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이사의 실수
문제는 박 이사가 강석에게 반말을 하면서 시작됐다.
수요일 저녁, 세온바이오 창립 기념 만찬이 신라호텔에서 있었다. 윤희는 참석했고, 강석은 지하 주차장에서 대기했다. 만찬은 예정보다 길어졌고, 열 시가 넘어서야 파했다. 박 이사는 취해 있었다. 그는 예순한 살이었고, 초기 투자자였고, 이 회사가 아직 이름도 없을 때 돈을 넣은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그는 십오 년째 매 회의에서 상기시켰다.
주차장에서 그는 윤희보다 먼저 내려왔다. 강석이 차 문 옆에 서 있었다.
"어이, 기사. 차 빼놔. 내가 대표 좀 태워 갈 데가 있어."
강석은 움직이지 않았다.
"박 이사님, 대표님 차는 대표님 차입니다."
"뭐?" 박 이사가 웃었다. "야, 너 몇 년 됐냐. 내가 이 회사에 낸 돈이 얼만데 기사 새끼가—"
그때 윤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녀는 그 문장의 뒷부분을 들었다. 그녀는 십오 년 동안 박 이사의 저 웃음을 봤다. 그리고 육 년 동안 강석의 저 자세를 봤다. 두 사람이 한 프레임에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박 이사님." 그녀의 목소리는 회의실 목소리였다. "제 기사한테 하실 말씀이 있으면 저한테 하세요."
"아이, 윤 대표. 내가 뭐 그런 게 아니고." 박 이사는 손을 저었다. "요즘 애들이 위아래를 몰라서. 내가 좀 가르쳐주려고—"
"강 기사는 위아래를 정확히 압니다." 윤희가 말했다. "박 이사님보다 정확해요."
주차장이 조용해졌다. 박 이사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이 초. 작년의 조 부사장보다 느렸다.
"…그게 무슨 뜻이야."
"강 기사는 자기가 누구 밑에 있는지 알고, 그걸 매일 지켜요. 이사님은 오늘 그걸 잊으셨고요." 그녀는 뒷문 쪽으로 걸었다. "대리 불러드릴까요? 이 시간에 운전하시면 안 됩니다."
박 이사는 무언가 말하려다 말았다. 그는 취했지만 바보는 아니었고, 바보가 아닌 사람은 그 순간 물러설 줄 알았다. 그는 자기 차로 걸어갔다.
강석이 뒷문을 열었다. 윤희가 탔다. 문이 닫혔다. 차가 지하에서 올라와 강변북로에 올랐을 때 그녀는 창밖을 보고 있었고, 그는 앞을 보고 있었다.
한참 뒤에 그녀가 말했다.
"강 기사."
"네, 대표님."
"아까 그거, 회사 일이에요. 미안해할 거 없어요."
"미안하지 않습니다."
"그럴 줄 알았어요."
또 한참. 강이 지나갔다.
"강 기사는 화 안 났어요? 새끼라고 했는데."
룸미러의 눈이 잠깐 그녀를 봤다.
"차 안에서는 화 안 납니다."
윤희는 웃었다. 그것은 정말로 그의 대답이었다. 화를 참는다는 게 아니라, 차 안에서는 화라는 감정 자체가 그의 것이 아니라는 것. 그는 이 안에서 기사였고, 기사는 박 이사 같은 사람에게 화를 내는 직무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 밤, 현관에서, 그녀가 귀걸이를 빼려고 손을 올렸을 때 그가 처음으로 그 손을 잡았다.
"오늘은 아닙니다."
윤희는 멈췄다. "왜요."
"오늘 대표님은 저를 지키셨습니다. 그 상태로 순이가 되시면 안 됩니다."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순이는 아무도 못 지켜요." 그는 그녀의 손을 놓았다. "그런데 오늘 대표님은 지키셨어요. 그걸 지운 채로 시작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은 그냥 술 한잔 하십시오. 제가 따라드리겠습니다. 대표님으로."
그녀는 그를 봤다. 이런 일은 계약서에 없었다. 그가 시작을 거절한 것은 처음이었다.
"…규칙 위반 아니에요?"
"제 규칙입니다. 제가 정하고 제가 어깁니다."
그날 밤 그들은 소파에서 위스키를 마셨다. 그는 기사 재킷을 벗었지만 순이의 주인이 되지도 않았다. 그 사이의 무언가로, 그녀 옆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박 이사 얘기를 했고, 십오 년 전 그가 처음 돈을 넣던 날 얘기를 했고, 그때 자기가 서른셋이었다는 얘기를 했다. 강석은 들었다. 룸미러 없이, 그녀를 똑바로 보고.
"강 기사는 이런 거 재미없죠."
"아닙니다."
"진짜?"
"대표님이 말씀하시는 걸 육 년 만에 처음 듣습니다." 그는 잔을 채웠다. "차 안에서는 대표님이 전화만 하셨으니까요."
윤희는 그 말에 잠깐 멈췄다. 육 년. 그는 그녀의 육 년을 뒷좌석에서 들었다. 통화만. 그녀가 누구인지는 그 통화들 사이의 침묵에서만 봤을 것이다.
"강 기사는 어때요. 옥수동 산다고 했죠. 혼자?"
"네."
"결혼은—"
"안 했습니다." 그는 잔을 내려놓았다. "대표님, 이건 순이한테 하는 질문이 아니고 저한테 하는 질문입니다."
"네. 강 기사한테요."
"그러면 대답하겠습니다." 그는 잠깐 창밖을 봤다. "한 번 할 뻔했습니다. 십 년 전에. 그 사람이 저한테 뭘 좀 시켜주면 좋겠다고 했었습니다. 저는 시키는 걸 잘하는데, 시킴 받는 걸 못 합니다. 그래서 안 됐습니다."
윤희는 잔을 두 손으로 쥐었다. 그 말 안에 무언가가 있었다. 그가 육 년 동안 한 어떤 말보다 많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다. 순이의 상자에도, 대표의 상자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일이 강 기사한테 맞아요?"
"맞습니다."
"나한테도 맞고요."
"그건 대표님이 아십니다."
그녀는 안다고 생각했다. 삼 년 동안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밤, 위스키 두 잔 뒤에, 그가 재킷을 입고 나간 뒤에, 그녀는 소파에 혼자 앉아서 처음으로 확신이 흔들렸다. 그녀가 순이가 되고 싶은 건 확실했다. 그런데 그 옆에 다른 것이 자라고 있었다. 순이도 대표도 아닌 자리에서, 위스키를 따라주고 십 년 전 얘기를 들려주는 남자를 기다리는 무언가가.
그것은 계약서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계약서에 없는 것을 두려워하는 법을 스무 살 이후로 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