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가 오는 날

딸이 예고 없이 귀국한 것은 금요일 오후였다.

윤희는 회의 중에 문자를 받았다. 엄마 나 인천이야 깜짝 놀랐지 오늘 집에서 잘게. 그녀는 회의를 정확히 십 분 만에 마쳤고, 열한 명은 대표가 오늘 무언가 좋은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좋은 일이었다. 지수를 넉 달 만에 봤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였다. 금요일은 강석이 오는 날이었다.

그녀는 차 안에서 그에게 말할 방법을 생각했다. 뒷좌석에서. 그런데 차 안에서는 그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 그것은 순이의 일이었고, 차 안에는 순이가 없었다. 그녀는 규칙의 완벽함이 지금 자기를 얼마나 곤란하게 하는지 처음으로 느꼈다.

집 근처에서 그녀는 결국 말했다. 차 안에서. 위반이었다.

"강 기사. 오늘 딸이 집에 있어요."

룸미러의 눈이 잠깐 그녀를 봤다. 그는 무슨 뜻인지 알았다.

"그러면 오늘은 모시고 안 올라가겠습니다."

"…미안해요."

"미안할 일 아닙니다." 그는 아파트 앞에 차를 세웠다. "대표님, 이건 차 안이라 순이 얘기는 못 합니다. 그런데 하나만 여쭤도 됩니까."

"네."

"따님한테 저는 누굽니까."

윤희는 잠깐 말이 막혔다. "…기사요. 엄마 회사 기사."

"그러면 그대로 하겠습니다." 그는 차에서 내려 문을 열었다. "안녕히 들어가십시오, 대표님.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그것은 완벽하게 정상적인 인사였다. 지난 육 년 동안 수천 번 한 인사. 그런데 윤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그 인사가 이상하게 아팠다. 그가 물러서는 방식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흠잡을 데가 없어서 아팠다. 그는 순이의 세계에서 대표의 세계로, 아무 흔적 없이, 완벽하게 물러났다. 그렇게 완벽하게 물러날 수 있다는 것은, 그가 그 두 세계를 얼마나 철저히 분리해두었는지의 증거였다. 그리고 윤희는 처음으로, 그 분리의 바깥에 자기 자리가 있는지 궁금했다.

지수는 소파에서 자고 있다가 일어났다. 스물넷. 윤희를 반쯤 닮았고 반쯤은 십 년 전에 떠난 남편을 닮았다. 두 사람은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지수가 학교 얘기를 했고, 남자친구 얘기를 조금 했고, 윤희는 들었다. 회사에서 스무 년 동안 갈고닦은 그 듣는 기술로. 상대가 말하게 하고, 판단을 미루고, 요약하지 않는 기술로.

"엄마."

"응."

"엄마는 요즘 안 외로워?"

윤희의 젓가락이 잠깐 멈췄다. 지수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걸 갑자기 물었다. 회의에서는 아무도 이런 걸 묻지 않았다.

"왜 그런 걸 물어."

"그냥. 아빠 가고 십 년이잖아. 엄마 회사만 하고." 지수가 다리를 끌어안았다. "나는 엄마가 누구한테 기대는 거 한 번도 못 봤어. 엄마는 항상 기댈 수 있는 쪽이잖아. 그게 좀… 무섭더라고. 사람이 그렇게만 살 수 있나."

윤희는 딸을 봤다. 이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을까. 그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진실은 이 방에 들여올 수 없었다. 나는 매주 금요일 밤에 우리 회사 기사한테 무릎을 꿇는다. 그는 나한테 게으른 년이라고 하고, 나는 그때만 숨을 쉰다. 그게 내가 기대는 방식이다. 그 말은 지수의 세계에 존재할 수 없는 문장이었다.

"…안 외로워." 윤희가 말했다. "엄마도 기대는 데가 있어."

"어디?"

"그건 말 못 해."

지수가 눈을 크게 떴다. "엄마 뭐야, 남자 있어?"

윤희는 웃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런데 그 대답을 하면서, 그녀는 그것이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남자가 있었다. 매주 금요일. 그런데 '남자가 있다'는 것과 그것 사이에는 이름 붙일 수 없는 거리가 있었다. 강석은 그녀의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그녀에게 이름을 주지 않았고 자기 이름도 주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순이로 불렀고 자기는 시키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것은 관계가 아니었다. 그것은 계약이었고, 서비스였고, 완벽하게 협상된 상호 필요였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다. 삼 년 동안.

그런데 오늘 그가 "따님한테 저는 누굽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 질문에는 시키는 사람의 것이 아닌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자기가 그녀의 삶에서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서비스 제공자는 그런 걸 묻지 않는다. 서비스 제공자는 자기 자리를 안다.

밤에 지수가 잠든 뒤, 윤희는 베란다에 나가 옥수동 쪽을 봤다. 어느 불빛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생각했다. 열아홉 평 어딘가에서. 금요일 밤인데 금요일이 취소된 채로. 그도 이 밤을 다르게 보내고 있을까. 아니면 그에게 금요일은 그냥 근무의 연장이고, 오늘은 근무가 하나 빠진 것뿐일까.

그녀는 그것을 알 방법이 없었다. 그것을 물을 수 있는 자리가 두 사람 사이에 없었다. 차 안에서는 순이 얘기를 못 하고, 집에서는 대표 얘기를 못 했다. 그리고 그 두 곳 바깥에, 그냥 윤희와 강석이 만나는 자리는—

없었다.

그들은 그 자리를 한 번도 만들지 않았다. 그것이 규칙을 그렇게 완벽하게 만든 이유였다. 규칙에 틈이 없다는 것은,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는 곳도 없다는 뜻이었다.

윤희는 그날 밤 처음으로, 자기가 만든 계약서의 완벽함이 하나의 감옥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특히 그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