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요 한 장 — 같은 무게로

자정이 넘도록 바람은 잦아들지 않았다. 벽난로의 불이 타닥거리는 소리와 바깥의 눈보라 소리가 번갈아 방 안을 채웠다. 두 사람은 소파 쿠션과 이불로 만든 임시 침상 위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담요 한 장을 함께 덮은 채였다 — 산장에 있는 담요를 다 꺼냈지만, 그래도 둘이 붙어 있는 게 가장 따뜻했다.

"자?" 강현이 낮게 물었다.

"아니요." 한나가 그의 가슴 쪽으로 조금 더 파고들며 답했다. "잠이 안 와요."

"나도." 그가 그녀의 등을 천천히 쓸었다. 세션 중의 손길과는 달랐다. 지시하거나 탐색하는 손이 아니라, 그냥 그녀가 거기 있다는 걸 확인하려는 손이었다.

한동안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의 숨소리를 들었다. 그러다 한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까 밖에 나갔을 때, 진짜 무서웠어요. 근데 이상하게... 강현씨가 무섭다고 말해준 게 오히려 안심이 됐어요."

"왜?"

"평소엔 강현씨가 저를 지켜주는 사람이잖아요. 세션 안에서든 밖에서든. 근데 오늘은 그게 아니라, 우리 둘이 같이 무서워하고 같이 버티는 거였어요. 그게... 다른 종류로 좋았어요."

강현이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조금 웃었다. "나도 그래. 평소엔 내가 결정하고 네가 따라오잖아. 근데 오늘 너가 눈 뜨러 같이 가자고 했을 때, 그리고 물 더 필요하다고 스스로 판단했을 때 — 그게 좋았어. 네가 그렇게 판단하는 사람이라는 거,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오늘 다시 봤어."

한나는 그의 눈을 올려다봤다. 촛불과 벽난로 불빛이 만드는 어스름 속에서 그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게 보였다. 사흘 내내 봐온 확신에 찬 지배자의 얼굴이 아니라, 그냥 그녀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녀가 먼저 손을 뻗어 그의 뺨을 감쌌다. 이 움직임에는 허락을 구하는 어떤 절차도 없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나온 행동이었고, 강현도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녀가 몸을 기울여 그에게 입을 맞췄다. 그가 먼저 시작하는 게 아니라, 그녀가 먼저 다가가는 입맞춤은 이 사흘 중 처음이었다.

강현이 그녀를 담요째로 끌어안았다. 입맞춤이 깊어지면서 두 사람의 몸이 자연스럽게 얽혔다. 지시도 규칙도 없이, 그저 서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손이 움직였다. 한나가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었고, 강현은 그녀의 얼굴과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그 손길을 가만히 받아들였다.

"오늘은 내가 먼저 해도 돼요?" 한나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허락을 구하는 말이었지만, 사흘 동안 써온 그 말과는 완전히 다른 무게였다. 이건 규칙 안에서의 요청이 아니라, 동등한 두 사람 사이의 물음이었다.

"응." 강현이 짧게 답하며 그녀에게 자신을 맡겼다.

한나는 그의 몸 위로 올라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녀의 손이 그의 가슴을 짚었고, 그의 손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벽난로의 열기와 담요의 온기, 그리고 서로의 체온이 뒤섞였다. 평소의 세션에서는 강현이 리듬을 정하고 한나가 그것을 따랐지만, 지금은 그녀가 자신의 속도로, 자신이 원하는 만큼 그와 하나가 되었다. 강현은 그저 그녀를 바라보며, 가끔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쓰다듬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넘겨줄 뿐이었다.

그의 눈빛에는 통제하려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녀가 이끄는 대로 자신을 온전히 맡기고 있었다. 그 시선이 한나를 더 대담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 위로 이끌었고, 강현은 그 손짓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낮은 숨을 흘렸다.

절정은 세션 때와는 다른 종류로 왔다 — 격렬함보다는 깊은 따뜻함으로, 몰아붙임보다는 서로에게 스며드는 방식으로. 한나가 그의 위에서 무너지듯 몸을 낮췄고, 강현이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두 사람의 심장 박동이 서서히 같은 속도로 맞춰지는 게 느껴질 정도로, 오랫동안 그렇게 안고 있었다.

"이상해요." 한나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중얼거렸다. "목줄도 없고, 지시도 없는데... 오히려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강현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대답했다. "역할이 없어져서 우리가 사라진 게 아니라, 역할 밑에 있던 게 그대로 드러난 거니까."

한나는 그 말을 마음속에 오래 담아두었다. 창밖의 눈보라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지만, 담요 아래 두 사람의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고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