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을 어기는 날이 태어난 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면 하영은 늘 하던 대로 무릎을 꿇고 규현을 맞아야 했다. 이건 두 사람이 정한, 아주 사소하지만 절대적인 여섯 날의 규칙 중 하나였다. 그런데 오늘, 하영은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규현을 힐끗 올려다볼 뿐이었다.

"어서 와."

규현은 넥타이를 풀며 그녀를 내려다봤다. 표정에는 화가 아니라 옅은 웃음이 걸려 있었다. 이런 얼굴을 하영은 제일 좋아하면서도 제일 무서워했다.

"규칙 알지, 하영아."

"알아. 근데 오늘은 좀 피곤해서. 자기가 이해해줄 거지?"

일부러 흘리는 애교 섞인 반항. 규현은 넥타이를 완전히 풀어 손에 감아쥐고 그녀 앞에 천천히 다가와 앉았다. 하영의 턱을 손끝으로 들어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피곤한 건 이따가 풀어줄게. 지금은 규칙."

하영은 입술을 삐죽였지만 결국 소파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와 그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든다는 듯 규현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오늘 몇 번째야, 이렇게 늦게 인사하는 거."

"...세 번째."

"세 번째면 뭐다?"

하영은 입술을 깨물며 대답하지 않았다. 알면서도 말하기 싫은 얼굴. 규현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켜 세우고는 침실로 데려갔다. 손이 여전히 넥타이를 쥔 채였다.

침대에 엎드린 하영의 치마를 걷어 올리고, 규현은 맨살에 손바닥을 몇 차례 내리쳤다. 세지 않았지만 정확했다. 살갗이 붉게 달아오를 때마다 하영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신음을 삼켰다.

"아, 규현아... 나 진짜 오늘 피곤했단 말이야..."

"그래서 몇 대야?"

"세 대..."

"세 대 더 추가."

"뭐? 그건 너무해!"

하지만 몸은 이미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매를 맞을 때마다 허리가 저절로 들리고, 다리 사이가 축축하게 젖어드는 걸 규현은 손끝으로 확인하며 웃었다.

"입은 반항하는데 몸은 아니네."

여섯 대를 다 맞은 하영의 엉덩이는 발갛게 익어 있었다. 규현은 그 위에 입을 맞추고, 손가락을 다리 사이로 미끄러뜨렸다. 이미 흠뻑 젖어 있는 그곳을 천천히 문지르자 하영이 허리를 비틀며 신음했다.

"자기야... 넣어줘..."

"규칙 안 지킨 벌 받는 중인데 뭘 넣어달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규현은 자신의 옷을 벗어던지고 그녀 뒤에 자리를 잡았다. 단단해진 그를 입구에 문지르며 하영을 애태우다가, 그녀가 참지 못하고 허리를 뒤로 밀어붙이자 그제야 천천히 밀고 들어갔다.

"아앗... 규현아..."

깊이 들어찬 순간 하영의 안쪽이 그를 꽉 조여왔다. 규현은 낮게 신음하며 그녀의 골반을 붙잡고 리듬을 만들었다. 처음엔 느리게, 벌주듯 천천히. 하영이 더 빨리 해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일부러 속도를 늦췄다.

"빨리... 제발..."

"방금까지 규칙 어겼던 사람이 이제 와서 빨리해달라고?"

"미안해, 미안하니까... 응?"

그 애원에 못 이긴 척, 규현은 속도를 올렸다. 침대가 삐걱이고 하영의 신음이 높아질 때마다 그는 그녀의 등에 몸을 겹치며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절정이 가까워질수록 하영은 시트를 움켜쥐었고, 결국 몸을 떨며 무너져 내렸다. 규현도 몇 번의 깊은 삽입 끝에 그녀 안에서 함께 무너졌다.

숨이 가라앉고 나서, 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 서로의 땀을 식혔다. 하영이 규현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며 말했다.

"있잖아, 나 생각해봤는데."

"뭘."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내가 규칙 안 지켜도 안 혼나는 날 있으면 안 돼?"

규현이 눈썹을 들어 올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딱 하루. 내가 뭘 하든, 늦게 인사해도, 말대꾸해도, 자기 명령 씹어도... 벌 안 받는 날. 완전한 무법지대 같은 거."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하영의 눈은 은근히 진지했다. 규현은 잠시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톡 튕겼다.

"그러다 매일 그날처럼 굴려고 하면?"

"안 그럴게! 약속해. 딱 그날 하루만."

규현은 진짜로 고민하는 얼굴이 되었다. 사실 그가 걱정하는 건 하영이 선을 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 자신이 그 하루 동안 정말로 손을 놓을 수 있을지, 그녀가 마음껏 이기는 모습을 보면서도 웃을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이 관계에서 가장 큰 통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녀에게 완벽하게 이기는 날을 만들어주는 것.

"좋아. 대신 조건이 있어."

하영의 눈이 반짝였다. "뭔데?"

"안전어는 그날도 유효해. 그리고 절대 하면 안 되는 것들, 그 선은 그대로야. 그 안에서는... 뭘 해도 좋아."

"진짜지?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

"대신 요일은 내가 정한다. 일요일."

하영이 벌떡 일어나 앉아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고마워, 규현아! 완전 좋은 생각이지?"

규현은 그녀의 등을 쓸어내리며 웃었다. 속으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작은 규칙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새로운 문을 열어젖힐지. 그리고 그 문 뒤에서 자신이 얼마나 더 깊이 그녀를 사랑하게 될지도.

"그래. 다음 일요일부터. 규칙을 어기는 날."

창밖으로 늦은 밤바람이 불었고,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다가올 무법일을 상상하며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