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대의 높이
아홉 시 사십 분에 집에 들어왔고, 점심 이후로 먹은 것은 커피 세 잔이었다.
현관에서 귀걸이가 그의 손에 떨어졌을 때 윤희는 자기 배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다. 그도 들었다.
"순이."
"네."
"밥 먹었어."
"…아니요."
"왜."
"시간이—"
"순이한테 시간이 어디 있어."
"…없습니다. 안 먹었습니다."
강석은 그녀를 지나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를 열었다. 그녀의 냉장고에는 물과 요거트와 누가 보낸 선물 세트 과일과 지난주 미주 실장이 채워둔 반찬 몇 가지가 있었다. 그는 밥을 데우고 국을 데웠다. 그녀는 현관에 서 있었다.
"옷 벗고 이리 와."
그녀가 알몸으로 주방에 들어가자 그는 조리대 옆 바닥을 가리켰다. 그릇이 거기 놓여 있었다. 밥과 국과 김치를 한 그릇에 담은 것. 숟가락 하나.
"순이는 식탁에서 안 먹어."
윤희는 그릇을 봤다. 자기 그릇이었다. 이 집에 오는 손님은 아무도 그 그릇을 쓰지 않았다. 손님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앉아 그릇을 두 손으로 들었다.
"손 내려. 그릇 바닥에 두고 먹어."
그녀는 그릇을 내려놓았다. 허리를 굽혀야 했다. 숟가락은 쓸 수 있었다. 그것은 그가 남겨둔 것이었다. 그녀는 숟가락을 쓰는 것과 쓰지 못하는 것 사이의 거리를 생각하면서 밥을 먹었다. 그는 조리대에 기대 서서 그녀가 먹는 것을 봤다. 오늘은 봤다. 한 숟가락마다.
"천천히. 누가 쫓아와."
"…네."
밥이 따뜻했다. 열두 시간 만에 처음 먹는 따뜻한 것이었고, 그것을 바닥에서 먹고 있었고, 그것을 데워준 사람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참인 상태를 설명할 단어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계약서에도 없었다. 그냥 먹었다.
다 먹었을 때 그가 그릇을 치웠다. 그녀는 무릎을 꿇은 채 기다렸다.
"일어나. 조리대에 손 얹고. 다리 벌려."
그녀는 일어섰다. 조리대는 그녀의 키에 맞춰 놓은 것이었다. 인테리어를 할 때 그녀가 정했다. 팔꿈치를 대고 허리를 숙이자 정확히 맞았다. 그것이 자기가 정한 높이라는 사실이 이상하게 웃겼다. 이 높이를 정할 때 그녀는 이 용도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손이 뒤에서 그녀를 열었다.
"밥 먹었으니까 이제 이거 채우자."
"…네."
"뭘 채워."
"…구멍을요."
"누구 구멍."
"제 것이 아닙니다."
"맞아." 그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세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숫자를 시키지 않았고 말도 많이 하지 않았다. 대신 손이 말했다. 한 손은 그녀의 허리를, 한 손은 그녀의 목덜미를 눌러 조리대 위로 엎어놓았다. 뺨이 대리석에 닿았다. 차가웠다. 그녀는 그 차가움과 뒤에서 오는 열 사이에 끼어 있었고, 그 사이가 자기 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뿐이었다. 사이. 부위. 구멍.
"봐. 들어가는 소리 들리지."
"네—"
"뭐 같아."
"…젖은 소리—"
"암캐 소리야. 순이 소리. 이 집에서만 나는 소리."
그는 속도를 올렸다. 조리대 위에 놓인 유리컵이 떨렸다. 그녀는 그것을 보면서 그것이 떨어질지 안 떨어질지 생각했고, 그 생각조차 그가 알아차렸다.
"뭐 봐."
"컵이—"
"컵이 뭐. 떨어지면 내가 치워. 넌 생각하지 마."
