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의 계약서

세 시간이 지나 있었다. 식탁 위에는 커피 세 잔이 이미 식어 있었고, 종이는 처음보다 두 배로 늘어나 있었다. 유나의 노트북 화면에는 문서 하나가 열려 있었다. 제목은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세 사람 모두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알고 있었다. 계약서.

"자, 첫 번째는 정리됐고." 유나가 화면을 가리켰다. "공통 규칙. 이건 두 분 다 예외 없이 지켜야 하는 거예요."

화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一, 안전어는 그린-옐로우-레드 삼단계로 통일한다. 옐로우가 나오면 즉시 속도를 늦추고 확인한다. 레드가 나오면 그 즉시 모든 걸 멈춘다. 이 순간에는 어떤 규칙도, 어떤 위계도 안전어보다 우선하지 않는다.
二, 서로의 존재를 깎아내리거나, 유나 앞에서 서로를 비교하는 언행은 하지 않는다.
三,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유나는 상대방에게도 즉시 알린다. 이건 배려가 아니라 안전의 문제로 취급한다.
四, 일정 변경은 최소 사흘 전에 통보한다. 진짜 응급 상황(사고, 회사 갑작스런 지시 등)은 예외로 하되, 예외로 처리한 뒤에는 반드시 사후에 왜 예외였는지 셋이 함께 확인한다.

"여기까지는 이견 없죠?" 유나가 물었다.

"없어." 재원이 답했다.

"저도요." 시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다음은 개인 규칙. 이건 각자 요일에만 적용되는 거예요. 재원 님은 화요일이랑 격주 토요일. 시현이는 수요일이랑 금요일."

"목요일은?" 재원이 물었다. 그 질문에 세 사람 모두 잠시 말이 없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충돌이 사실상 그 요일에서 시작됐다는 걸, 셋 다 알고 있었다.

"목요일은," 유나가 천천히 말했다. "이제 아무한테도 안 주려고요."

시현이 눈썹을 올렸다. "그게 무슨 뜻이야?"

"목요일은 '보호 요일'로 정할게요.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일정을 넣을 수 없어요. 그날 뭘 할지는 그때그때 저랑 상의해서 정하되, 최소 상의 없이 밀어붙이지 않기로. 두 분 다 목요일에 뭔가 하고 싶으면, 저한테 먼저 제안하고 제가 정하는 거예요."

재원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좋다. 목요일이 문제였던 건, 결국 거기가 아무도 명확히 주인이 아닌 땅이었기 때문이니까. 차라리 확실하게 아무도 주인이 아니라고 정하는 게 낫겠어."

"동의." 시현도 말했다.

유나는 문서에 그 항목을 추가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이제 제일 어려운 부분이에요. 훈육이랑 벌칙."

식탁의 공기가 다시 살짝 무거워졌다. 지난 토요일, 이 주제에서 두 사람이 부딪혔던 걸 모두가 기억하고 있었다.

"저 먼저 제안할게요." 유나가 말했다. "각자의 규칙을 어겼을 때 벌을 정하는 건, 여전히 각자의 권한으로 남겨두고 싶어요. 재원 님 방식, 시현이 방식, 둘 다 존중받아야 하니까요. 근데 딱 하나, 절대 규칙을 만들고 싶어요."

"뭔데?" 재원이 물었다.

"어떤 벌도, 상대방과의 시간이나 관계 자체를 도구로 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시현이 못 만나게 할게' 같은 벌은 절대 안 돼요. 그건 저를 벌하는 게 아니라 세 사람의 관계 구조 자체를 흔드는 거니까요."

재원은 그 말을 곱씹듯 침묵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맞는 말이야. 사실 나도 그날 회의에서, 내가 왜 그렇게까지 방어적으로 나갔는지 생각해봤어. 그건 그 벌이 정말 필요해서가 아니라, 내 권한을 누가 침범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어. 근데 지금 생각하면, 애초에 그런 종류의 벌 자체를 옵션에서 빼면 그 문제가 안 생기네."

"저도 동의해요." 시현이 말했다. "그리고 하나 더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요. 벌이 시간적으로 상대방 요일에 조금이라도 걸치면, 최소한 사전에 알려주는 거요. 허락받으라는 게 아니라, 그냥 통보. '이번 주 화요일에 벌 때문에 목요일까지 좀 위축돼 있을 수도 있어요' 정도로."

"그거 좋아요." 유나가 문서에 타이핑하며 말했다. "그럼 이렇게 정리할게요. 하나, 벌의 내용과 방식은 각 돔의 권한. 둘, 상대방과의 관계 자체를 벌의 수단으로 쓰지 않는다. 셋, 벌의 여파가 상대방 요일에 영향을 줄 것 같으면 최소 하루 전에 통보한다."

재원과 시현 둘 다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은 일정 충돌이에요." 유나가 계속 이어갔다. "이건 두 분이 스스로 조율이 안 될 때를 대비한 규칙이 필요해요."

"먼저 잡힌 일정이 우선 아닌가?" 재원이 말했다.

"그게 기본 원칙이긴 한데," 유나가 말했다. "저 하나 추가하고 싶은 게 있어요. 만약 두 분이 정말 조율이 안 되고, 저한테 명백한 선호가 있는 경우엔… 제 선호가 최종 결정이 됐으면 좋겠어요."

식탁에 잠깐 정적이 흘렀다. 재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 왜 그걸 우리한테 허락받듯이 말해."

"왜냐하면," 유나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지금까지 저는 제 선호를 말하는 게 두 분 중 한 명을 실망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참았거든요. 이번엔 그러고 싶지 않아요. 확실하게 규칙으로 정해두고 싶어요."

시현이 유나의 손을 잡았다. "그럼 그렇게 하자. 규칙으로 못 박아. 우리끼리 못 정하면, 최종 결정권은 너한테 있는 거야."

"동의." 재원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세 사람은 캘린더 규칙을 정리했다. 파랑은 재원, 초록은 시현, 보라는 셋이 함께, 그리고 새로 노랑을 추가하기로 했다. 아직 조율되지 않은, 논의 중인 일정을 표시하는 색이었다. 노란 칸이 뜨면 누구도 그 위에 다른 일정을 덧씌우지 않기로 했다. 캘린더에 새로운 일정이 올라올 때마다 세 사람 모두에게 알림이 가도록 공유 설정도 그 자리에서 바로 마쳤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요." 유나가 문서 맨 아래에 새 항목을 추가했다. "석 달에 한 번, 오늘처럼 셋이 모여서 이 규칙들 다시 점검하기. 살다 보면 또 안 맞는 부분 생길 수 있으니까요."

"좋다." 재원이 처음으로 옅게 웃으며 말했다. "이거, 진짜 계약서 같네."

"계약서 맞아요." 유나가 노트북을 덮으며 말했다. "근데 이번엔 제가 서명 안 하고 그냥 따라야 하는 계약서가 아니라, 제가 초안 잡은 계약서예요."

시현이 손을 뻗어 유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잘했어. 진짜."

재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유나를 바라봤다. 그 시선에는 늘 있던 통제욕 대신, 순수한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세 사람은 그날 저녁, 처음으로 셋이 함께 저녁을 먹었다. 누구의 요일도 아닌, 보라색 칸에 새로 적힌 첫 번째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