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는 낮의 것
벽을 보고 무릎을 꿇은 채 윤희는 주방에서 물 끓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녀의 집에서, 그녀의 찻잎으로, 그녀가 알몸으로 침실 바닥에 꿇어 있는 동안. 시계는 볼 수 없었다. 손은 뒤로 모아져 있었고 돌아보는 것은 금지였다.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고, 그 아픔이 어디까지 갈지 세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었다. 그것이 요점이었다. 할 일이 없는 것. 회사에서 그녀에게 할 일이 없었던 순간은 지난 이십 년 동안 한 번도 없었다.
발소리가 들렸을 때 그녀는 어깨가 먼저 반응하는 것을 느꼈다. 돌아보지 않았다.
"잘 있었네."
"네."
"뭐 하고 있었어."
"…기다렸습니다."
"그거 말고. 머릿속에서."
윤희는 잠깐 멈췄다. 거짓말은 금지 목록에 없었지만 그와 하는 거짓말은 어차피 통하지 않았다. 육 년 동안 룸미러로 그녀의 얼굴을 본 남자였다.
"…3분기 마감을요."
뒤에서 짧은 숨소리가 났다. 웃은 것이었다.
"순이가 3분기를 알아?"
"모릅니다."
"그럼 누가 생각한 거야."
"…윤 대표가요."
"윤 대표 여기 없어. 귀걸이 내 주머니에 있잖아." 그의 손이 그녀의 머리 위에 얹혔다. 무겁지 않았다. "생각하지 마. 순이는 생각 안 해. 순이는 시키는 거 해. 알았어?"
"네."
"돌아서. 무릎으로."
그녀가 돌아서자 그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셔츠 소매를 두 번 접어 올렸고, 재킷은 없었다. 그녀는 침대에 앉은 그를 보고 자기가 왜 바닥에 있는지를 다시 알았다. 침대는 윤 대표가 자는 곳이었다. 그는 거기 앉을 수 있었고 그녀는 없었다. 그 차이가 방 전체를 기울였다.
"이리 와. 다리 벌리고 앉아서 뭐가 보이는지 말해."
그녀는 무릎을 벌리고 앉았다. 그의 시선이 어디로 가는지 알았다.
"…구멍입니다."
"누구 거."
"순이 거요."
"틀렸어."
윤희는 다시 생각했다. 그는 이름을 원하지 않았다. 주인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름이었다. 그렇다면 남는 답은 하나였다.
"…제 것이 아닙니다."
"맞아." 그가 벨트를 풀었다. "오늘 네 몸에서 쓸 데 있는 건 하나야. 입. 나머지는 나중에."
그는 그녀를 끌어당겨 자기 다리 사이에 무릎 꿇게 하고 바지를 내렸다. 이미 서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보고 이상한 안도감을 느꼈다. 그가 차를 마시면서 이렇게 되어 있었다는 것. 완벽하게 무심한 척하는 남자가 사실은 부엌에서 이것을 참고 있었다는 것. 그것은 그녀만 아는 사실이었고, 그녀는 그것을 입 안에 넣었다.
"손 뒤로. 입만."
그녀는 입만으로 했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잡지 않았다. 대신 핸드폰을 꺼냈다. 그녀의 입 안에 자기를 넣은 채로, 뉴스를 읽었다. 그녀는 위를 올려다봤고 그는 화면을 보고 있었다.
그것이 가장 견딜 수 없었다. 보지 않는 것. 그녀가 목구멍 끝까지 그를 받아내고 침이 턱으로 흘러도 그가 스크롤을 넘기는 것. 회사에서 그녀가 입을 열면 열한 명이 그녀만 봤다. 여기서 그녀가 입을 이렇게 벌려도 그는 환율을 확인했다.
"더 깊이. 소리 나게."
그녀는 소리를 냈다. 목이 막혔고 눈물이 났고 그는 여전히 화면을 봤다. 그러다 한 손이 내려와 그녀의 뒤통수를 잡았고, 그때부터는 그가 썼다. 그녀의 입을. 도구처럼. 그녀는 숨을 세다가 세는 걸 잊었다.
"잘하네. 이건 잘해." 그가 그녀를 뺐다. 침이 실처럼 이어졌다. 그는 엄지로 그녀의 턱을 닦아줬다. 그 손길은 부드러웠고, 부드러운 것과 그가 다음에 한 말은 아무 모순 없이 나란히 있었다. "입은 쓸 만해. 나머지 보자. 엎드려. 바닥에. 엉덩이 들고."
