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까지

태민은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고 테이프를 붙였다. 노란 마스킹테이프를 손가락 두 마디 길이로 잘라, 발끝이 닿을 자리에 나란히 두 줄. 수아는 문틀에 기대어 그것을 지켜보았다. 그가 이 일을 하는 동안에는 말을 걸지 않는다는 것이 두 사람 사이의 오래된 규칙이었다. 테이프는 그의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채찍의 끝이 정확히 어디에 떨어지는지, 그는 일 년 동안 베개를 상대로 익혔다. 수아의 등에 처음 닿기까지 열한 달이 걸렸다.

"오늘은 열다섯."

"열다섯." 수아가 따라 말했다.

"플로거로 몸 풀고, 채찍은 다섯. 위치는 어깨뼈 아래에서 브래지어 선까지. 옆구리는 안 감."

"옆구리는 안 감."

"색깔."

"초록은 계속. 노랑은 멈추고 물어봐. 빨강은 끝. 말이 안 나오면 왼손을 펴."

태민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웃지 않았지만 눈이 웃고 있었다. 이 반복이 두 사람에게는 애무보다 먼저 오는 애무였다. 규칙을 소리 내어 말하는 동안 수아의 어깨가 조금씩 내려가고, 호흡이 길어지고, 하루 종일 회사에서 들고 있던 것들이 문밖으로 하나씩 빠져나갔다. 그는 그것을 보는 게 좋았다. 자기가 채찍을 들기도 전에 그녀가 이미 어딘가로 가기 시작하는 것을.

"옷."

수아는 블라우스 단추를 위에서부터 풀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브래지어를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걸고, 스커트를 내리고, 팬티는 남겼다. 그건 그녀의 선택이었고 태민은 늘 그 선택을 존중했다. 그녀가 십자 틀 앞에 서서 두 손을 위쪽 가죽 고리에 올리자, 그가 다가와 손목을 감았다. 버클을 채우기 전에 손가락 하나를 끼워 여유를 확인했다. 그다음 손바닥을 펴고 그녀의 등 한복판에 가만히 얹었다.

"따뜻하네."

"긴장했으니까."

"좋은 긴장이야?"

"응."

그는 그 손을 오래 두었다. 이것도 규칙에는 없는, 그러나 매번 있는 일이었다. 그 손이 떨어지면 시작이라는 뜻이었다.

플로거는 스웨이드였다. 부드럽고 무겁고, 소리가 좋았다. 첫 몇 번은 닿았다기보다 스치는 정도였고, 수아는 소리 없이 숨을 내쉬었다. 태민은 등의 온도가 올라오는 것을 손등으로 확인하며 조금씩 무게를 실었다. 등판이 넓게 붉어지자 그는 플로거를 내려놓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벽에 걸린 채찍을 집었다.

세 자 길이의 시그널 휩. 캥거루 가죽을 열두 가닥으로 엮은 것. 손잡이는 뻣뻣했고 끝은 실 한 올처럼 가늘었다. 그는 테이프 위에 발끝을 맞추고, 한 번 공중에 던져 소리를 냈다. 수아의 등이 그 소리에 반응했다. 근육이 한 번 조여지고, 풀렸다.

"색깔."

"초록."

"하나."

채찍 끝이 왼쪽 어깨뼈 아래에 떨어졌다. 정확했다. 붉은 선 하나가 피부 위에 그려졌고, 수아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가 돌아왔다.

"하나." 그녀가 말했다.

"둘."

"둘."

셋과 넷 사이에 그는 잠시 기다렸다. 그녀의 호흡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짧아지는 게 아니라 느려지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는 그 호흡을 알았다. 그녀가 깊이 들어가기 시작할 때의 호흡. 이때부터 그녀는 말이 적어지고, 몸이 틀 쪽으로 기대는 버릇이 있었다. 그는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잡고 자세를 원래대로 세웠다. 그리고 테이프로 돌아갔다. 반 발짝을 앞으로 나가는 대신, 그녀를 되돌리는 것. 그것이 그가 처음 채찍을 배울 때 스스로 정한 규칙이었다. 내가 움직이지 말고 자리를 다시 만든다.

