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조, 용어의 정의

단어 협상은 귀걸이를 낀 채로 했다. 그것이 윤희의 첫 조건이었다.

"이건 순이가 아니라 내가 하는 거예요. 순이는 계약서를 쓸 줄 몰라요."

식탁 위에 A4 두 장이 놓였다. 왼쪽 열에 허용, 오른쪽 열에 금지, 아래에 보류. 그녀는 이런 표를 이십 년 동안 수천 장 만들었다. 인수 조건, 라이선스 범위, 해고 사유. 강석은 맞은편에 앉아 그 표를 내려다봤다. 그는 표 앞에서 이렇게 앉아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처음 보는 종류의 진지함이었고, 처음 보는 종류의 웃음이 그 진지함 아래에 깔려 있었다.

"위에서부터."

"암캐." 윤희는 자기 손으로 쓴 글자를 손톱으로 짚었다. "허용."

"이유를 물어도 됩니까."

"짐승 이름이에요. 짐승은 책임이 없어요." 그녀는 잠깐 멈췄다. "그리고 짐승은 먹이를 주는 사람이 있죠."

강석은 아무 표정도 짓지 않고 다음 줄을 봤다.

"구멍."

"허용. 부위 이름이잖아요. 내가 전체가 아니라 부위가 되는 거. 전체는 너무 많은 걸 결정해야 해요. 부위는 하나만 하면 되죠."

"게으른 년."

윤희가 웃었다. 진짜 웃음이었다. "그거는 꼭 넣어주세요. 평생 한 번도 못 들어본 말이라서요. 사람들이 나한테 제일 안 하는 말이에요."

"멍청한."

"조건부." 그녀는 볼펜으로 옆에 작게 적은 글씨를 가리켰다. "몸에 대해서만. '멍청하게 싸는 년'은 돼요. '멍청한 결정'은 안 돼요. 결정은 낮에 하는 거고, 낮 것은 여기 못 들어와요."

"그럼 오른쪽으로 가겠습니다."

오른쪽 열은 짧았지만 글씨가 더 진했다.

"창녀. 금지."

"이유는."

"없어요." 윤희는 그를 똑바로 봤다. "그냥 싫어요. 이유 대라고 하면 만들 수는 있는데 그건 거짓말이 될 거예요."

"이유 없는 게 가장 좋은 이유입니다." 강석이 말했다. "이유가 있는 건 나중에 반박이 되니까요."

그녀는 볼펜을 잠깐 멈췄다. 회사에서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여러 회의가 짧아졌을 것이다.

"쓸모없는. 금지."

이번에는 그가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녀가 먼저 말했다.

"그건 진짜라서요. 진짜인 건 여기 못 들어와요. 여기 들어오는 건 다 가짜여야 해요. 내가 암캐가 아니니까 암캐가 되는 거예요."

"늙은. 금지."

"그건 사실이고요." 윤희는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은 모욕이 아니에요. 그냥 사실이죠. 재미없어요."

강석은 그 줄 옆에 자기 볼펜으로 작게 표시를 했다. 무슨 표시인지 그녀는 묻지 않았다.

"가족에 관한 것 전부. 금지. 그리고 그 시간에 내 이름은 부르지 않는 거예요. 윤희라고 부르면 끝난 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직함은 어떻게 합니까."

"금지. 단—" 그녀는 아래쪽 보류 칸을 짚었다. "비교로는 쓸 수 있어요. '윤 대표는 이렇게 안 하지'. 그건 돼요. 그게 핵심이니까."

"알겠습니다."

"이제 정지어."

그녀는 마지막 줄을 읽었고, 강석은 처음으로 소리를 내어 웃었다. 육 년 동안 그녀는 그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회의'입니까."

"내 인생에서 모든 걸 멈추는 유일한 단어예요. 저녁 약속도, 병원도, 딸 전화도 그 단어 앞에서는 다 멈췄어요. 그러니까 이제 그 단어가 나를 위해 멈춰줘야죠. 속도를 늦추는 건 '보고'. 말을 못 할 상황이면 두 번 두드리기."

"좋습니다."

"그럼 이제 강 기사 차례예요. 빈 칸."

