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미러

그날은 세 사람이 그녀에게 무언가를 원했고, 세 사람 모두 그녀가 어떤지는 묻지 않았다.

첫 번째는 싱가포르의 투자자였다. 여덟 시 사십 분 콜에서 그는 다음 라운드 밸류에이션을 이십 퍼센트 깎자고 했고, 윤희는 사십 분 동안 그것을 팔 퍼센트로 만들었다. 콜이 끝나고 미주 실장이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했다. 수고했다는 말은 어떤지 묻는 말이 아니었다.

두 번째는 딸이었다. 보스턴은 밤이었고, 지수는 스물넷이었고, 전화의 용건은 다음 학기 등록금이 올랐다는 것이었다. 윤희는 알겠다고 했다. 지수는 "엄마 바쁘지? 끊을게"라고 했다. 바쁘냐는 것도 어떤지 묻는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통화를 끝내는 말이었다.

세 번째는 조 부사장이었다. 그는 오후 네 시에 노크 없이 들어와서 웃으며 말했다. "대표님, 박 이사님이랑 지난주에 저녁 했는데, 대표님 얘기 많이 하시더라고요. 좋은 얘기요." 좋은 얘기라는 말을 그렇게 하는 남자를 그녀는 스무 년 동안 여럿 봤다. 그들은 대개 일 년 안에 회사를 떠났다. 대개는.

여섯 시 십 분, 지하 주차장. 강석이 문을 열었다.

"대표님."

"네."

차가 올림픽대로에 올라갔을 때 윤희는 태블릿을 열지 않았다. 창밖을 봤다. 강이 있었고 강 위에 불빛이 있었고 그 불빛이 어디로도 가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 오른손이 올라가는 것을 늦게 알았다. 손이 귀에 닿았다. 진주. 손가락이 그 아래 잠금장치를 찾았다.

룸미러에 그의 눈이 있었다.

"대표님."

"…네."

"안전벨트 매셨습니까."

그녀는 매고 있었다. 그도 알았다. 그것은 벨트에 관한 말이 아니었다. 삼 년 전 강남대로에서 그가 골랐던 첫 번째 명령, 차 안에서 그가 그녀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종류의 명령. 그는 그것으로 말하고 있었다. 지금 그 손을 내리십시오. 여기는 차 안입니다. 저는 기사입니다.

윤희는 손을 내렸다. 그리고 웃었다. 소리 내어.

"매고 있어요."

"네."

"강 기사."

"네, 대표님."

"오늘 하루 어땠는지 물어볼 생각은 없죠."

룸미러의 눈이 앞을 봤다. 차선을 바꿨다. 그는 한참 뒤에 말했다.

"차 안에서는 없습니다."

그녀는 그 대답이 얼마나 정확한지 생각했다. 그는 안 묻겠다고 하지 않았다. 여기서는 안 묻겠다고 했다. 그 차이를 그녀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계약서는 장소를 정의했고 그는 그 정의를 지켰고, 정의를 지킨다는 것은 그 바깥에 다른 장소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나머지 이십 분 동안 강을 봤다. 손은 무릎 위에 있었다.

현관. 귀걸이. 손바닥. 닫히는 손가락.

"순이."

"네."

"오늘 뭐 했어."

이번에는 그녀도 알았다. 순이는 하루가 없었다. 회의도, 콜도, 딸도, 부사장도.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맞아. 그러니까 오늘도 아무것도 안 해."

윤희는 그를 올려다봤다. 그는 그녀의 옷을 벗기지 않았다. 스스로 벗으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 거실로 데려가서 카펫에 눕혔다. 옷을 입은 채로. 그러고 나서 자기가 벗겼다. 단추 하나씩, 그녀의 손이 도우려고 올라올 때마다 그 손을 잡아 다시 바닥에 놓았다.

"순이는 아무것도 안 하는 년이야. 손 내려."

"…네."