그는 손을 뻗어 컵을 밀어 치웠다. 그러는 동안에도 안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 무심함. 그녀를 채운 채로 컵을 치우는 손. 그녀는 그 손을 보고 왔다. 물어보지도 않고. 허락도 없이.
"…죄송합니다—"
"뭐가."
"물어보지 않고—"
"그래."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니까 한 번 더 싸. 이번엔 물어보고."
"—싸도 됩니까—"
"아직."
그녀는 이를 물었다. 그가 그녀의 다리 사이로 손을 넣어 앞을 만지기 시작했다. 안과 밖 둘 다. 그녀는 조리대를 손바닥으로 쳤고 그가 그 손을 붙잡아 등 뒤로 모았다.
"손도 못 쓰는 년이 조리대를 쳐? 부엌은 내가 써. 넌 쓰이는 거야."
"네— 네—"
"물어봐."
"싸도— 됩니까— 제발—"
"싸."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길었다. 그가 그녀 안에서 끝나는 것을 그녀는 느꼈다. 오늘은 안에서였다. 그는 그녀를 조리대에 엎어둔 채 잠깐 그대로 있었다. 숨소리 두 개가 주방에 있었다.
"움직이지 마."
그는 빠져나와서 바지를 올리고 그릇을 씻었다. 그녀는 조리대에 엎어진 채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고, 물소리를 들었고, 그가 수건으로 조리대를 닦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부엌을 정리했다. 그녀 주위를. 그녀는 정리되지 않은 유일한 것이었다.
"이제 돼. 앉아."
이십 분.
그는 그녀를 씻겨줬다. 따뜻한 수건으로. 그러고 나서 소파에 앉히고 빗을 가져왔다. 그녀의 머리를 빗었다. 뒤에서, 천천히.
윤희는 어깨가 굳는 것을 느꼈다. 십 분 전에 조리대에 엎어져 있을 때보다 더 굳었다.
"…그건 안 해도 돼요."
"이십 분입니다."
"이십 분은 앉아 있는 거지, 이런—"
"협상 대상 아닙니다."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빗이 내려갔다. 그녀는 자기가 이것을 얼마나 못 받는 사람인지 알았다. 모욕은 받았다. 게으르다는 말도, 멍청하다는 말도, 짐승 이름도 다 받았다. 그것들은 가짜였고, 가짜는 얼마든지 받을 수 있었다. 이것은 가짜가 아니었다.
"나 이런 거 잘 못 받아요."
"압니다."
"그런데 왜."
"그래서 이십 분입니다." 빗이 한 번 더 내려갔다. "십 분이면 못 받으실 테니까요."
그녀는 웃었다. 굳은 채로. 그리고 마지막 오 분쯤에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그도 그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주가 돌아왔다. 문이 닫혔다.
강석은 지하 주차장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검은 G90이 그 자리에 있었다. 내일 여섯 시 사십 분에 그 차로 그녀를 태우러 올 것이고, 그때까지 그 차는 그의 것이었다. 회사 차였지만, 밤에는 그가 집까지 몰았고 그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잤다. 옥수동. 열아홉 평. 육 년 동안 그는 이 차 안에서 가장 정확한 사람이었다.
그는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지 않았다.
뒷좌석에서 그녀의 향수 냄새가 났다. 아침에 탔을 때의 냄새였다. 열두 시간 전. 그는 그 냄새를 알았다. 육 년 동안 매일 아침 맡았다. 그 냄새는 대표의 것이었다. 순이는 향수를 쓰지 않았다. 순이는 밥을 데워주면 먹었고 머리를 빗어주면 어깨가 굳었다.
그는 창문을 다 내렸다. 십일월이었고 공기가 찼다. 냄새가 빠질 때까지 앉아 있었다. 그러고 나서 시동을 걸었다. 차 안에서 그는 기사였다. 그 규칙은 그가 썼다. 그 규칙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그는 처음부터 알았다. 그녀는 아직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