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5, 그 장난감 어쨌어?
캘린더 앱의 '결산' 일정에 두 번째 일정이 추가됐다. 이름은 '백일'. 색은 금색. 민규가 만들었고, 지수의 폰에도 공유했다. 두 사람의 폰은 이제 매일 아침 같은 알림을 띄웠다. 'D-25.' 'D-24.'
"자기야, 이거 회사 사람이 보면 무슨 커플 기념일인 줄 알겠다."
"커플 기념일이잖아."
"그렇긴 한데."
민규는 이제 그 알림을 보면서 웃었다. 처음 '결산'을 만들었을 때는 몰래 만들었다. 지금은 아침에 알림이 뜨면 지수한테 폰을 들어 보여줬다. "D-25야." 그 말을 할 때 그의 얼굴은 크리스마스 이십오 일 전의 아이 같았다. 지수는 그 얼굴을 보면서 출근 준비를 했다.
그리고 지수는 목록을 만들었다. 진짜 목록. 폰 메모장에. 이름은 '25일'. 그 안에는 백일까지 남은 이십오 일 동안 남편에게 할 것들이 적혀 있었다. 지수는 그 목록을 남편한테 보여주지 않았다. 대신 하루에 하나씩 실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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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4. 지수는 출근할 때 목걸이를 셔츠 안에 넣었다. 남편이 볼 수 없게. 저녁에 집에 와서야 꺼냈다. 민규는 하루 종일 그 열쇠를 못 봤다고 했고, 그게 이상하게 힘들었다고 했다.
"왜 힘들어. 자기 안 볼 때도 많잖아. 회사 있을 때."
"그건 없어서 안 보는 거고. 오늘은 자기가 숨긴 거잖아."
지수는 목록에서 그 항목을 지우고 옆에 별표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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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2. 지수는 잠들기 전에 남편 귀에 대고 백일에 할 것 하나를 말했다. 아주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떤 자세로, 얼마나 오래. 그리고 "자"라고 말하고 돌아누웠다. 민규는 그 밤에 두 시간 동안 못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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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9. 회사 화장실에서 지수가 찍은 사진. 스커트를 올리고 팬티만. 팬티 위에 열쇠를 올려놓고 찍었다. 민규는 그 사진을 사무실에서 열었고, 폰을 뒤집어 놓고 오 분 동안 창밖을 봤다.
[민규] 자기 이거 진짜 지우라고 해도 안 지울 거야
[지수] 지우지 마 D-19 기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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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7. 침대에서 지수가 처음으로 장난감을 꺼냈다. 결혼 전에 혼자 쓰던 것. 민규는 그게 있다는 걸 알았지만 본 적은 없었다. 지수는 남편을 옆에 앉히고, 그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그것을 안에 넣었다.
"자기 지금 뭐 하는……."
"보여주는 거야. 자기가 못 하는 거."
민규는 봤다. 지수가 그것을 천천히 넣고 빼는 걸. 지수가 그것을 안에 넣은 채로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는 걸. 지수가 소리를 내면서 오는 걸. 그는 케이지 안에서 미친 듯이 부풀어서 통풍구로 액이 침대 시트에 떨어졌다. 지수는 그걸 봤다.
"자기 지금 이거 쏟았어."
"……어쩔 수가 없어."
"이거 아직 카운트 아니지?"
"……아니야. 안 갔어. 그냥 흘러나온 거야."
지수는 남편의 다리 사이 시트를 손끝으로 찍어서 자기 입에 넣었다. 그가 신음했다. 그 신음이 지수한테 뭘 하는지 지수는 이제 정확히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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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4. 부부 동반 모임.
민규 회사 부장님이 신혼부부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다섯 부부. 지수는 그 자리가 백일 이 주 전에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웃었다. 이십오 일 목록에 이 모임을 미리 적어놓았다.
"자기야, 오늘 잘 참아야 해."
"뭘 하려고."
"몰라. 아직 안 정했어."
거짓말이었다. 지수는 정했다. 드레스를 입었다. 목이 깊게 파인 검은 드레스. 목걸이가 정확히 쇄골 사이 파인 곳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밑에는 팬티를 입지 않았다.
민규는 그걸 현관에서 알았다. 지수가 구두를 신으면서 몸을 숙였을 때.
"……자기야."
"응?"
"안 입었어?"
"뭘."
"자기야."
"부장님 집이야. 조심해야지. 팬티 라인 보이면 안 되잖아."
민규는 택시 안에서 창밖만 봤다.
부장님 집에서 지수는 완벽했다. 부장님 사모님과 김치 얘기를 했고, 다른 부부들과 신혼집 얘기를 했고, 누가 물으면 목걸이가 "남편이 준 결혼 선물"이라고 말했다. 세 명이 물었다. 세 번 다 같은 대답. 민규는 그 옆에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지수 옆에. 그리고 지수는 앉을 때 다리를 조심스럽게 모았고, 가끔 아주 조금 벌렸다. 남편만 보이는 각도로.
"민규 씨, 허리 나았어?"
"네, 부장님. 요즘 괜찮습니다."
"신혼이라 그런지 얼굴이 좋아졌어."
"……네."
지수는 옆에서 와인을 마셨다. 그리고 소파 위에서 남편의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을 위치. 아내가 남편 다리에 손을 올린 것. 그리고 그 손을 아주 조금씩 안쪽으로 옮겼다. 부장님이 회사 얘기를 하는 동안. 다른 부부가 웃는 동안. 지수의 손가락이 슬랙스 위로 스테인리스의 윤곽을 찾았다. 찾았다. 손끝으로 눌렀다.
