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종이는 식탁 위에 사흘 동안 있었다.
첫날 저녁에 그들은 두 줄을 썼다. 손 잡아도 돼? 응. 안아도 돼? 응, 옆구리 안 눌리면. 그것을 쓰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쓰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것을 물어봐야 한다는 사실이 두 사람을 자꾸 멈추게 했다. 태민은 펜을 들고 "이걸 진짜 물어봐야 해?" 하는 얼굴을 했고, 수아는 "응" 하고 대답했고, 그러면 그는 물었고, 그녀는 대답했다. 삼 년 전에 그들은 이 모든 것을 한 번 했었다. 그때는 설레는 일이었다. 지금은 아니었다. 그러나 정란이 말한 대로였다. 돌아갈 자리가 없었다.
둘째 날은 어려운 것들이었다.
"옆구리." 수아가 말했다. 그녀가 펜을 들었다. "이건 내가 써."
그녀는 썼다. 흉터. 태민이 손으로 만지는 것: 됨. 원함. 입으로: 됨. 임팩트 도구: 어떤 것도, 흉터에서 손 한 뼘 안으로는 영구히 안 됨.
"영구히?" 그가 물었다.
"응. 그건 네가 나중에 괜찮아지면 풀리는 게 아니야. 이건 내 결정이야. 여기는 이제 그런 곳 아니야."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그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배우고 있었다.
"다음. 너." 그녀가 펜을 넘겼다.
그는 오래 들고 있었다.
"세이프워드." 그가 말했다. "나 거."
"뭘로 할래."
"회색."
"왜."
"노랑도 빨강도 아닌 거. 내가 뭔지 모르겠을 때. 그날 팔 올릴 때 그랬어. 뭔가 아니라는 건 알았는데 그게 노랑인지 빨강인지 몰랐어. 그래서 아무것도 안 했어. 회색이면 아무것도 모를 때도 말할 수 있어."
그녀는 그것을 오래 보았다.
"회색." 그녀가 따라 말했다. "네가 회색 하면 나는 뭐 해?"
"…몰라."
"그럼 정하자. 네가 회색 하면 나는 색깔 물어. 너한테. 네가 나한테 하던 대로. 그리고 네가 대답할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해."
그는 그것을 썼다.
"내 거도 바꿀래." 수아가 말했다. "왼손 펴기는 두고. 하나 더. 손에 뭘 들고 있을게. 종 같은 거. 작은 거. 말이 안 나올 때, 왼손도 못 펼 때, 그냥 놓으면 되는 거."
"그날 왼손 폈잖아."
"폈어. 근데 그거 열셋 다음이었어. 열둘에서 노랑을 숨으로 말했잖아. 그때 나 이미 말이 잘 안 나왔던 거야. 그걸 나도 몰랐어. 종이면 놓으면 소리가 나. 네가 듣고, 나도 들어."
그는 썼다. 종.
셋째 날은 규칙이었다. 이번에는 둘이 같이 썼다.
수아가 움직이면 태민은 멈춘다. 걸어간다. 세운다. 돌아온다. 반 발짝 없음. 어떤 이유로도.
색깔 확인은 셋마다. 태민의 계획과 상관없이. 셋마다.
임팩트 순서: 손바닥. 플로거. 케인. 그리고 채찍. 채찍은 로그 오백 번 이후. 오백 번 전에는 목록에서 보지 않음.
세션이 끝나면 수아는 태민에게 색깔을 묻는다. 태민은 대답한다.
"하나 더." 태민이 말했다. "방."
"방."
"같이 열자. 시트 같이 걷고. 테이프도."
"테이프는 내가 붙일게." 수아가 말했다.
그가 그녀를 봤다.
"네 자리잖아. 근데 그 자리를 이번엔 내가 정할게. 내가 붙이고, 너는 거기 서."
그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그는 그것을 썼다.
토요일 오후에 두 사람은 그 방의 문을 열었다. 사십일 만이었다. 방은 그대로였다. 세워진 매트, 시트를 덮은 십자 틀, 벽에 걸린 것들, 비어 있는 채찍 자리. 두 사람은 시트의 양쪽 끝을 잡고 동시에 걷었다. 나무가 나왔다. 손목 고리도. 그것은 그냥 나무였다. 수아는 그것을 손으로 만졌다. 태민은 그것을 보았다.
수아가 노란 테이프를 가져왔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마룻바닥을 봤다. 그가 붙이던 자리를 그녀는 알았다. 삼 년 동안 등으로 들은 자리였다. 그녀는 그 자리보다 한 발 뒤에 테이프를 붙였다.
"여기."
"…멀어."
"알아. 그래서 여기야."
그는 그 자리에 서 보았다. 채찍 없이. 팔을 뻗어보았다. 이 거리면 채찍 끝이 등에 닿을 때 이미 힘이 다 빠진 상태일 것이다. 그 정도가 지금 그녀가 그에게 주는 거리였다. 그는 그것을 받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그녀가 말했다.
"응."
그날 밤 그들은 첫 번째 세션을 했다.
소파에서. 옷을 입은 채로. 태민이 알람을 십 분에 맞췄다. 수아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것이 전부였다. 손을 잡고, 일 분마다 색깔을 말하는 것. 정란이 준 과제였다. 그것이 우스운 일이라는 것을 두 사람 다 알았다. 그리고 우습지 않았다.
"색깔." 수아가 말했다.
"초록."
일 분.
"색깔."
"초록."
그의 손은 처음에 마른 상태였다. 삼 분쯤 지나자 땀이 났다. 수아는 그것을 느꼈다. 그가 그것을 그녀가 느낀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손을 빼지 않았다.
"색깔."
"…초록."
오 분. 그녀는 그의 손을 조금 더 세게 잡았다. 그러자 그의 손이 굳었다. 그녀가 힘을 준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손 안에서 뭔가가 그것을 다른 것으로 들었다.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 그 소리.
여섯 분.
"색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기다렸다. 십 초. 이십 초. 그가 숨을 들이쉬었다.
"회색."
그녀는 손을 놓지 않았다. 규칙대로.
"태민. 색깔."
"…모르겠어."
"그럼 회색이야. 됐어. 계속 말해. 뭐가 회색이야."
"네가 손에 힘 줬을 때." 그가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 "내가 잡았다고 느꼈어. 내가 세게 잡은 것처럼. 무서웠어."
"네가 아니라 내가 잡은 거야."
"알아. 아는데 손이 몰라."
"그럼 손한테 알려줘. 지금."
그는 눈을 감았다. 그의 손이 그녀의 손 안에서 천천히 풀렸다. 그리고 다시 잡았다. 이번에는 그가. 힘을 주었다. 조금. 그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것은 그냥 손이었다.
"색깔."
"…초록."
일곱 분. 여덟 분. 아홉 분.
알람이 울렸다. 두 사람은 손을 놓지 않았다. 그녀가 물었다.
"태민. 색깔."
이번에는 세션 뒤의 질문이었다. 규칙에 쓴 것.
"초록." 그가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무서웠어."
"알아."
"계속 무서울 거야."
"알아. 그래도 잡고 있을게. 네가 회색 할 때마다 잡고 있을게."
그는 그녀의 손을 자기 얼굴로 가져갔다. 그 손에 이마를 댔다. 그 손이 그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는 그것을 믿을 수 있었다. 자기 손은 아직 아니었다. 그러나 자기 손이 지금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고, 그 손이 조금 전에 회색이라고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놓지 않았다.
식탁 위의 종이에는 그날 밤 한 줄이 추가되었다. 태민의 글씨로.
첫 세션. 십 분. 회색 한 번. 초록으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