"색깔."

"…초록."

"넷."

"넷."

"다섯."

"다섯."

그는 채찍을 걸고 그녀에게 갔다. 손목을 풀기 전에 등을 먼저 보았다. 다섯 개의 선이 어깨뼈 아래에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그러나 터지지 않은 선들. 그는 그 위에 손바닥을 얹었다. 뜨거웠다.

"잘했어."

수아가 웃었다. 그 웃음은 소리가 없고, 어딘가 멀리서 오는 것이었다. 그는 손목을 풀고 그녀를 돌려세워 안았다. 그녀의 무게가 그에게 실렸다.

"더 가고 싶어?"

"응." 그녀가 그의 목에 대고 말했다. "너한테."

침대까지 가지 않았다. 그는 방구석에 깔아둔 매트에 그녀를 눕혔다. 등을 아래로 두면 아플 걸 알았으므로 옆으로, 그리고 자기가 뒤에 붙었다. 손바닥으로 붉어진 등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자 수아가 몸을 떨었다. 아파서가 아니었다. 그 등은 지금 온통 열려 있어서, 손가락 하나가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소리를 냈다.

그는 팬티를 내렸다. 그녀는 이미 젖어 있었다. 손가락이 미끄러져 들어갈 때 그녀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안쪽을 천천히 문지르며 다른 손으로는 등의 선들을 하나씩 짚었다. 하나. 둘. 그녀의 숨이 그 손가락을 따라갔다. 셋. 넷. 다섯째 선을 누르며 그는 손가락을 깊이 밀었고, 수아가 처음으로 큰 소리를 냈다.

"태민."

"응."

"들어와."

그는 자기 옷을 벗을 시간도 아까워서 바지만 내렸다. 뒤에서, 옆으로 누운 채로, 그는 그녀 안에 들어갔다. 뜨겁고 좁았고, 그녀는 그를 꽉 물었다. 그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수아는 손을 뒤로 뻗어 그의 엉덩이를 잡고 자기 쪽으로 당겼다. 더. 그 말을 하지 않아도 그는 알았다. 허리를 깊게 박아 넣을 때마다 그녀의 등이 그의 가슴에 닿았고, 그 등의 열이 그의 셔츠를 뚫고 들어왔다.

"등 아파?"

"아파. 계속해."

그는 계속했다. 한 손으로 그녀의 젖가슴을 잡고, 다른 손을 아래로 내려 클리토리스를 찾았다. 손가락이 닿자마자 그녀의 안쪽이 경련했다. 그는 그 리듬을 맞춰 움직였고, 수아는 그의 손목을 잡은 채 짧게, 여러 번, 소리를 냈다. 그녀가 올 때 그는 자기 이빨을 그녀의 어깨에, 채찍이 닿지 않은 자리에 박았다. 그녀가 그의 팔을 할퀴었다. 그는 조금 뒤에 왔다. 그녀 안에서, 깊이, 이를 악물고.

한참 동안 두 사람은 그렇게 누워 있었다. 그가 먼저 몸을 빼고 일어났다. 담요를 가져와 그녀를 감싸고, 물병을 열어 입에 대주었다. 그다음은 사탕이었다. 벌꿀 맛. 그녀가 좋아하는 것. 그녀가 사탕을 물고 담요 안에서 웅크리면 그는 그 옆에 앉아 등을 봤다. 다섯 개의 선이 아직 거기 있었다. 내일 아침에는 얇은 자국만 남고, 사흘이면 없어질 것이었다.

"열다섯이었어." 수아가 사탕을 굴리며 말했다. "정확히."

"셌어?"

"너 세는 걸 들었어."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다음엔 여덟."

"채찍으로?"

"응. 네가 괜찮으면."

"괜찮아." 그녀가 눈을 감았다. "너 손 믿어."

그는 그 말을 오래 들고 있었다. 그날 밤에는 그것이 얼마나 무거운 말인지 몰랐다. 그저 자기 손을 내려다보고, 그 손이 한 것과 하지 않은 것을 하나씩 세어보고, 다 맞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녀 옆에 누웠다. 마룻바닥의 노란 테이프는 다음 화요일까지 그 자리에 있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