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카운트에 안 들어가
삼 주가 됐을 때 민규는 캘린더 앱을 만들었다.
정확히는 캘린더 앱에 새 일정을 만들었다. 이름은 '결산'. 매일 반복. 색은 회색. 지수가 그걸 발견한 건 우연이었다. 민규의 폰이 식탁 위에 있었고 알림이 떴다. '결산 D+21.'
"자기야, 이게 뭐야."
민규는 부엌에서 얼어붙었다. "……일이야."
"결산이 왜 매일 반복이야. 그리고 D+21이 뭐야."
"……."
"이십일 일. 자기 지금 며칠 됐지?"
"……이십일 일."
지수는 그 폰을 손에 든 채로 소리 내어 웃었다. 회계사가 자기 정조대 일수를 회사 캘린더에 '결산'이라고 적어놨다. 부장님이 이 폰을 봤으면 아주 성실한 직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기 이거 왜 세."
"그냥. 알고 싶어서."
"뭘."
"얼마나 됐는지. 그리고." 그가 접시를 닦으면서 지수를 보지 않고 말했다. "얼마나 될 건지."
지수는 폰을 내려놓았다. 이 사람은 며칠째인지 세고 있다. 매일 아침 알림을 보면서 숫자가 하나 늘어나는 걸 본다. 그 숫자가 어디까지 갈지는 지수만 안다. 아니, 지수도 아직 말하지 않았다. 백 일. 그 숫자는 아직 지수 머릿속에만 있었다.
"자기야."
"응."
"오늘 결산 좀 특별하게 할까."
민규가 접시를 놓쳤다. 안 깨졌다.
---
특별한 결산은 이랬다.
지수는 남편을 침대에 눕혔다. 손은 머리 위로. 묶지 않았다. 묶을 필요가 없었다. 지수가 "손 내리면 오늘 끝이야"라고 말했고, 민규는 손을 내리지 않았다. 삼 주 만에 지수는 이걸 알게 됐다. 이 사람은 규칙을 정해주면 지킨다. 그게 이 사람의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건 지수를 이상하게 흥분시켰다.
열쇠를 돌렸다. 딸깍. 케이지를 벗겼다. 삼 주 동안 이걸 지수는 여덟 번 벗겼고, 여덟 번 다 같은 광경을 봤다. 풀려나는 순간 즉시 부풀어 오르는 것. 이제 그 속도에도 익숙해졌는데 오늘은 유난히 빨랐다. 거의 튕겨 올라왔다.
"와, 오늘 성질 급하네."
"자기가 특별하다고 했잖아."
지수는 손바닥에 로션을 짜서 그를 감쌌다. 그가 즉시 신음을 흘렸다. 지수는 천천히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뿌리에서 끝까지, 다시 뿌리로. 삼 주 동안 이 손동작도 익혔다. 어디서 그가 반응하는지, 어느 속도에서 허리가 뜨는지, 어느 순간에 멈춰야 하는지.
"자기 오늘." 지수가 말했다. "몇 번 참을 수 있어."
"……몰라."
"세 번?"
"자기야."
"세 번 참으면 오늘 특별한 거 해줄게."
민규가 지수를 봤다. 그의 눈에 어떤 희망이 떴다. 지수는 그 희망을 봤고, 그게 조금 미안했고, 그것보다 많이 재미있었다.
첫 번째. 지수는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민규의 숨이 거칠어지고, 허리가 들리고, 손이 머리 위에서 주먹을 쥐었다. 지수는 그 손을 봤다. 그 손이 내려오지 않는 걸 봤다. 그의 얼굴이 그 얼굴이 되기 직전, 지수는 손을 뗐다. 그의 것이 허공에서 움찔거리며 액을 뚝뚝 흘렸다.
"하나."
"하아……."
두 번째. 이번엔 지수가 입을 썼다. 삼 주 만에 처음이었다. 지수가 그것을 입에 넣자 민규가 이름을 불렀다. 지수는 혀로 끝을 감싸고, 뺨을 조여서 빨아들이고, 손으로 뿌리를 쥐고 움직였다. 그의 허벅지가 떨렸다. 지수는 그의 맛을 느꼈다. 삼 주치의 맛. 짜고 진했다. 그가 가까워지는 걸 혀로 느꼈고, 그 순간 입을 뗐다.
"둘."
"자기야, 제발……."
"제발이 뭐야. 아직 하나 남았어."
민규는 눈을 감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것이 배 위에서 미친 듯이 뛰었다. 아무것도 닿지 않았는데 뛰었다. 지수는 그걸 보면서 자기가 얼마나 젖어 있는지 알았다. 잠옷 바지가 젖어 있었다.
세 번째. 지수는 손으로 돌아갔다. 이번엔 다르게 했다. 아주 천천히. 미친 듯이 천천히. 한 번 위로 올라가는 데 오 초가 걸리게. 민규는 그 속도에 신음했다. 빠른 것보다 이게 더 힘들다는 걸 지수는 후기에서 읽었고, 지금 눈으로 확인했다.
"자기야, 빨리, 빨리 좀……."
"빨리 하면 자기 바로 가잖아."
"가고 싶어……."
"알아."
