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 원의 벌
밤 열한 시 이십 분. 옥이네 삼겹살에 남은 불은 주방 형광등 하나였다.
성호는 홀 바닥에 대걸레를 밀었다. 스무 해 묵은 장판은 아무리 밀어도 기름이 배어 나왔다. 밀면 밀리는 척은 했다. 그거면 됐다. 이 골목에서 스무 해를 버틴 것들은 다 그랬다. 닦으면 닦이는 척, 고치면 고쳐진 척, 그러면서 속은 하나도 안 변하는 것들. 이 집 장판이 그렇고, 저 카운터에 앉은 사람이 그랬다.
카운터에서 계산기 소리가 났다. 딱, 딱, 딱. 잠깐 쉬고, 딱.
"성호."
"네."
"삼천 원 빈다."
성호는 대걸레를 세웠다. 저 목소리는 알았다. 삼천 원이 비네, 하고 흘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삼천 원이 빈다, 하고 끝에 마침표를 꾹 눌러 박는 소리. 옥주가 저 소리를 내면 계산기를 백 번 다시 두드려도 소용없었다. 옥주 계산기는 틀린 적이 없었다. 스무 해 동안 한 번도. 적어도 옥주 말로는.
"김기사 아저씨 잔돈일 거예요. 이 인분에 소주 둘, 삼만 팔천 원인데 사만 원 내고 그냥 두라고……"
"그럼 팁통에 이천 원 있어야지. 팁통 봤어. 이천 원 있어. 그거 말고 삼천 원."
"어……"
"앞치마 입고 와."
옥주는 계산기를 옆으로 밀고 장부를 덮었다. 이십 년 된 검은 표지 장부. 포스기가 들어온 지 팔 년이 됐어도 옥주는 장부를 놓지 않았다. 기계는 기계고 사람 손은 사람 손이라고 했다. 성호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십 년 넘게 못 알아들었지만, 알아들은 척은 했다. 이 집에서 알아들은 척은 중요한 기술이었다.
성호는 앞치마 끈을 다시 여몄다. 벗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건 규칙이었다. 앞치마 입은 채로, 홀에서, 불 꺼진 다음에. 옥주는 홀 가운데 플라스틱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초록색, 다리 하나 살짝 짧은 의자. 옥주는 꼭 그 의자에 앉았다. 짧은 다리가 달그락, 하는 소리를 옥주가 좋아하는 건지 성호는 아직 모른다. 옥주에 대해 모르는 게 아직도 몇 가지 있었다. 그게 성호는 좋았다.
"와."
성호는 갔다. 마흔둘 먹은 남자가 초록 의자 앞에서 잠깐 머뭇거리는 게 우스운 줄은 알았다. 알아도 어쩔 수 없었다. 옥주 무릎 위에 엎드리는 건 십 년을 해도 매번 처음처럼 목 뒤가 뜨거웠다.
옥주는 몸빼바지 차림이었다. 꽃무늬. 저 몸빼는 미자 이모가 시장에서 두 벌 사 와서 한 벌 준 거라고 했다. 성호가 엎드리면 배 밑에 그 꽃무늬가 깔리고, 얼굴 옆으로 장판 기름 냄새와 옥주 종아리 냄새가 섰다. 파스 냄새. 쉰둘 먹은 여자가 하루 열네 시간 서 있으면 나는 냄새.
"삼천 원이니까 세 대."
"천 원에 한 대는 너무 싼 거 아니에요?"
"싸? 그럼 열 대 맞을래?"
"세 대 좋습니다."
"싸다고 하지 말라니까. 우리 집 고기도 싸다는 소리 들으면 내가 기분이 안 좋아."
옥주 손이 앞치마 끝을 걷었다. 그리고 바지 허리춤을 잡고 팬티까지 한 번에 끌어내렸다. 무릎까지. 성호는 그 손이 망설이지 않는 게 좋았다. 옥주는 뭘 하든 망설이지 않았다. 삼겹살 썰 때도, 외상 안 준다고 할 때도, 남편 바지 내릴 때도.
첫 대는 소리가 컸다. 빈 홀이 그 소리를 두 번 세 번 돌려줬다. 성호가 숨을 들이켰다.
"하나."
"하나."
둘은 조금 아래. 셋은 왼쪽. 옥주는 같은 자리를 두 번 안 쳤다. 그건 옥주가 고기 뒤집는 법과 같았다. 골고루, 놓치는 데 없이. 성호 엉덩이가 화끈하게 달아올랐고, 그것 말고도 뭐가 달아올랐다. 옥주 허벅지에 눌린 채로.
"셋. 끝."
옥주는 손을 안 뗐다. 손바닥을 붉어진 살 위에 그냥 얹어놓고 있었다. 뜨끈한 게 뜨끈한 거 위에 얹혔다.
"근데 성호."
"네."
"이게 벌이야 상이야?"
옥주 손이 아래로 미끄러져 성호 다리 사이로 들어왔다. 그리고 움켜잡았다. 딱딱한 걸. 성호는 신음을 냈고, 그게 우스운 소리인 것도 알았다.
"벌…… 인데요."
"벌인데 이래?"
"사장님이 때리면 그래요."
옥주가 웃었다. 크게는 아니고, 코로. 그 웃음이 성호는 제일 좋았다. 손님 앞에서 짓는 웃음 말고, 미자 이모한테 짓는 웃음 말고, 딱 이 시간에만 나오는 코웃음.
"일어나."
