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오신다
"토요일에 엄마 온대."
민규가 그 말을 한 건 목요일 저녁이었고, 지수는 그 순간 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했다. 첫째, 냉장고에 붙은 '규칙' 종이. 둘째, 지금 남편의 다리 사이에 있는 것.
"자고 가셔?"
"응. 일요일에 교회 모임 있다고 우리 집에서 자고 가신대."
"일요일."
"응."
일요일은 지수가 열쇠를 쓰겠다고 약속한 날이었다. 아니, 약속은 아니었다. 지수가 '일요일까지'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수는 사실 그날 열어줄 생각이 없었다는 걸 자기 자신에게 이제 인정했다. 하지만 이건 다른 문제였다. 시어머니가 옆방에서 자는데 남편이 잠겨 있다.
"열어줄까?" 지수가 물었다. "어머님 계시는 동안."
민규가 지수를 봤다. 그리고 아주 조금, 그 특유의 순서 지키는 사람의 방식으로, 대답을 골랐다.
"자기가 정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의견 묻는 거야."
"……안 열어줘도 돼."
지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웃음이 터졌다. 배를 잡고 웃었다.
"자기 미쳤어? 어머님이 옆방에서 자는데?"
"어머니가 내 팬티 속을 보실 일은 없잖아."
"그건 그렇지."
"그리고." 민규가 목을 쓸었다. "그냥, 계속하고 싶어. 엄마 왔다고 끊는 건 좀……."
지수는 남편이 이 게임을 자기보다 더 진지하게 여기고 있다는 걸 그 순간 알았다. 지수는 이걸 장난과 진심 사이 어딘가에 두고 있었는데, 민규는 이미 진심 쪽에 있었다. 그건 지수를 조금 겁먹게 했고, 그것보다 조금 더 많이 기쁘게 했다. 잠근 지 열흘째였다.
"알았어. 그럼 규칙 종이는 뗀다."
"당연히 떼야지. 그건 진짜 큰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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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토요일 오전 열 시에 도착했다. 반찬통 여덟 개와 함께.
"아이고, 신혼집이 왜 이렇게 깨끗해. 사람 안 사는 것 같아."
"어머님, 저희 사람 살아요."
"그러니까. 신혼이면 좀 어지러워야지. 뭘 그렇게 정리를 해."
지수는 웃으면서 반찬통을 받았다. 냉장고를 열자 자석 하나가 빈 자리에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종이는 어제 뗐다. 그 종이는 지금 지수의 서랍 속, 브래지어 밑에 있었다.
시어머니는 부엌에서 냉장고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수가 말려도 소용없었다. "내가 하는 게 편해." 그리고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뭔가 하나씩 지적했다. 우유가 뒤에 있다, 김치는 여기 넣어야 한다, 그리고—
"이거 뭐니?"
지수는 심장이 멈췄다. 시어머니가 들어 올린 건 위생 스프레이 병이었다. 냉장고 옆 선반에 놓여 있던. 지수가 아침에 정리하면서 딱 하나 놓친 물건.
"아, 그거……."
"소독제야? 부엌에 소독제를 두네. 지수 깔끔하다."
"네. 저희가 좀 깔끔해서요."
시어머니가 스프레이 병을 뒤집어 라벨을 읽었다. 지수는 라벨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알았다. '인티메이트 디바이스 클리너.' 영어였다. 시어머니는 영어를 못 읽었다.
"외국 거네. 요즘 애들은 이런 것도 외국 걸 써." 시어머니가 병을 선반에 다시 놓았다.
지수는 그날 오후에 그 병을 침실 서랍으로 옮겼다. 브래지어 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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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는 오후 내내 소파에서 어머니 옆에 앉아 있었다. 시어머니가 계속 말을 했다. 큰아버지가 어떻고, 사촌이 어떻고, 교회 누가 손주를 봤고.
"그런데 너희는 언제 볼 거니."
"뭘요."
"애. 애 말이야. 결혼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엄마, 한 달이야."
"한 달이면 소식 있어야지. 나 때는 신혼여행 가서 바로 생겼어."
민규는 옆에서 물을 마시던 지수를 봤다. 지수는 물을 삼키는 데 실패했다. 옆으로 튀었다.
"아이고, 지수야, 괜찮아?"
"네, 네. 사레가……."
"그러니까 너희 노력을 좀 해라. 민규 너 밤에 일찍 자고. 피곤하다고 미루면 안 돼."