블라우스가 벌어졌고 브래지어가 위로 밀렸고 스커트가 허리까지 올라갔다. 그는 옷을 다 벗기지 않았다. 반쯤 벌어진 채로, 흐트러진 채로 두었다. 개켜진 옷은 없었다. 그것도 그가 한 선택이었다. 오늘 그녀는 자기 옷마저 정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의 손이 시작했다. 느리게. 가슴을, 배를, 허벅지 안쪽을. 그녀가 허리를 들자 그가 눌렀다.

"움직이지 마. 누가 움직이라고 했어."

"…아무도요."

"그럼 왜 움직여. 게으른 년이 누워서 그것도 못 해?"

그녀는 웃음과 신음이 동시에 나오는 걸 참았다. 참는 것도 하는 것이었다. 그가 그것도 알아차렸다.

"참지도 마. 소리 나면 나는 거야. 순이가 뭘 참아."

손가락이 들어왔다. 하나, 그리고 둘.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안에서 천천히, 그녀가 어디서 반응하는지 이미 다 아는 손으로, 그녀를 가까이 데려갔다가 놓았다. 가까이, 그리고 놓았다. 세 번째에 그녀가 소리를 냈다.

"제발—"

"뭘 제발."

"싸게— 해주세요—"

"안 돼. 넌 오늘 아무것도 안 했어. 아무것도 안 한 년이 뭘 받아."

그녀는 카펫을 손으로 쥐었다. 그것도 하는 것이었다. 그가 그 손을 폈다.

"손도 펴. 뭘 쥐어."

네 번째. 다섯 번째.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몰랐다. 그녀는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고 그것을 얻는 방법도 알았다. 회의실에서라면 그 방법을 썼을 것이다. 지금은 그 방법이 전부 금지였다. 요구하는 것, 설득하는 것, 협상하는 것, 몸을 움직이는 것. 남은 것은 누워서 받는 것뿐이었다.

여섯 번째에 눈물이 났다. 아프지 않았다. 슬프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 눈물이 어디서 오는지 알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스무 년 동안 하지 않았던 것을 지금 하고 있었고, 그것은 사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장 어려운 것이었다.

"우네." 그가 손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 "울어도 돼. 그건 하는 거 아니야. 그건 나는 거야."

"…네."

"오늘 뭐 했어, 순이."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다시."

"순이는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그래. 그러니까 싸."

그녀는 왔다. 눕혀진 채로, 옷이 반쯤 벌어진 채로, 손을 펴고, 카펫 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가 안에서 손가락을 빼지 않았고 그녀는 그 손 위에서 오래 떨렸다. 끝났을 때 그녀는 천장을 보고 있었고 그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보고 있었다.

이십 분.

그는 그녀의 옷을 다시 입혔다. 브래지어를 내리고 블라우스 단추를 채웠다. 순서대로. 그녀는 그것도 가만히 받았다.

"강 기사."

귀걸이는 아직 그의 주머니에 있었다. 그러니까 이 이름은 규칙 위반이었다. 그가 그녀를 봤다.

"순이."

"…네."

"순이가 물을 게 있으면 어떻게 하지."

"물어봅니다."

"물어봐."

윤희는 천장을 보고 물었다.

"괜찮아라고 물어본 게, 그때 딱 한 번이었어요. 보고, 했을 때."

"네."

"다른 데서는 안 물어요."

"차 안에서는 없습니다."

"차 안 말고요. 어디서도."

그는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진주가 나왔고, 그녀의 손바닥에 놓였다. 그것이 끝이라는 뜻이었다. 그녀는 귀걸이를 걸었다.

"대표님."

"네."

"오늘 어떠셨습니까."

윤희는 그를 봤다. 현관도 아니고 차도 아니고, 귀걸이를 낀 채로 거실 카펫 위에 앉아서. 그 질문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순이에게 하는 것도, 대표에게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규칙의 틈에 딱 하나 남겨둔 자리였다.

"…별로였어요."

"네."

"근데 지금은 괜찮아요."

"네, 대표님."

그는 재킷을 입었다. 그녀는 그가 나간 뒤에 그 질문이 어디에 속하는지 생각했다. 계약서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니까 그것은 그가 자기 몫으로 남겨둔 것이었다. 이름이 필요 없다고 한 남자가, 이름 대신 가져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