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금요일

지수가 떠난 다음 금요일, 강석은 평소처럼 왔고, 평소와 다르게 시작하지 않았다.

현관에서 그녀가 귀걸이를 빼려 하자 그가 말했다.

"오늘은 순이 안 부릅니다."

윤희는 손을 내렸다. "왜요."

"대표님이 지난주에 뭔가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순이한테 그걸 덮어씌우면 안 됩니다."

"어떻게 알아요."

"룸미러로 육 년 봤습니다."

그들은 소파에 앉았다. 그는 재킷을 벗었지만 순이의 주인이 되지 않았다. 그 사이의 자리. 그녀가 지난 삼 년 동안 이름을 붙이지 못한 그 자리에, 그가 다시 앉았다.

"강 기사."

"네."

"우리, 이거 말고 다른 걸 한 적이 없어요."

"압니다."

"삼 년 동안 나는 강 기사한테 순이였거나 대표였어요. 그 사이는 없었어요."

강석은 위스키 잔을 봤다. 따르지 않았다.

"그건 제가 만든 규칙입니다."

"알아요. 근데 나는 요즘 그 사이가 궁금해요." 윤희는 자기 손을 봤다. 회의실에서 펜을 쥐는 손. 순이일 때 카펫을 쥐던 손. "그 사이에 우리가 누군지."

"위험한 질문입니다."

"왜요."

"이 일이 되는 이유는 사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녀를 봤다. 룸미러 없이. "대표님이 순이가 될 수 있는 건, 순이가 대표님 삶에 아무것도 요구 안 하기 때문입니다. 순이는 금요일 밤에만 있고, 다른 날은 없어요. 그래서 안전합니다. 사이를 만들면, 그 사람이 다른 날에도 뭔가를 원하게 됩니다. 그러면 대표님은 또 누군가에게 뭔가를 줘야 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건 대표님이 여기서 도망쳐 온 거잖아요."

윤희는 그 말이 얼마나 정확한지, 그리고 얼마나 그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동시에 느꼈다. 그는 자기 얘기를 그녀 얘기로 하고 있었다. 사이를 만들면 그가 다른 날에도 뭔가를 원하게 될까 봐. 십 년 전에 결혼을 못 한 남자, 시킴 받는 걸 못 하는 남자, 자기 완벽함을 이 일과 섞지 않는 남자.

"강 기사는 안 궁금해요? 사이가."

그는 오래 말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처음으로, 그녀에게 질문이 아닌 것을 말했다.

"궁금하면 안 됩니다. 저는."

"왜요."

"저는 대표님 밑에서 일합니다. 월급을 받습니다. 회사 차를 몹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런 사람이 사이를 궁금해하면, 그건 다른 이름이 됩니다. 그 이름은 이 일을 더럽힙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건 깨끗합니다. 대표님이 원하는 걸 제가 해드리고, 계약이 있고, 정지어가 있습니다. 여기에 제 마음이 들어가면, 그건 계약이 아니라 제가 대표님한테 뭔가를 바라는 게 됩니다. 저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바라라고 하면요."

"대표님은 그렇게 말하실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대표님은 지금 외로우셔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겁니다. 지수 씨가 물었죠. 안 외롭냐고. 그 뒤로 이러시는 겁니다."

윤희는 숨을 들이켰다. 그가 어떻게 알았는지 물으려다 말았다. 룸미러. 육 년. 그는 그녀가 딸과 저녁을 먹었다는 것도, 그날 밤 무언가가 바뀌었다는 것도, 말하지 않은 것을 통해 알았다.

"그럼 나는 어떡해요." 그녀의 목소리가 얇아졌다. 순이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냥 지친 사람의 목소리였다. "나는 순이일 때만 숨을 쉬어요. 근데 순이는 금요일 밤에만 있어요. 나머지는 대표예요. 그리고 이제는 그 사이가 필요한데, 강 기사는 그건 안 된대요. 그럼 나는 영원히 두 개로만 살아야 돼요?"

강석은 그 질문 앞에서 처음으로 흔들렸다. 그녀는 그것을 봤다. 그의 손이 잔을 잡았다가 놓는 것을. 그는 삼 년 동안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완벽함이었다. 오늘 그 완벽함에 금이 갔다.

"…오늘은 제가 대답을 못 하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것도 처음이었다. 그가 대답을 못 한 것.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강 기사가 나한테 시간을 달라고 해요?"

"네." 그는 일어섰다. "저도 사람입니다, 대표님. 룸미러 뒤에서도요."

그는 재킷을 입었다. 진주는 이미 그녀의 손에 있었다. 오늘은 처음부터 순이가 없었으니까. 그는 문 앞에서 멈췄다.

"대표님."

"네."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건 순이한테 하는 말도, 대표님한테 하는 말도 아닙니다." 그는 문고리를 잡았다. "지난주 금요일, 대표님이 안 계셨을 때, 저는 옥수동에서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근무가 하나 빠진 게 아니었습니다. 금요일이 빠졌습니다. 그게 다릅니다. 그걸 알게 돼서, 저도 지금 곤란합니다."

문이 닫혔다.

윤희는 소파에 오래 앉아 있었다. 그가 방금 한 말은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말이었다. 근무가 빠진 게 아니라 금요일이 빠졌다. 그는 그녀를 근무로만 보지 않았다. 그것을 알게 돼서 그도 곤란했다.

두 사람은 삼 년 동안 완벽한 계약을 지켰다. 그리고 그 완벽함이 이제 두 사람을 똑같이 곤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규칙은 순이와 대표를 위해 만들어졌다. 규칙은 윤희와 강석을 위한 자리를 남기지 않았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이, 규칙의 틈에서, 자라고 있었다.

그녀는 그날 밤 계약서를 꺼내 읽었다. 삼 년 전 자기 글씨를. 그리고 셋째 장, 그가 채운 세 줄을. 그 어디에도 이 상황을 위한 조항은 없었다. 계약서는 몸을 위해 쓰였다. 마음을 위한 조항은 두 사람 다 넣지 않았다. 넣을 생각을 못 했기 때문이 아니라, 넣으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볼펜을 들었다. 그리고 넷째 장을 만들었다.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오래 그 빈 종이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