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지나갔고 회식은 다가온다
시어머니는 일요일 오후 두 시에 떠났다. 현관에서 지수를 안아주며 "노력해라"라고 한 번 더 말했고, 민규의 등을 두드리며 "허리 조심"이라고 했다. 문이 닫히자 두 사람은 현관에 나란히 서서 이십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기야." 민규가 먼저 말했다.
"응."
"일요일이야."
"알아."
지수는 남편을 소파에 앉히고, 그 앞에 서서, 목걸이를 만졌다. 민규는 지수의 손을 봤다. 늘 그랬다. 그의 시선은 지수의 손이 그 열쇠에 갈 때마다 따라왔다. 지수는 그 시선을 열흘 동안 봐왔고, 그 시선이 자기한테 뭘 하는지 이제 알았다.
"열어줄게." 지수가 말했다.
민규의 얼굴이 밝아졌다.
"근데 조건이 있어."
밝아진 얼굴이 조심스러워졌다.
"열어서, 씻고, 확인하고." 지수가 손가락을 하나씩 폈다. "그리고 다시 잠글 거야."
"……그게 열어주는 거야?"
"열어주는 거지. 열쇠를 쓰잖아."
"자기야."
"왜. 내가 정하는 거잖아."
민규는 소파에 몸을 묻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지수는 그 손 사이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는 걸 들었다. 절망과 웃음이 섞인 소리.
"자기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지."
"응."
"언제부터."
"사흘 됐을 때부터."
"……그럼 일요일이라고 왜 말했어."
지수는 그의 앞에 무릎을 굽혀 앉았다. 두 사람 눈이 같은 높이가 됐다.
"자기가 일주일 동안 일요일을 생각하게 하려고."
민규는 지수를 오래 봤다. 그리고 말했다.
"자기 이거 진짜 잘한다."
"칭찬이야?"
"칭찬이야. 무섭게."
지수는 그날 오후에 열쇠를 썼다. 열고, 씻기고, 손으로 세 번 절정 직전까지 데려갔다가 세 번 멈췄고, 세 번째에는 민규가 진짜로 지수 이름을 부르며 애원했다. 지수는 그 애원을 들었고, 그다음에 열쇠를 돌렸다. 딸깍. 민규는 소파에서 십오 분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다음은 언제야." 그가 겨우 물었다.
"몰라."
"자기야."
"진짜 몰라. 정하지 않았어. 그게 더 좋지 않아? 모르는 게."
민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게 대답이었다. 지수는 그걸 이제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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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목요일이었다.
"회식이야. 목요일."
"어디서."
"고깃집. 그리고 부장님이 이차로 노래방 가자고 할 거야. 확실해."
지수는 저녁 설거지를 하다가 돌아봤다. "자기 노래방 가면 뭐 해."
"앉아 있지."
"부장님이 춤추라고 하지 않아?"
"……가끔."
"그럼 어떡해."
민규는 대답을 못 했다. 지수는 남편이 회식 자리에서 '살인의 추억' 안무를 억지로 시킨 부장님 얘기를 한 적이 있다는 걸 기억했다. 그때 그는 술기운으로 넘겼다고 했다. 이번엔 술기운으로 넘길 수 없는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열어줄까?" 지수가 물었다.
"자기가 정하는……."
"의견."
민규는 오래 생각했다. "안 열어줘도 돼."
"진짜?"
"응. 그리고 그거, 진짜 이상한 말인데." 그가 머뭇거렸다. "잠긴 채로 가면, 회식 내내 자기 생각할 것 같아서. 그게 좋아."
지수는 접시를 내려놓고 손을 닦고 남편 앞에 섰다.
"자기 지금 그 말 진심이야?"
"응."
"이 게임이 좋아서가 아니라, 나를 생각하는 게 좋아서?"
"둘이 다른 거야?"
지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건 지수도 모르는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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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밤 열한 시 사십 분에 민규가 들어왔다.
지수는 소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민규가 아침에 나갈 때 입고 있던 그의 흰 셔츠를 입고 있었다. 밑에는 아무것도. 그리고 목걸이.
민규는 현관에서 그 모습을 보고 구두 한 짝을 신은 채로 멈췄다.
"……자기야."
"어서 와. 재밌었어?"
"자기 지금……."
"내 옷 아니야? 아, 자기 옷이네." 지수가 셔츠 단추를 하나 풀었다. "빨래하려고 입어봤어."
민규는 남은 구두를 벗는 데 시간이 걸렸다. 술 냄새가 났다. 많이 마시지는 않은 것 같았지만 얼굴이 붉었다. 지수는 그게 술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노래방 갔어?"
"갔어."
"춤췄어?"
"……췄어."
"뭐 췄어."
"말하고 싶지 않아."
"부장님이 만졌어?"
민규가 눈을 감았다. "어깨. 그리고 허리. 노래 부르면서 뒤에서 껴안고 흔드는 거 있잖아. 그거."
"허리? 어디까지?"
"허리까지. 다행히."
지수는 웃음을 참으려다 실패했다. 소파에 쓰러져서 웃었다. 민규가 옆에 와서 앉았다. 지수는 웃으면서 그의 넥타이를 풀었다.
"자기 부장님이 자기 껴안고 흔드는데 자기는 잠겨 있고."
"그만."
"그 안에서 자기 거는 부장님이 아니라 나 생각하고."
"자기야, 진짜."
"응?"
지수가 웃음을 멈췄다. 민규의 얼굴이 웃고 있지 않았다. 그는 지수를 보고 있었다. 셔츠를, 단추 하나 풀린 곳을, 목걸이를, 그리고 지수의 얼굴을. 그 눈이 지수가 열흘 전에는 본 적 없는 어떤 것을 담고 있었다.
