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왔다
토요일 저녁 일곱 시에 형이 왔다. 형수랑 어머니랑 셋이서. 부천에서 전철 타고 한 시간 십 분.
"어이구, 사장님. 장사 잘 되십니까."
형은 옥주를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십일 년째. 형수라고 안 불렀다. 옥주가 형보다 여섯 살 위였으니 형수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긴 했다. 그래도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건 좀 다른 문제였다. 성호는 그걸 십일 년째 못 고쳤다. 고치자고 말해본 적도 없었다. 형한테 뭘 고치자고 말하는 법을 성호는 배운 적이 없었다.
"어서 오세요. 안쪽 자리 봐놨어요."
옥주는 웃었다. 손님한테 짓는 웃음. 성호는 그 웃음을 보고 불판을 올렸다.
어머니는 일흔셋이었다. 앉으면서 홀을 한 바퀴 둘러봤다. 매번 그랬다. 매번 처음 오는 것처럼 둘러보고, 매번 같은 말을 했다.
"가게가 깨끗하네."
"네, 어머니."
"성호가 청소하지?"
"네, 어머니."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끄덕임에는 아무 뜻이 없었다. 그냥 성호가 청소를 한다는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하는 끄덕임. 어머니는 아들이 마흔둘에 앞치마 입고 남의 가게 청소하는 걸 확인하러 오는 것 같았다. 남의 가게가 아니라 성호 가게인데. 명의는 옥주였지만 그건 명의고. 성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머니는 아닌 것 같았다.
"성호야, 여기 김치 더."
"네, 형수님."
"야, 너 형수한테 님 붙이는 거 좀 봐. 완전 직원이네."
형이 웃으며 말했다. 형수도 웃었다. 성호도 웃었다. 옥주는 카운터에서 안 웃었다. 옥주는 안 웃는 얼굴로 소주를 꺼냈다.
성호는 고기를 구웠다. 형네 테이블 고기는 성호가 직접 굽는 게 규칙이었다. 규칙이라기보다 그냥 그렇게 됐다. 형은 고기를 못 구웠다. 성질이 급해서 한 번 뒤집고 또 뒤집었다. 그러면 고기가 질겼다. 그래서 성호가 구웠다. 형은 구워진 걸 먹었다.
"야, 그런데 성호."
"응."
"너 앞치마 진짜 잘 어울린다."
"……응."
"아니 진짜야. 이제 딱 여기 사람이야. 옥주 사장님 직원."
"성재야."
어머니가 말했다. 말리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냥 이름을 부르는 소리. 형은 그 소리를 이십 년 넘게 무시하는 법을 알았다.
"아니 엄마, 좋은 말이야. 얘가 어릴 때부터 그랬잖아. 시키는 거 잘하고. 초등학교 때 반장이 뭐 시키면 다 했어. 나 그때 우리 반에서 얘를 봤어. 반장 옆에 딱 붙어서."
"착했지."
어머니가 말했다.
"착한 게 아니라 잡힌 거지. 반장한테 잡혀 살고. 나한테 잡혀 살고. 지금은 뭐, 사장님한테 잡혀 살고."
형이 소주를 마셨다. 형수가 웃었다. 성호도 웃었다. 고기를 뒤집었다. 소리가 아직 아니었는데 뒤집었다. 그러면 안 되는데.
"밤에는 어떻게 해요, 사장님. 얘가 계산 틀리면 회초리라도 들어요?"
형이 카운터 쪽으로 소리쳤다. 웃으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성호는 불판을 봤다. 고기 기름이 튀었다.
옥주가 소주 한 병을 들고 왔다. 형네 테이블에 놓고, 잔에 채웠다. 형 잔, 형수 잔, 어머니 잔은 반만.
"회초리는 안 들어요."
옥주가 말했다.
"손이 더 좋아요."
형이 웃음을 터뜨렸다. 형수도 웃었다. 어머니도 웃었다. 옥주도 웃었다. 손님한테 짓는 웃음. 성호는 안 웃었다. 못 웃었다. 옥주가 그걸 봤다. 성호는 옥주가 자기를 보는 걸 봤다.
옥주는 카운터로 돌아갔다.
그 뒤로 성호는 고기를 세 번 뒤집었다. 형은 질기다고 안 했다. 형은 고기 맛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홉 시에 형네가 갔다. 옥주가 계산을 안 받았다. 형은 카드를 내밀었다가 넣었다. 그것도 십일 년째였다. 형은 매번 카드를 내밀고 매번 넣었다. 성호는 그 카드가 진짜 결제될 일이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성호야, 엄마 잘 모셔다 드려."
"내가 부천까지 어떻게 가. 형이 모셔다 드려야지."
"아 맞다. 야, 나 술 마셨잖아. 하하."
형이 성호 어깨를 툭 쳤다. 성호는 웃었다. 그리고 셋을 골목 입구까지 배웅했다. 어머니가 성호 손을 잡았다.