그녀는 엎드렸다. 침대 옆 카펫 위에. 그가 뒤로 왔고, 손바닥으로 그녀를 위에서 아래로 한 번 쓸었고, 젖은 소리가 났다.
"너 이거 봐. 빨기만 했는데 이렇게 흘려. 게으른 년.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이 꼴이야."
윤희는 카펫에 이마를 댔다. 게으르다는 말.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고 밤 열한 시에 마지막 메일을 보내는 사람에게 게으르다는 말. 그 말이 이렇게 젖게 한다는 걸 삼 년 전에는 몰랐다.
그가 들어왔다. 한 번에, 끝까지. 그녀는 소리를 냈고 그는 멈추지 않았다.
"세."
"하나— 둘— 셋—"
일곱에서 틀렸다. 여덟을 두 번 말했다.
"틀렸잖아. 멍청하게 세지도 못하는 년."
"죄송— 합니다—"
"다시 하나부터."
그녀는 다시 하나부터 셌고 다섯에서 무너졌다. 숫자가 안 나왔다.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잡고 있었고, 속도가 빨라졌고, 그녀는 아무 숫자도 아닌 소리를 냈다.
"싸고 싶어?"
"네— 네—"
"물어봐."
"싸도 됩니까—"
"안 돼."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이를 물었다. 온몸이 그 한 곳으로 몰려가는데 허락이 없었다. 그녀는 이십 년 동안 허락을 구한 적이 없었다. 허락은 그녀가 주는 것이었다. 지금 그것을 구했고, 거절당했고, 거절당한 채로 계속 쓰이고 있었다.
"…보고."
그는 멈췄다. 즉시. 완전히. 움직임도 손도.
"괜찮아?"
다른 목소리였다. 차 안의 목소리도, 이 방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그 사이 어딘가.
윤희는 숨을 골랐다. 너무 빨랐던 것뿐이었다. 몸이 아니라 머리가. 허락 없이 가는 것을 몸은 참을 수 있었는데 머리가 순간 공황을 냈다. 그녀는 그것을 정확히 알았고, 그것을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기다렸다.
"…괜찮아요. 계속."
"확실해."
"네."
"뭐라고 해야 돼."
"…계속해주세요. 순이 계속 쓰세요."
그가 다시 움직였다. 처음보다 느리게, 그러다 다시 빠르게. 그리고 한참 뒤에, 그녀가 두 번째로 물었을 때—
"싸도— 됩니까—"
"싸. 암캐. 누가 쓰는지 알면서 싸."
윤희는 카펫에 소리를 지르며 왔다. 다리가 떨렸고 팔이 무너졌고 그가 뒤에서 그녀를 붙잡아 그 자세를 유지시켰다. 그녀가 끝나기 전에 그가 빠져나왔고, 뜨거운 것이 그녀의 등과 허리에 떨어졌다.
"움직이지 마. 식을 때까지."
그녀는 엎드린 채 그것이 식는 것을 느꼈다. 침대 시트에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침대는 낮의 것이었다.
그가 따뜻한 수건을 가져왔다. 등을 닦아줬고, 다리 사이를 닦아줬고, 이마의 땀을 닦아줬다. 그리고 그녀 옆 바닥에 앉았다. 침대에 앉지 않았다. 이십 분이었다.
"3분기요." 윤희가 바닥에 누운 채 말했다. "연구소 쪽 비용이 예상보다 십이 퍼센트 넘었어요."
"네."
"근데 그건 내년 상반기에 회수돼요. 그러니까 이번 분기에 다 잡을지, 나눠서 잡을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몰라요." 그녀는 천장을 봤다. "지금은 순이라서."
강석은 안주머니에서 진주를 꺼냈다. 그녀가 손을 내밀었고, 그가 하나씩 놓았다.
"이제 아세요?"
윤희는 귀걸이를 걸었다. 왼쪽, 오른쪽.
"나눠서 잡아요. 내일 아침 CFO한테 말할게요."
"네, 대표님."
그는 재킷을 입었다. 그녀는 바닥에 앉은 채 그가 나가는 것을 봤다. 그러고 나서 침대에 올라갔다. 자기 침대였다. 시트는 깨끗했다. 그녀는 순이가 남긴 것이 하나도 없는 침대에서 여덟 시간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