"오늘 하루 종일 자기 생각했어." 그가 말했다. "회의 때. 고기 구울 때. 부장님이 노래할 때. 화장실에서 앉아서 오줌 쌀 때." 그가 웃었다. 갈라진 웃음. "자기가 열쇠 만지는 손. 그거 하루 종일 생각났어. 그런데 자기야."
"응."
"내가 좀 무서워."
지수는 셔츠 단추에서 손을 뗐다. "왜."
"이게 이렇게 좋아서.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니잖아. 나 회계사야. 나 정리하고 계산하고 순서 지키는 사람이야. 그런데 자기 목에 걸린 그거 하나 때문에 하루가 다 자기로 채워져. 회식 자리에서 사람들이 하는 얘기 하나도 안 들리고." 그가 지수의 손을 잡았다. "내가 자기한테 이렇게 다 넘긴 게, 좋은데, 그게 좀 무서워."
지수는 남편의 손을 봤다. 자기 손을 잡은 손. 그가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걸 결혼하고 처음 알았다.
"나도." 지수가 말했다.
"뭐가."
"나도 무서워. 다른 이유로." 지수가 목걸이를 만졌다. 그리고 그 손을 멈췄다. "이게 너무 좋아서. 자기가 나 보는 눈. 자기가 내 손 따라오는 거. 자기가 애원하는 거. 나 원래 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 아닌 줄 알았어. 그런데 일요일에 자기가 내 이름 부르면서 애원할 때." 지수가 숨을 골랐다. "나 그때 젖었어. 그냥 보고만 있는데."
민규가 지수를 봤다.
"그래서 나도 무서워. 내가 이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서 한참 서로를 봤다. 밤 열두 시였다. 술 냄새와 고기 냄새와 지수 목에 걸린 은색 체인.
"그럼 우리 둘 다 무서운 거네." 민규가 말했다.
"응."
"같이 무서우면 괜찮은 거 아니야?"
지수는 웃었다. 이 사람은 이런 식으로 결론을 낸다. 회계사답게. 양쪽이 맞으면 괜찮다.
"확인해야지." 지수가 말했다. "오늘 확인."
"……응."
지수는 남편의 바지를 벗겼다. 열흘 넘게 잠긴 그것. 스테인리스 안에서 살이 밀려나 있었고, 팬티 앞이 젖어 있었다. 지수는 그걸 손끝으로 만졌다.
"이거 언제 이렇게 됐어."
"자기 셔츠 입은 거 봤을 때."
지수는 셔츠 단추를 다 풀었다. 그리고 남편 앞에 서서 셔츠를 벌렸다. 그 아래 아무것도 없었다. 민규가 손을 뻗었고, 지수는 그 손을 잡아 자기 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만져 봐. 나 지금 어떤지."
민규의 손가락이 닿았다. 그는 숨을 들이켰다. 지수는 젖어 있었다. 아주 많이. 그의 손가락이 미끄러지듯 안으로 들어갔다.
"자기 이거……."
"자기가 부장님한테 껴안겼다는 얘기 들으면서 이렇게 됐어. 자기 갇힌 채로 그 사람 옆에서 참고 있는 거 상상하면서."
민규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지수는 소파 위에 무릎을 세우고 그의 무릎 위에 올라앉았다. 그의 얼굴에 가슴을 대고. 그가 젖꼭지를 물었다. 손가락 두 개가 안에서 구부러졌다. 지수는 그의 머리를 끌어안고 허리를 움직였다. 아래에서 스테인리스가 지수의 허벅지에 닿았다. 차갑고 단단하고, 그 안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이거." 지수가 허벅지로 케이지를 문질렀다. "이거 지금 얼마나 아파."
"……많이."
"좋아?"
"……응."
지수는 그의 손가락 위에서 움직였다. 그가 엄지로 클리토리스를 문질렀다. 지수는 소리를 냈다. 이번엔 시어머니가 없었다. 마음껏 냈다. 그의 손가락이 안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엄지가 눌러오자 지수는 그의 어깨를 물었다.
"자기야, 나 갈 것 같아……."
"가. 내 앞에서 가."
지수는 갔다. 그의 손 위에서 허리를 떨면서, 그의 어깨에 이를 박은 채로, 목걸이가 그의 얼굴 앞에서 흔들리는 채로. 안이 그의 손가락을 꽉 조였고 지수는 그 수축을 세면서 왔다. 하나, 둘, 셋, 넷.
지수가 숨을 고르는 동안 민규는 젖은 손가락을 자기 입에 넣었다. 지난주에도 그랬다. 이제 그건 그의 버릇이 되어 있었다.
"자기야." 지수가 그의 무릎 위에서 흐트러진 채로 말했다. "나 지금 자기 안에 넣고 싶어."
민규가 얼어붙었다.
"근데 안 할 거야."
그가 신음을 냈다. 진짜 신음. 아픈 소리.
"자기 지금 이거 진짜 잔인한 거 알지."
"응. 그런데 자기 좋잖아."
민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케이지 안에서 살이 꿈틀거리며 통풍구로 액이 흘러나와 지수의 허벅지를 적셨다. 그게 대답이었다.
지수는 그 밤에 남편을 씻기고, 확인하고, 침대에 눕히고, 옆에 누워서 그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빠르게 뛰었다. 아주 오래 빠르게 뛰었다.
"자기야." 민규가 어둠 속에서 말했다.
"응."
"우리 이거 얼마나 오래 할 거야."
지수는 천장을 봤다. 아직 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숫자 하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결혼기념일도 아니고 생일도 아닌 숫자.
"생각해 볼게."
"……자기 이미 생각한 거지."
"자."
민규는 웃었고, 지수는 그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그 숫자를 마음속에 적었다. 백. 결혼 백 일. 아직 칠십 일 가까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