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의 화요일

화요일 저녁 일곱 시, 유나는 재원의 집 현관 앞에 서서 숨을 골랐다. 이건 습관이었다. 문을 열기 전에 오늘 하루를 재원에게 어떻게 보고할지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것. 그는 대충 얼버무리는 걸 가장 싫어했다.

문을 열자 재원은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했다. "왔어. 옷 갈아입고 나와."

유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침실로 들어가 재원이 준비해둔 옷으로 갈아입었다. 검은색 슬립 하나. 화려하지 않고 단정한 디자인이었다. 재원은 과한 걸 싫어했다. 거실로 나오자 재원은 그제야 노트북을 덮고 유나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오늘 있었던 일 말해."

유나는 무릎을 꿇고 앉아 하루를 보고했다. 몇 시에 일어났는지, 점심에 뭘 먹었는지, 회사에서 누구와 무슨 대화를 했는지. 재원은 중간에 끼어들지 않고 끝까지 들었다. 그의 시선은 흔들림 없이 유나에게 고정돼 있었고, 그 시선이 유나의 몸을 데웠다. 재원 앞에서 보고를 할 때마다 유나는 자신이 발가벗겨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직 옷을 하나도 벗지 않았는데도.

"수요일에 야근했다고 했지." 재원이 말했다. "나한테 미리 얘기 안 했잖아."

"죄송해요. 갑자기 잡힌 미팅이라서."

"미리 말하는 규칙, 뭐였지."

"당일 저녁 일곱 시까지는 말씀드리는 거요."

"그런데?"

"밤 열 시에 말씀드렸어요."

재원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 침묵이 유나의 목덜미를 조여왔다. 그는 화를 내는 법이 없었다. 대신 정확하게, 조용히 규칙을 어겼다는 사실만 짚었다. 그 방식이 오히려 더 무서웠다.

"이리 와."

유나는 무릎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재원은 유나의 턱을 잡아 얼굴을 들게 했다.

"규칙을 어긴 이유는 상황 탓이었어. 그건 이해해. 하지만 규칙이 상황에 따라 흔들리면 그건 이미 규칙이 아니야. 알지?"

"네."

"오늘은 그거 대가를 치를 거야. 아프게 하려는 게 아니야. 네가 다음번엔 미팅 도중에라도 문자 한 줄 보내는 게 낫다는 걸 몸으로 기억하게 하려는 거지."

재원은 유나를 소파 팔걸이 위로 엎드리게 했다. 슬립 자락을 걷어올리자 드러난 허벅지와 엉덩이에 차가운 공기가 스쳤다. 유나는 숨을 죽였다. 재원의 손바닥이 먼저 부드럽게 그 위를 쓸었다. 마치 어디를 때릴지 미리 알려주는 것처럼.

"열 대. 셀 수 있지."

"네, 재원 님."

첫 번째가 떨어졌다. 손바닥이 살에 부딪히는 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유나는 신음을 삼키며 숫자를 셌다. "하나." 두 번째는 더 강했다. 통증이 순간적으로 확 퍼졌다가 이내 뜨거운 감각으로 바뀌었다. "둘." 재원은 정확한 간격으로, 같은 자리를 두 번 연속 때리지 않으면서 손을 움직였다. 다섯 번째쯤 되자 유나의 숫자를 세는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아홉." 유나가 흐느끼듯 내뱉었다.

"마지막."

열 번째가 떨어지자 유나는 참았던 눈물이 터지듯 흘러나왔다. 아프면서도, 그 아픔 밑에 깔린 뜨거운 만족감이 배 속에서부터 차올랐다. 재원은 곧바로 유나를 뒤집어 품에 안았다. 그의 손이 방금 때린 자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잘했어. 셀 줄 알아서 다행이야."

"죄송했어요."

"알아. 이제 끝났어. 여기까지."

재원은 유나를 안고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그의 손이 유나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진정시켰다. 이 순간이 유나는 언제나 좋았다. 벌을 받은 직후, 재원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부드러워지는 이 낙차. 그는 유나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이제 벌은 끝났고." 그의 손이 슬립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이건 다른 얘기야."

그의 손가락이 이미 젖어 있는 곳을 확인하고는 낮게 웃었다. "맞은 걸로 이렇게 되는 거, 매번 신기해."

유나는 대답 대신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재원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유나를 몰아붙였다. 유나가 허리를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자 그는 손을 멈추고 유나의 눈을 들여다봤다.

"허락받고 가."

"재원 님, 가도 될까요."

"아직."

그는 조금 더 유나를 그 경계 위에 세워두었다. 유나의 몸이 떨리기 시작하자 그제야 그는 낮게 말했다. "가."

유나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절정에 무너졌다. 재원은 그 순간에도 유나를 놓지 않고 끝까지 붙잡아주었다. 침실로 옮겨가서도 그는 유나의 몸 구석구석을 자신의 방식대로, 느리고 치밀하게 탐했다. 그의 몸이 유나의 안으로 들어올 때, 유나는 이 관계의 무게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재원에게 안긴다는 건 완전히 통제받는 동시에 완전히 안전하다는 뜻이었다.

모든 게 끝난 뒤, 재원은 유나를 씻기고 물을 챙겨주고 침대에 눕혔다. 그의 손이 유나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물었다.

"목요일에 시현 씨랑 약속 있다고 했지."

유나는 순간 몸이 굳었다. "네."

"그날 나도 저녁에 자리가 하나 잡혔어. 클라이언트 미팅인데, 그쪽에서 갑자기 날짜를 바꿨어. 다른 요일이 안 된대."

"그럼…"

"목요일 여덟 시에 너 잠깐 봐야 돼. 삼십 분이면 돼. 서류에 사인 받을 게 있어서."

유나는 목요일 저녁이 이미 시현과의 약속으로 꽉 차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재원 앞에서 당장 그 말을 꺼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네, 알겠어요." 유나는 그렇게만 대답했다. 재원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유나는 눈을 뜬 채 천장을 바라봤다. 파란 칸과 초록 칸이 겹치는 목요일이, 이제 세 번째 색으로도 채워지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