민규가 와인을 삼키는 데 실패했다. 옆으로 조금 튀었다.
"아이고, 민규 씨 괜찮아?"
"네, 사레가……."
지수는 그의 등을 두드려줬다. 다정하게. 다른 손은 그대로 두고.
돌아오는 택시에서 민규는 지수의 귀에 속삭였다.
"자기 오늘 진짜 죽는 줄 알았어."
"근데 살았잖아."
"부장님 앞에서 나 진짜……."
"자기 그때 얼굴 봤어? 사레 걸렸을 때. 나 그 얼굴 보고 젖었어."
"택시에서 그런 말 하지 마."
"팬티 안 입었는데 젖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민규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수는 드레스 밑으로 손을 넣어서 손가락을 적셨다. 그리고 그 손가락을 남편의 입술에 댔다. 택시 기사는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민규는 그 손가락을 빨았다. 눈을 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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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1. 혜린.
"야, 그 장난감 어쨌어?"
지수는 커피를 마시다가 멈췄다. 혜린이 앞에 앉아 있었다. 신혼여행 후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혜린은 케이크를 먹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무슨 장난감."
"내가 준 거. 브라이덜 샤워 때. 그 새장."
"아."
"버렸지? 민규 씨 그런 거 못 볼 것 같은데."
지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목걸이가 셔츠 밖에 걸려 있었다. 혜린은 그걸 보고 있지 않았다. 케이크를 보고 있었다.
"잘 쓰고 있어."
혜린이 포크를 멈췄다.
"……뭐?"
"잘 쓰고 있어. 그거는 싼 거라서 버렸고, 제대로 된 거 샀어."
혜린은 지수를 봤다. 지수의 얼굴을. 그리고 지수의 목을. 그 열쇠를. 혜린의 얼굴이 천천히 바뀌었다. 지수가 그 표정 변화를 봤다.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단계. 농담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단계.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아는 단계.
"……그거 열쇠야?"
"응."
"그 열쇠?"
"응."
"지금 민규 씨……."
"응."
혜린은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카페 천장을 봤다. 그리고 다시 지수를 봤다.
"얼마나."
"칠십사 일."
"칠십……." 혜린이 입을 막았다. "야. 야. 미쳤어? 그 사람 회계사잖아."
"회계사가 왜."
"회계사가 그런 걸……."
"회계사라서 잘해. 매일 세."
혜린은 웃기 시작했다. 카페 전체가 돌아볼 정도로. 지수도 웃었다. 혜린이 겨우 진정하고 물었다.
"내가 준 장난 선물이……."
"응. 결혼 선물이 됐어. 진짜로."
"야, 나 지금 인생에서 제일 뿌듯해."
"고마워. 진심으로."
혜린은 지수를 오래 봤다. 웃음이 가라앉은 얼굴로.
"너 행복해?"
지수는 그 질문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답도 예상하지 않은 게 나왔다.
"응. 이상하게. 결혼하면 이렇게 될 줄 몰랐어. 매일 그 사람이 나 생각하는 걸 알아. 그 사람이 나 없으면 못 견디는 게 아니라, 나 없으면 안 되는 게 아니라, 나를 기다리는 거야. 매일. 그게 어떤 건지 알아?"
혜린은 케이크를 먹었다. 오래 씹었다.
"몰라. 나 남자친구 삼 개월마다 바꾸잖아."
"너도 하나 사줘."
"미쳤어?"
두 사람은 다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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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1 밤. 지수는 남편에게 혜린 얘기를 했다. 민규는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혜린 씨한테 말했어?"
"응. 혜린이가 준 거잖아. 알 권리 있어."
"나 이제 혜린 씨 못 봐."
"혜린이가 자기 존경한대. 회계사가 그런 걸 한다고."
"그게 존경이야?"
"그리고 자기야." 지수가 그의 옆에 누웠다. "혜린이가 나한테 행복하냐고 물었어."
민규가 손을 내렸다.
"뭐라고 했어."
"응이라고 했어. 이상하게."
"이상하게?"
"결혼하면 이렇게 될 줄 몰랐어." 지수가 그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자기가 매일 나 기다리는 거. 나 그거 매일 알아. 자기 폰 알림 뜰 때. 자기가 내 열쇠 보는 눈. 자기가 화장실에서 앉아서 나 생각하는 거. 그게 너무……." 지수가 말을 찾았다. "너무 사랑받는 것 같아."
민규는 오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수의 손을 잡아 자기 케이지 위에 올렸다. 옷 위로. 안에서 그것이 살을 밀어내고 있었다.
"이거 자기 거야." 그가 말했다. "칠십사 일 동안. 앞으로 십일 일 더. 그리고 그다음에도."
"그다음에도?"
"백일 끝나면 다시 잠가."
지수가 고개를 들었다.
"……진짜?"
"응. 백일은 자기가 정한 날이야. 근데 그다음은 내가 정할게. 백일 다음 날 다시 잠가. 그리고 그다음 날짜는 자기가 정해."
지수는 남편을 봤다. 이 사람이 이 말을 하고 있었다. 오십 일 넘게 기다린 사람이, 그 기다림이 끝나는 날의 다음 날을 이미 정하고 있었다.
"자기 진짜……."
"응?"
"……사랑해."
"나도."
지수는 그 밤에 목록을 열었다. '25일'. 남은 항목이 열한 개였다. 지수는 그 밑에 한 줄을 추가했다.
'D+1: 다시 잠근다. 그 사람이 원해서.'
그리고 폰을 내려놓고 남편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이제 그 소리는 지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