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은 생각보다 길다
첫날 아침, 민규는 출근 준비를 하다가 거울 앞에서 십 분을 썼다.
"티 나?"
"뭐가."
"이거." 그가 슬랙스 앞을 가리켰다. "불룩한 것 같은데."
지수는 커피를 마시며 남편의 아랫도리를 아주 진지하게 감정했다.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그리고 앉아서 아래에서.
"안 나. 자기가 의식해서 그래."
"진짜?"
"진짜. 그리고 그 팬티 입지 마. 후기에 브리프 입으라고 했잖아. 트렁크 입으면 흔들린대."
"자기 그 후기 몇 개나 읽은 거야."
"어젯밤에 마흔 개."
민규는 브리프로 갈아입었다. 갈아입는 동안 지수는 소파에 앉아서 그걸 봤고, 그가 갈아입다가 한 번 멈춰서 "자기 보는 거 알아"라고 말했고, 지수는 "내 남편 내가 보는데"라고 대답했다. 그가 현관에서 구두를 신을 때 지수는 뒤에서 그의 허리를 안고 목걸이를 그의 등에 눌렀다.
"느껴져?"
"……응."
"잘 다녀와. 회의 때 다리 꼬지 말고."
그가 나가고 문이 닫히자 지수는 현관에 서서 잠시 생각했다. 자기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남편 회사에 남편 몸의 일부를 잠가서 보낸 것이다. 그리고 그 열쇠가 자기 목에 있다. 하루 종일 그가 이걸 느끼게 될 것이고, 느낄 때마다 자기를 생각할 것이다.
지수는 웃으며 출근 준비를 했다. 원래 지수는 아침에 잘 안 웃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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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카톡이 왔다.
[민규] 자기야
[민규] 화장실이 문제야
[지수] 왜
[민규] 앉아서 싸야 해
[민규] 서서 하면 사방으로 튀어
[지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규] 웃지 마 진지해
[민규] 남자 화장실에서 좌변기 칸 들어가는 거 눈치 보여
[지수] 자기 지금 회사 화장실에서 이거 치는 거야?
[민규] ……
[지수] 앉아서 하는 거 좋은 거야. 위생적이고
[지수] 그리고 앉을 때마다 나 생각하겠네
[민규] 자기 진짜
[지수] 저녁에 확인할 거야. 깨끗한지
[민규] ……알았어
지수는 회사 탕비실에서 소리 내어 웃다가 후배한테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지수는 "남편이 웃겨서"라고 대답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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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저녁 확인은 조용했다. 민규가 샤워를 하고 나오면 지수가 침대에 앉아서 그를 앞에 세우고, 케이지 안팎을 들여다보고, 위생 스프레이를 뿌리고, 면봉으로 살 사이를 닦았다. 민규는 그동안 천장을 봤다.
"붓지 않았네. 색도 괜찮고."
"자기 진짜 간호사 같아."
"간호사가 이런 걸 하겠어." 지수가 면봉을 버리고 손을 씻고 왔다. "느낌 어때, 하루 지나니까."
"무거워. 그리고 자꾸 생각나."
"뭐가."
민규는 대답하지 않고 지수의 목에 걸린 열쇠를 봤다. 그걸로 충분한 대답이었다.
첫날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둘째 날 새벽에도 민규는 세 시에 깼고, 이번에는 지수를 깨우지 않고 혼자 화장실에 가서 찬물을 끼얹었다. 지수는 깨어 있었다. 물소리를 들으면서 이불 속에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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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은 토요일이었고, 두 사람은 마트에 갔다.
민규는 마트에 가는 게 불안했다. 걸을 때마다 흔들리고, 카트를 밀 때 카트 손잡이 높이가 정확히 문제의 높이였고, 누가 봐도 티가 날 것 같았다. 지수는 그 불안을 잘 알았고, 그래서 채소 코너에서 오이를 골랐다.
아주 오래 골랐다.
"자기야, 이거 어때?" 지수가 오이 하나를 들어 보였다. 손가락으로 감싸서. 천천히 위아래로 훑으면서. "너무 굵나?"
"……보통 오이인데."
"이건? 이건 좀 휘었네." 지수가 다른 오이를 들었다. "휜 게 더 좋다고 그러던데."
"누가."
"인터넷."
민규는 카트 손잡이를 꽉 잡았다. 지수는 오이 세 개를 골라서 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바나나 코너로 갔다. 민규가 "우리 바나나 안 먹잖아"라고 했을 때 지수는 "오늘부터 먹을 거야"라고 대답했다.
정육 코너에서는 소시지를 오래 봤다.