성호는 바지가 무릎에 걸린 채로 일어났다. 앞치마 앞이 불룩했다. 옥주는 의자에 그대로 앉아서 그걸 봤다. 한참. 그러다 자기 몸빼 허리를 잡고 팬티와 같이 내렸다. 발목까지. 꽃무늬가 발 위에 쌓였다. 그리고 다리를 벌렸다.
"무릎."
성호는 무릎을 꿇었다. 장판이 차가웠다. 옥주는 뱃살을 한 손으로 살짝 걷어올렸고 — 그 뱃살, 스무 해 동안 고기 냄새 맡으며 얻은 그 뱃살을 성호는 사랑했다 — 다른 손으로 성호 뒤통수를 잡아 끌어당겼다.
성호는 혀를 냈다. 옥주 보지는 벌써 젖어 있었다. 그러니까 옥주도, 세 대를 치는 동안 이랬던 거다. 성호는 그 사실 하나에 눈이 감겼다. 짠맛, 그리고 옥주 냄새. 그는 갈라진 데를 아래에서 위로 길게 핥고, 위쪽의 단단하게 부푼 데를 입술로 물었다. 옥주 허벅지가 성호 귀를 눌러왔다.
"거기. 그래. 거기서 딴 데 가지 마."
옥주는 지시하는 사람이었다. 침대에서도, 아니 홀에서도. 성호는 시키는 대로 했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이렇게 좋은 일이라는 걸 성호는 서른 넘어서 알았다. 옥주 손이 뒤통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아프게. 좋았다.
옥주가 갈 때는 소리를 안 냈다. 대신 허벅지로 성호 머리를 꽉 조이고, 발가락으로 장판을 긁었다. 한참 그러고 놓았다.
"방석."
성호는 벽 쪽에 쌓인 방석을 두 장 끌어와 바닥에 깔았다. 분홍색 꽃 방석. 낮에는 김기사 아저씨 궁둥이가 앉는 방석. 성호가 그 위에 누웠고, 옥주가 올라왔다.
옥주가 앉을 때 성호는 늘 숨을 참았다. 무거워서가 아니었다. 무거운 건 무거웠다. 그래도 숨을 참는 건, 그 무게가 자기 위에 얹히는 순간이 좋아서였다. 스무 해를 이 골목에서 버틴 사람 무게. 그게 자기를 눌러주는 게.
옥주는 성호 것을 잡고 자기 안으로 넣었다. 천천히. 뿌리까지 다 들어가자 옥주가 앞으로 숙여서 성호 양 손목을 잡아 머리 위로 눌렀다. 젖가슴이 성호 얼굴 위에서 흔들렸다. 쉰둘의 젖가슴은 아래로 늘어졌고 젖꼭지가 컸다. 성호는 고개를 들어 하나를 물었다.
"누가 물으라고 했어."
"안 돼요?"
"……돼."
옥주는 움직였다. 처음엔 천천히, 그러다 빠르게. 초록 의자 짧은 다리가 달그락거리듯이 옥주 몸이 성호 위에서 달그락거렸다. 성호는 안에서 옥주가 조여오는 걸 느꼈다. 뜨겁고 축축하고 꽉 찼다. 옥주 엉덩이가 내려올 때마다 성호 아랫배에 철썩, 소리가 났다. 아까 세 대 맞을 때 소리보다 컸다.
"사장님."
"왜."
"싸도 돼요?"
"안 돼. 열 셀 때까지."
"열이요?"
"하나."
옥주는 천천히 셌다. 일부러 천천히. 여섯에서 일곱 사이가 성호한테는 일 년 같았다. 손목을 누른 옥주 손아귀 힘이 세졌다. 옥주 안쪽이 성호를 짜내듯 조였다.
"아홉…… 열."
성호는 옥주 안에서 갔다. 허리가 방석에서 떴다. 옥주가 그 허리를 자기 몸무게로 다시 내려 앉혔다. 그렇게 한참 있었다. 환풍기 소리만 났다.
"……무거워요."
"알아."
옥주는 안 일어났다. 성호도 일어나라고 안 했다.
한참 뒤 옥주가 옆으로 굴러 내려왔다. 둘은 방석 두 장 위에 나란히 누웠다. 천장에 기름때 낀 환풍기가 돌았다. 성호는 이 천장을 십 년 봤다. 십 년 봐도 안 질렸다.
"삼천 원."
옥주가 말했다.
"네."
"내일 김기사 오면 물어봐."
"아저씨한테 뭘 물어봐요. 아저씨가 준 돈은 팁통에 있다니까요."
옥주는 대답 대신 몸을 일으켜 몸빼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의자에 걸어둔 카디건을 걸치다가 멈췄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꺼냈다.
천 원짜리 세 장.
성호는 방석에 누운 채로 그걸 봤다. 옥주도 봤다.
"……미자 이모 버스비."
옥주가 말했다.
"네?"
"이모 버스비 주려고 꺼냈다가. 이모가 카드 있다고 해서."
"……"
"……"
"그럼 저는요."
"뭐."
"저 방금 삼천 원 때문에 세 대 맞았는데요."
옥주는 천 원짜리 세 장을 금고에 넣었다. 딸깍. 그리고 카디건 단추를 채웠다. 위에서부터.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그럼 오늘은 선불이네."
"뭐가요."
"내일 틀릴 거 아니야, 너."
성호는 방석 위에서 웃음이 터졌다. 바지는 아직 무릎에 있었다. 엉덩이는 아직 뜨거웠다. 옥주는 주방 불을 끄러 갔다.
불이 꺼졌다. 홀이 다 어두워졌다. 어둠 속에서 옥주가 말했다.
"올라가자. 무릎 아파."
"제 무릎이요, 사장님 무릎이요."
"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