강석은 자기 앞에 놓인 종이를 그녀 쪽으로 돌렸다. 세 줄이었다. 그는 언제나 세 줄이었다.

목 위, 손목 아래, 자국 남기지 않음. 낮이 있으니까.
그 시간의 단어는 낮에 절대 쓰지 않음. 농담으로도.
끝난 뒤 이십 분. 나가기 전에 대표님은 저와 앉아 있어야 함.

"세 번째는 필요 없어요."

"그건 협상 대상이 아닙니다."

윤희는 볼펜을 내려놓았다. 이십 년 동안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들은 적이 손에 꼽았고, 그때마다 그녀는 그 말을 한 사람을 이겼다. 지금은 이기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얼마나 낯선 감각인지 그녀는 식탁 아래에서 손가락을 오므리며 느꼈다.

"…알겠어요. 이십 분."

"그리고 하나 더. 저는 이름이 필요 없습니다."

"뭐라고 부르라고 안 할 거예요?"

"이름은 대표님 몫입니다. 저는 그냥 시키는 사람입니다."

그녀는 그 말을 오래 봤다. 무언가 걸렸지만 어디에 걸렸는지 몰랐다. 그날은 그냥 넘어갔다. 그것이 걸린 자리를 찾는 데 삼 년이 걸렸다.

"두 부 만들어서 각자 보관해요." 윤희는 사인했다. 두 장 다. "공증은 못 하겠네요."

강석은 자기 몫을 넷으로 접어 재킷 안주머니에 넣었다. 진주가 들어갈 자리였다.

그리고 그녀는 귀걸이를 뺐다.

"순이."

"네."

"앉아. 그 의자에. 다리 벌리고."

그녀는 식탁 의자에 앉았다. 스커트 아래로 그의 시선이 들어왔고, 그녀는 스타킹을 벗고 팬티를 내리고 다시 앉았다. 식탁 위에 그녀의 계약서가 있었다. 그가 그것을 집어 들었다.

"만져. 내가 읽을 테니까, 한 단어마다 '네' 해."

윤희는 손을 내렸다. 자기 손이었다. 회의실에서 펜을 쥐는 손, 사인을 하는 손이 지금 자기 다리 사이에서 축축한 소리를 냈다. 그는 종이를 들고 읽기 시작했다. 임원 회의 자료를 읽듯이, 억양 없이.

"게으른 년."

"…네."

그녀는 웃음이 터졌고, 웃음이 터진 채로 손가락이 미끄러졌고, 그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이 집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구멍."

"네."

"멍청하게 싸는."

"네—"

손가락이 빨라졌다. 그는 종이 너머로 그녀를 보지 않았다. 종이만 봤다. 그녀는 그것이 더 견딜 수 없었다. 보지도 않는다는 것. 자기가 이 식탁 앞에서 무슨 꼴을 하고 있는지 그가 굳이 확인할 필요조차 없다는 것.

"암캐."

윤희는 그 단어에서 왔다. 의자 위에서 허리가 꺾이고 다리가 오므려지고 소리가 났다. 소리는 길었고 낮았고 한 번도 회사 건물 안에서 난 적 없는 소리였다. 그가 종이를 내려놓았다.

"내가 싸라고 했어?"

"…아니요."

"그럼 뭐야."

"…멍청하게 싼 년입니다."

"맞아." 강석은 그녀의 젖은 손을 잡아 그녀 자신의 입에 넣었다. "핥아. 순이는 뒷정리 스스로 해."

그녀는 자기 손가락을 핥았다. 자기 계약서를 앞에 두고, 자기 식탁에서, 자기 손가락을.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이 두 장의 종이가 지금까지 자기가 사인한 어떤 계약보다 정확하다는 것을 알았다. 위반하면 어떻게 되는지, 누가 집행하는지, 무엇이 종료 사유인지 전부 명확했다.

이십 분 뒤, 진주를 돌려받고 소파에 앉아서, 그녀는 그의 옆에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보류 칸에 하나 있었습니다."

"걸레요."

"네."

"그건… 아직 모르겠어요."

"모르는 건 안 씁니다."

"알아요." 윤희는 자기 손을 봤다. "언젠가 알게 될지도요."

강석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섰다. 이십 분이었다. 정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