"자기야 진짜."
"뭐. 나 소시지 좋아하잖아."
"자기 소시지 싫어해."
"오늘부터 좋아해."
가장 곤란한 순간은 계산대였다. 앞에 서 있는 중년 여자가 뒤를 돌아봤고, 지수의 목걸이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열쇠 목걸이 예쁘네요. 요즘 유행이에요?"
지수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대답했다. "결혼 선물이에요. 남편이 준 거."
"어머, 로맨틱하다. 무슨 열쇠예요?"
"남편 마음의 열쇠요."
여자는 감탄했고, 민규는 카트를 잡은 채로 영혼이 육체를 떠나는 표정을 했고, 지수는 그의 옆구리를 살짝 찔렀다. 여자가 나간 후 민규가 낮게 말했다.
"남편 마음의 열쇠."
"틀린 말은 아니잖아."
"자기 이런 거 즐기는 거지."
지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안 하는 게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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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저녁 확인 때, 민규는 문제가 생겼다.
"자기야, 잠깐만. 잠깐만."
"뭐야, 아파?"
"아니, 아니. 그게……."
지수가 면봉으로 케이지 살 사이를 닦고 있었을 뿐인데, 그 안에 갇힌 것이 살을 밀어내며 부풀었고, 케이지 끝 통풍구로 끈적한 액이 한 방울 맺혔다. 지수는 그걸 봤다. 민규도 지수가 그걸 보는 걸 봤다.
"이게 왜 나와."
"자기가 만지니까 나오지!"
"난 위생 관리를 하는 건데."
"위생 관리를 그렇게 천천히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지수는 면봉을 내려놓고 손가락 끝으로 그 방울을 톡 찍었다. 실처럼 늘어났다. 지수는 그걸 남편 눈앞에 들어 보였다.
"이틀 만에 이러면 어떡해."
"자기가……."
"쉿." 지수는 그 손가락을 자기 입에 넣었다. 민규의 무릎이 진짜로 꺾일 것 같았다. "확인 끝. 잘 자."
그날 밤 민규는 침대에서 삼십 분 동안 뒤척였고, 지수는 그 옆에서 아주 잘 잤다. 자는 척했다. 사실은 지수도 뒤척였다. 다른 이유로. 자기 다리 사이가 젖어 있다는 걸 지수는 알았고, 그걸 남편이 모르게 하려고 조용히 누워 있었다. 그건 아직 알려주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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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저녁. 사흘째.
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 앉았다. 냉장고에 붙은 규칙 종이가 두 사람 옆에서 조용히 자석에 매달려 있었다.
"사흘 됐다." 지수가 말했다.
"됐네."
"어땠어."
민규는 오래 생각했다. 지수는 그가 생각하는 걸 봤다. 그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자기 다리 사이 위에 놓였다가 다시 식탁 위로 올라오는 걸 봤다.
"이상했어." 그가 말했다. "처음 하루는 진짜 이상하기만 했는데, 둘째 날부터 다르더라. 그게, 하루 종일 자기를 생각하게 돼. 아침에 옷 입을 때, 화장실 갈 때, 앉을 때, 걸을 때. 자기가 열쇠 만질 때. 계속. 그러니까 하루가……." 그가 손가락으로 식탁을 톡 쳤다. "자기로 가득 차."
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좀 무서워." 그가 덧붙였다. "이게 이렇게 좋을 줄 몰라서."
"……좋아?"
"응."
지수는 목걸이를 만졌다. 이제 습관이 된 그 동작. 민규의 눈이 그 손을 따라왔다.
"그럼 계속할래?"
"자기가 정하는 거잖아."
"자기 의견 묻는 거야. 이건 규칙 밖에서."
민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하고 싶어."
지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자기 표정이 어땠는지 나중에도 몰랐다. 민규가 나중에 말해줬다. "자기 그때 얼굴이, 크리스마스 선물 받은 애 같았어"라고.
"그럼." 지수가 의자에서 일어나 남편 뒤로 가서,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몸을 숙여 귀에 속삭였다. "다음 주 일요일까지."
민규가 숨을 들이켰다. "……일주일 더?"
"응. 오늘부터 일주일."
"자기야."
"왜. 못 견디겠으면 제주도."
민규는 한참 후에야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
"자기 지금 즐기고 있는 거지."
지수는 그의 귀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목에서 열쇠를 들어, 그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내가 즐기는 게 자기가 즐기는 거야. 그게 이 게임이야, 자기야."
민규의 다리 사이에서 스테인리스가 살을 밀어내는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날 리 없는데 지수는 들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