지수는 속도를 아주 조금 올렸다. 그의 허리가 지수의 손을 향해 밀렸다. 지수는 다른 손으로 그의 허리를 눌렀다. "가만히." 그가 가만히 있으려고 노력하는 게 보였다. 다리가 떨렸다. 손은 머리 위에 있었다. 지수는 그 손을 봤다. 삼 주 동안 이 사람은 한 번도 그 손을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수는 결정했다. 오늘 특별한 게 뭔지.
지수는 속도를 올렸다. 그가 가까워졌다. 그 얼굴. 턱에 힘이 들어가고. 지수는 이번엔 손을 떼지 않았다.
민규의 눈이 떠졌다. "자기, 자기야, 나 지금……."
"알아. 가."
"진짜? 진짜로?"
"가."
그가 갔다. 아니, 가기 시작했다. 지수는 그 첫 번째 순간을 봤다. 그의 몸이 굳고, 뿌리가 수축하고, 그것이 부풀고—
지수가 손을 뗐다.
정확히 그 순간에.
민규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의 것이 허공에서 떨었다. 그리고 쏟아졌다. 아니, 쏟아진 게 아니었다. 흘러나왔다. 힘없이. 끝에서 흰 액이 줄줄 흘러내려 배 위로 떨어졌다. 뿜어져 나오는 게 아니라 그냥 흘러나왔다. 그의 몸은 오르가즘의 형태로 떨고 있는데 쾌감은 없었다. 있었는데 도착하지 않았다. 지수는 후기에서 이걸 읽었다. '루인드 오르가즘.' 실제로 보니까 훨씬 이상하고 훨씬 잔인하고 훨씬 아름다웠다.
"……뭐야."
민규가 배 위에 흘러내린 자기 것을 내려다봤다. 멍한 얼굴로.
"이게 뭐야."
"자기 갔잖아."
"안 갔어."
"갔어. 봐. 나왔잖아."
"나왔는데 안 갔어!"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배신감으로. "이게 뭐야, 이건 뭐야 자기야, 나 지금 갔는데 아무것도……."
지수는 웃음이 터졌다. 미안했다. 진심으로 미안했다. 그런데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남편이 자기 배 위에 흘러내린 것을 보면서 존재론적 위기를 겪고 있는 모습이 이 세상에서 가장 웃겼다.
"자기야, 미안, 미안해, 근데 자기 얼굴이……."
"자기 이거 알고 있었지."
"응."
"이게 특별한 거였어?"
"응."
민규는 천장을 봤다. 그의 것이 배 위에서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삼 주 만에 처음으로 사정을 했는데 삼 주 전보다 더 채워지지 않은 얼굴이었다.
"자기야." 그가 말했다. "나 지금 더 미칠 것 같아."
"응. 그럴 거야. 그것도 후기에 있어."
"그 후기 사이트 진짜……."
"그리고 자기야." 지수가 그의 배 위에 흘러내린 것을 손가락으로 찍어서 그의 입술에 발랐다. 그가 무의식적으로 핥았다. "이건 카운트에 안 들어가."
"……뭐?"
"결산. D+21. 이건 리셋 안 해. 자기 아직 못 간 거야."
민규는 지수를 봤다. 오래 봤다. 그리고 웃었다. 진짜로. 배를 잡고 웃었다. 지수도 같이 웃었다. 두 사람은 침대 위에서 정액과 로션과 눈물 사이에서 십 분 동안 웃었다.
"자기 진짜 악마야." 민규가 겨우 말했다.
"응."
"사랑해."
"나도."
지수는 물수건으로 그의 배를 닦았다. 이번엔 정말로 닦았다. 그리고 다 가라앉은 그것을 케이지에 넣었다. 그것은 순순히 들어갔다. 삼 주 만에 가장 순순히.
"봐. 리셋은 안 됐는데 얌전해졌네."
"이게 뭐가 얌전한 거야. 얘 지금 충격받은 거야."
지수는 열쇠를 돌렸다. 딸깍.
그리고 남편 옆에 누워서, 그의 팔 위에 머리를 올리고, 이제야 자기 손을 아래로 내렸다. 아까부터 젖어 있던 곳으로.
"자기야." 민규가 지수의 손이 어디 가는지 보면서 말했다. "자기는 되고 나는 안 되는 거지."
"응. 그게 이 게임이야."
"봐도 돼?"
"봐."
민규는 봤다. 지수가 그의 옆에서 다리를 벌리고, 손가락을 안에 넣고, 아까 그의 얼굴을 생각하면서 빠르게 자기를 만지는 걸. 지수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남편이 절정 직전에 손이 떼어져서 액을 흘리던 그 순간이 눈앞에 있었다. 지수는 그 이미지로 왔다. 소리를 내면서. 그의 팔을 물면서.
"자기야." 지수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자기 그 얼굴 잊을 수가 없어."
"어떤 얼굴."
"'이게 뭐야' 할 때."
민규는 다시 웃었다. 그리고 지수의 폰을 집어 캘린더를 열었다. 자기 폰 말고. 지수의 폰. 그리고 오늘 날짜에 일정을 하나 추가했다. 이름은 '이게 뭐야'. 색은 빨간색.
"기록해 둬야지." 그가 말했다. "언제 다시 하는지 알아야 하니까."
지수는 남편이 이 게임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 그때 다시 알았다. 이제 지수 혼자 세는 게 아니었다. 두 사람이 같이 셌다. 그리고 지수 머릿속의 숫자까지는 아직 육십 일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