"밥 잘 먹고."
"네."
"사장님 말 잘 듣고."
"……네."
어머니는 나쁜 뜻이 없었다. 성호는 알았다. 어머니는 평생 아버지 눈치를 보며 살았고, 그래서 남편이란 아내 말을 안 듣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아내 말 잘 듣는 아들이 안심이 됐다. 그 안심이 성호는 싫었다. 왜 싫은지 말할 수 없었다.
열한 시. 미자 이모가 갔다. 성호가 대걸레를 들었다. 옥주가 장부를 폈다. 계산기 소리가 났다. 딱, 딱, 딱.
"맞았네."
옥주가 말했다. 성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걸레를 밀었다. 세게도 아니고 약하게도 아니고. 그냥 밀었다.
옥주는 장부를 안 덮었다. 성호를 봤다.
"성호."
"네."
"이리 와."
"오늘 맞았는데요."
"오라고."
성호가 갔다. 옥주가 초록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달그락. 성호는 그 앞에 섰다. 앞치마를 입은 채로. 옥주가 무릎을 툭툭 쳤다.
"오늘 안 틀렸어요."
"알아."
"그럼……"
"엎드려. 때리는 거 아니야."
성호는 엎드렸다. 옥주 무릎 위에. 십 년을 엎드린 자리. 옥주 손이 성호 등에 올라왔다. 앞치마 위로. 그리고 쓸었다.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형 말이 맞잖아요."
성호가 말했다. 옥주 몸빼에 얼굴을 묻고. 꽃무늬에 대고.
"뭐가."
"잡혀 살잖아요. 저."
옥주 손이 멈추지 않았다. 계속 쓸었다. 등을, 어깨를, 뒤통수를.
"형이 그렇게 말하면 다들 웃어요. 어머니도 웃고. 형수도 웃고. 저도 웃어요. 근데 형은 진짜 몰라요. 형은 그냥…… 아무 말이나 하는 거예요. 마누라한테 쥐여 사는 놈, 그런 거. 그냥 하는 말이에요."
"응."
"근데 그게 아무 말이 아니잖아요. 저한테는."
옥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손이 성호 뒤통수에서 멈췄다.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이 들어왔다. 움켜쥐지 않았다. 그냥 들어와 있었다.
"저는 진짜 잡혀 살아요. 형이 말하는 거랑 다른 뜻으로. 근데 그걸 형한테 설명을 못 해요. 어머니한테도. 아무한테도. 밥 먹다가 그렇게 됐다고밖에 못 해요."
"……"
"그래서 형이 그러면 웃어야 돼요. 웃는데. 웃는 게 아프고."
성호는 말을 멈췄다. 목이 막혔다. 마흔둘 먹은 남자가 마누라 무릎에 엎드려서 형 얘기하며 목이 막히는 게 어떻게 보일지 알았다. 여기서는 어떻게 보이는 게 없었다. 불 꺼진 홀에서는.
옥주가 한참 있다 말했다.
"니가 잡혀 사는 게 뭔지 형이 알아?"
"모르죠."
"그럼 됐어."
"됐어요?"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은 그 사람 거야. 니 거 아니야. 형이 지 입으로 한 말은 형이 갖고 부천 가는 거야. 여기 두고 가는 거 아니야."
성호는 옥주 몸빼에 얼굴을 더 묻었다. 파스 냄새가 났다.
"근데 아프잖아요."
"아프지."
옥주가 말했다.
"아픈 건 아픈 거고."
옥주 손이 다시 움직였다. 등을 쓸었다. 옥주는 성호를 안 일으켰다. 성호도 안 일어났다. 형광등이 지지직거렸고, 환풍기가 돌았고, 초록 의자 짧은 다리가 옥주가 숨 쉴 때마다 달그락거렸다.
성호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옥주 무릎 위에서, 앞치마 입은 채로.
옥주는 깨우지 않았다. 새벽 한 시까지 그렇게 앉아 있었다. 성호 등에 손을 얹고. 무릎이 저렸다. 옥주는 무릎이 저린 게 뭔지 이십 년을 아는 사람이었다. 저린 채로 그냥 있는 법도 알았다.
한 시 십 분에 옥주가 성호를 깨웠다.
"올라가자."
"……죄송해요."
"뭐가."
"잠들어서."
"내 무릎이 편해?"
"네."
"그럼 됐어."
둘은 열아홉 개 계단을 올라갔다. 성호가 먼저, 옥주가 뒤에. 옥주는 성호 뒤통수를 보며 올라갔다. 그리고 계단 끝에서 말했다.
"성호."
"네."
"내일 틀려."
성호가 돌아봤다. 옥주는 그냥 올라왔다. 성호를 지나서 방으로 들어갔다.
성호는 계단 끝에 잠깐 서 있었다. 그리고 웃었다. 조금. 아직 아팠는데, 아픈 채로 웃었다. 그것도 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