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규칙 — 둘째 날 아침
아침 여섯 시, 한나는 알람 없이 눈을 떴다. 몸이 그렇게 훈련되어 있었다. 산장에 있는 사흘 동안은 강현이 정해준 시간에 일어나야 했고, 그 시간은 언제나 여섯 시였다.
옆자리는 이미 비어 있었다. 강현은 보통 먼저 일어나 있었다. 한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어제 지시받은 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를 기다렸다. 목줄은 자는 동안에는 벗겨져 있었지만, 대신 손목에는 얇은 가죽 밴드가 채워져 있었다 — 상시 착용하는 표식이었다.
창밖은 온통 하얬다. 밤사이 눈이 꽤 쌓인 모양이었다. 산장 마당의 나무들이 눈을 이고 있는 모습이 거실 통유리창을 통해 보였다. 벽난로의 불은 꺼져 있었고, 대신 보일러 열기가 방 안을 데우고 있었다.
강현이 부엌에서 나왔다. 손에는 물 한 잔이 들려 있었다.
"일어났네." 그가 그녀 앞에 무릎을 굽혀 물잔을 건넸다. "마셔."
한나는 두 손으로 잔을 받아 마셨다. 이 사소한 행동조차 사흘 동안은 허락을 구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물을 마시라는 지시는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오는 것이었다. 강현은 몸을 관리하는 일에서만큼은 어떤 강도의 세션에서도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
"오늘은 규칙이 하나 늘어." 그가 말했다. 이것도 매년의 패턴이었다. 첫날은 기본 틀을 잡고, 둘째 날 아침에 더 깊은 몰입을 위한 규칙을 추가했다. "오늘부터 내 허락 없이는 옷을 입지 마. 집 안에서."
한나의 심장이 살짝 빨라졌다. 첫날보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네, 주인님."
"그리고 하나 더." 그가 그녀의 턱을 잡고 눈을 맞췄다. "오늘부터는 네가 원하는 것도 말해. 대신 반드시 '허락해주시겠어요'로 시작해서."
이건 매년 두 사람이 지켜온 균형의 핵심이었다. TPE라고 해서 한나의 목소리가 완전히 지워지는 게 아니었다. 그녀의 욕구와 필요는 여전히 존재했다 — 다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질 뿐이었다. 결정권을 넘긴다는 건 존재를 지운다는 뜻이 아니라, 그 존재가 강현이라는 사람을 통과해서만 실현된다는 뜻이었다. 처음 이 규칙을 만들었을 때 한나는 그게 더 자유롭다고 느꼈다. 원하는 걸 그냥 원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허락을 구하며 말하는 게 오히려 자신의 욕망을 더 선명하게 자각하게 만들었다.
아침 식사는 간단했다. 강현이 만든 죽과 삶은 달걀. 한나는 식탁 옆 바닥에 앉아 그가 직접 떠먹여 주는 대로 받아먹었다. 이것도 매년의 의식 중 하나였다. 스스로 먹는 게 아니라 먹여지는 것.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는 이 순간이 하루 중 가장 편안한 시간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어젯밤 좋았어?" 죽 한 숟갈을 건네며 강현이 물었다. 역할 밖의 목소리였다. 그는 이렇게 세션 중간중간 짧게 역할을 풀고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다. 몰입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이런 확인이 더 자주 필요하다는 걸 그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네. 좋았어요." 한나도 잠시 그 목소리로 답했다. "허락해주시겠어요, 오늘 밤은... 조금 더 세게 해도 될까요."
강현이 미소 지었다. 숟가락을 내려놓고 그녀의 뺨을 감쌌다. "허락할게. 대신 오늘 낮에는 몸을 더 준비시킬 거야."
식사가 끝난 후, 그는 그녀에게 청소를 지시했다. 산장 전체를 정리하고 장작을 실내로 들여놓는 일이었다. 밖에는 여전히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강현이 옷을 걸치고 마당으로 나가 장작더미에서 나무를 옮기기 시작했다. 한나는 창문 너머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옷을 입지 못한 채 실내에 있었지만, 보일러 열기 덕분에 춥지 않았다.
그가 안으로 들어오며 눈을 털어냈다. "오늘 저녁에 정전 대비해서 장작 넉넉히 들여놨어. 일기예보에 폭설주의보 떴더라."
"괜찮을까요?" 한나가 물었다. 잠깐 역할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괜찮아. 여기 벽난로 있잖아. 매년 대비는 하는 거니까." 강현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때만 해도 두 사람 다 그 말이 몇 시간 뒤 얼마나 정확한 예언이 될지 몰랐다.
오후 내내 한나는 지시받은 자세와 규칙을 지키며 지냈다. 몰입은 점점 깊어졌다. 시간 감각이 흐려지고, 오직 강현의 목소리와 지시만이 하루의 좌표가 되었다. 창밖 눈은 오후가 되면서 더 거세지고 있었다. 바람이 처마를 스치는 소리가 낮게 울렸다. 산장은 고요했고, 그 고요 안에서 두 사람의 세계는 점점 더 좁고 단단하게 좁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