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라는 단어
보류 칸에 삼 년째 있던 단어를, 그녀가 먼저 꺼냈다.
목요일이었다. 하루가 특별히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좋았다. 싱가포르 라운드가 팔 퍼센트에서 마무리됐고, 이사회는 만족했고, 조 부사장조차 오늘은 웃지 않았다. 모든 것이 잘 굴러갔다. 그것이 문제였다. 모든 것이 잘 굴러가면 윤희는 밤에 자기가 사라진 것 같았다. 톱니바퀴가 잘 맞물릴수록 그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아무도 몰랐다.
현관. 귀걸이. 손바닥.
"순이."
"네."
"오늘 표정이 왜 그래."
"…모르겠습니다."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윤희는 잠깐 멈췄다. 순이는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순이는 시키는 것을 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 규칙의 틈이 하나 필요했다.
"…보류 칸에 있는 거요."
강석은 그녀를 봤다. 그는 그 단어를 삼 년 동안 쓰지 않았다. 그녀가 모른다고 했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은 안 썼다.
"걸레."
"네."
"이제 알아?"
"…모르겠어요. 근데 알고 싶어요."
"그건 순이 대답이 아니야." 그가 말했다. "알고 싶다는 건 순이가 하는 말이 아니지. 순이는 알거나 모르거나야."
윤희는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었다. 그 말이 맞았다. 알고 싶다는 것은 대표가 하는 말이었다. 리서치를 시키고, 자료를 받고, 판단하는 사람. 순이는 그런 걸 하지 않았다.
"그럼 대표로 말할게요." 그녀가 말했다. 귀걸이는 그의 주머니에 있었고, 이것은 위반이었다. 하지만 그는 막지 않았다. "그 단어가 왜 보류였는지 이제 알아요. 다른 단어들은 다 내가 아닌 걸 말해요. 암캐, 게으른 년, 멍청한. 나는 그런 게 아니니까 재밌어요. 가짜니까. 그런데 걸레는—"
그녀는 멈췄다. 강석이 기다렸다.
"걸레는 쓰이고 버려지는 거잖아요. 닦고, 짜고, 다시 쓰고. 나는 평생 그 반대였어요. 다들 나를 안 버리려고 했어요. 붙잡고, 모시고, 남겨두려고. 나는 한 번도 버려질까 봐 무서워한 적이 없어요. 무서워할 자격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래서 그게 진짜예요. 다른 단어들이랑 달라요. 그건 내가 진짜로 두려워하는 거예요. 쓸모 있는 채로 버려지는 거."
강석은 오래 조용했다. 주방 시계 소리가 들렸다.
"그러면 안 씁니다."
윤희가 고개를 들었다. "왜요."
"진짜인 건 안 쓴다고 하셨습니다. 계약서에. 걸레가 진짜라면 규칙상 못 씁니다."
그녀는 그 순간 그가 계약서를 얼마나 정확히 기억하는지 알았다. 삼 년 전 식탁에서, 그녀가 '쓸모없는'을 금지한 이유를 말했을 때 그가 조용히 표시했던 그 표시. 그는 그날부터 알았다. 진짜인 것은 이 방에 못 들어온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그녀보다 잘 지켰다.
"…내가 쓰고 싶다는데도요."
"네."
"내가 대표로서 결정하는데도."
"대표님은 여기서 결정 안 하십니다." 강석이 무릎을 굽혀 그녀와 눈을 맞췄다. "그게 이 방의 전부입니다. 대표님이 결정 안 하는 유일한 곳. 그 단어를 대표로 들여오시면 이 방이 무너집니다."
윤희는 눈물이 났다. 오늘은 슬퍼서였다. 처음으로 슬퍼서.
"그럼 나는 그걸 어디서 해요. 버려지는 걸 어디서 연습해요. 나는 그게 필요해요. 나는—"
"버려지는 건 안 시켜드립니다."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화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다른 건 다 시켜드려요. 게으르다고, 멍청하다고, 짐승이라고. 그건 다 가짜니까 시켜드립니다. 그런데 버려지는 건 안 합니다. 그건 순이한테 하는 게 아니라 대표님한테 하는 거니까요. 저는 대표님한테는 그런 거 안 합니다."
"강 기사가 왜 그걸 정해요."
"제가 정하는 게 아닙니다." 그는 안주머니에서 진주를 꺼냈다. 아직 끝낼 시간이 아니었는데. "대표님이 삼 년 전에 정하셨습니다. 진짜인 건 안 쓴다고. 저는 그 계약서 지키는 사람일 뿐입니다. 오늘 대표님이 그걸 어기려고 하셔서, 제가 대신 지켰습니다."
그는 진주를 그녀의 손바닥에 놓았다. 오늘은 여기까지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끝냈다.
"…아직 안 했잖아요."
"오늘은 순이를 부를 수가 없습니다. 대표님이 안 나가셨어요." 그는 일어섰다. "귀걸이 거세요."
윤희는 귀걸이를 걸었다. 손이 떨렸다. 삼 년 동안 이 남자는 그녀를 카펫에, 조리대에, 침실 바닥에 엎어놓았다. 그런데 오늘, 그녀가 스스로 무릎 꿇고 진짜로 버려지고 싶다고 했을 때, 그는 그것을 거절했다. 모욕은 다 해줬는데 그것만은 안 했다.
그는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 이십 분. 위스키는 없었다. 그냥 옆에 앉았다.
"강 기사."
"네, 대표님."
"강 기사는 나를 안 버릴 거예요?"
그는 앞을 봤다. 그 질문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순이의 것도 대표의 것도 아니었다.
"저는 기사입니다." 그가 말했다. "기사는 태우고 내려드립니다. 버리지 않습니다. 버리는 건 다른 직업입니다."
윤희는 웃었다. 눈물이 났는데 웃었다. 그것은 대답이 아니었고 대답이었다. 그는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런 단어는 그의 세 줄 안에 없었다. 대신 그는 자기 직업으로 대답했다. 나는 태우고 내려드리는 사람이고, 그것이 내가 당신을 다루는 방식이다.
그날 밤 그녀는 오래 잠들지 못했다. 그가 거절한 단어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그것을 거절한 방식 때문이었다. 그는 그녀보다 그녀의 계약서를 더 잘 지키고 있었고, 그것은 그가 그녀를 순이로만 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순이라면 아무 단어나 시켰을 것이다. 그는 순이 뒤에 있는 사람을 지켰다. 그 사람의 이름을 그는 알았다. 윤희. 끝내는 단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리고 그 사람은, 그 남자가 자기를 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삼 년 만에 처음으로 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