에 사람 오려면 시간 걸릴 것 같아."

두 사람은 아침을 준비했다. 어젯밤 끓여둔 물로 간단히 씻고, 남은 재료로 요기할 만한 걸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도 두 사람은 계속 상의하며 움직였다. 지시하는 사람도 따르는 사람도 없이, 그저 나란히 손을 맞추는 두 사람이었다.

식탁에 마주 앉아 식사를 하던 중, 한나가 문득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강현씨."

"응."

"어젯밤 생각을 좀 했는데요." 그녀가 말을 고르며 이어갔다. "우리, 역할 내려놓는 거 너무 자연스러웠잖아요. 정전되자마자, 거의 한순간에. 근데 그게...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강현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봤다. "어떤 의미로?"

"우리가 사흘 동안 그렇게 깊이 들어갔던 게, 사실은 그렇게까지 깊은 게 아니었나 싶어서요. 진짜 위기가 오니까 그냥 바로 벗어졌잖아요. 스위치처럼." 한나의 목소리에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불안이 묻어났다. "만약 그게 진짜였다면, 그렇게 쉽게 사라질 수 있었을까요."

방 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창밖에서 눈 덩어리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툭, 하고 들렸다.

강현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 질문이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한나가 지금 묻고 있는 건 단순히 어젯밤의 판단이 옳았는지가 아니라, 두 사람이 매년 반복해온 이 모든 의식의 진정성에 관한 것이었다.

"나도 사실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어."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근데 방향이 좀 다른 것 같아. 조금 더 생각해볼게."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 한구석의 불안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그녀는 창밖을 다시 바라봤다. 눈은 그쳤지만, 마당의 눈은 허리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아마도 오늘 하루는 이곳을 벗어나기 힘들 것 같았다. 어쩌면 그 사실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 아직 이 질문에 답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식사를 마친 후 강현은 발전기를 다시 살펴보러 나갔다. 이번엔 낮이라 훨씬 수월했다. 한나는 혼자 거실에 남아 어젯밤의 임시 침상을 정리했다. 담요를 개고, 소파 쿠션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면서, 그녀는 계속 어제의 순간들을 되짚었다.

정전이 되던 순간의 그 완전한 전환. 목줄도, 규칙도, 존댓말도 없이 서로의 이름을 그냥 부르던 그 자연스러움. 그리고 담요 아래서 나눈 그 다른 종류의 친밀함. 그건 분명 진짜였다. 어쩌면 사흘 동안의 그 어떤 순간보다도 더 진짜였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두 사람이 쌓아온 이 TPE라는 구조는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위기가 오면 언제든 접어둘 수 있는, 일종의 놀이에 불과했던 걸까.

바깥에서 강현이 돌아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눈을 털어냈다.

"발전기, 시동 걸렸어." 그가 말했다. "저녁쯤엔 다시 전기 들어올 거야."

"다행이네요." 한나가 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안도만큼이나 다른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전기가 돌아온다는 건, 곧 사흘의 마지막 밤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사실 앞에서 한나는 처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게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