민규는 그 순간 자기 다리 사이에서 스테인리스 케이지가 살을 조이는 걸 느꼈다. 어머니가 손주 얘기를 하고 있고, 자기는 열흘째 잠겨 있고, 열쇠는 옆에서 물을 흘린 아내 목에 걸려 있었다. 이 상황의 총합이 그의 뇌에 도착하자 그는 소파에서 조금 몸을 뒤척였다.
"너 허리 아프니? 왜 그렇게 뒤척여."
"아니, 아니야."
"허리 아프면 안 돼. 그거 중요한데."
지수는 이번엔 물을 안 마셨는데도 사레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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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나서 시어머니가 지수의 목걸이를 봤다.
"그 목걸이 예쁘다. 열쇠니?"
"네. 결혼 선물이에요."
"민규가 준 거야?"
"네."
시어머니가 민규를 봤다. 조금 놀란 얼굴로. "너 이런 센스가 있었어? 열쇠 목걸이? 무슨 열쇠인데."
민규는 빠르게 대답을 골라야 했다. 회계사의 뇌가 돌아갔다.
"우리 집 열쇠요."
"이 집?"
"아니, 비유적으로."
"비유가 뭐야. 열쇠는 열쇠지." 시어머니가 다가와서 지수 목에 걸린 열쇠를 손끝으로 들어 봤다. 지수는 숨을 멈췄다. 시어머니의 손가락이 그 열쇠를 이리저리 돌려봤다. "진짜 열쇠네. 작다. 일기장 열쇠 같은데."
"네, 그런 거예요."
"그럼 일기장 열쇠야?"
"……비슷한 거예요."
"너희 둘이 비밀 일기장이라도 쓰니?"
"네." 지수가 말했다. 이게 오늘 제일 좋은 대답이었다. "저희 둘만 보는 거예요."
시어머니는 열쇠를 놓고 감탄했다. "신혼이 좋긴 좋다. 나도 너희 아버지랑 그런 거 했으면 좋았을걸."
민규는 소파에 파묻혀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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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었다. 시어머니는 작은 방에서 잠들었고, 벽 하나 너머에서 코 고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오늘 확인." 지수가 침대 위에서 아주 낮게 속삭였다. "빨리 해."
"자기 미쳤어. 엄마 저기 있어."
"확인은 매일 하는 거야. 규칙이야."
"규칙 종이 뗐잖아."
"종이를 뗀 거지 규칙을 뗀 거야?"
민규는 결국 바지를 내렸다. 지수는 손전등 대신 폰 화면 불빛으로 확인했다. 아주 조용히. 스프레이는 소리가 나니까 물티슈로. 지수의 손이 케이지를 잡고 이리저리 살펴보는 동안 민규는 벽을 봤다. 어머니가 코를 골고 있는 벽.
"깨끗하네." 지수가 속삭였다.
"빨리 끝내."
"어머님이 뭐라고 하셨지. 노력을 하라고."
"자기야."
"애 낳으려면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밤에 일찍 자고." 지수가 케이지를 손바닥으로 감쌌다. 안에서 그것이 살을 밀어내는 게 느껴졌다. "우리 지금 노력하고 있는 거지."
"이게 어떻게 노력이야."
"기다리는 것도 노력이지."
지수는 몸을 숙여 케이지 위에 입을 맞췄다. 차가운 스테인리스에. 그 사이로 볼록하게 밀려 나온 살에. 혀끝을 살 사이에 대자 민규가 이를 악물고 베개를 움켜잡았다.
"자기, 소리, 소리 조심……."
"나 소리 안 내. 자기가 내지."
지수는 혀로 케이지 살 사이를 훑었다. 갇힌 살이 안에서 꿈틀거렸다. 통풍구로 액이 맺혀 나오는 게 혀에 닿았다. 지수는 그걸 핥았다. 민규가 신음을 삼키느라 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벽 너머에서 코 고는 소리가 멈췄다.
두 사람은 얼어붙었다. 지수는 남편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은 채로, 민규는 베개를 입에 물고. 삼 초. 오 초. 십 초.
코 고는 소리가 다시 시작됐다.
지수가 고개를 들었다.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동시에 소리 없이 웃었다. 웃음이 멈추지 않아서 지수는 이불을 물어야 했다.
"자기야." 민규가 겨우 속삭였다. "우리 진짜 미친 것 같아."
"응."
"엄마가 이거 알면 나 호적에서 파여."
"어머님은 우리가 비밀 일기장 쓰는 줄 아셔."
"그게 더 이상해."
지수는 남편 옆에 누워서 그의 팬티를 다시 올려줬다. 그리고 그의 귀에 대고 말했다.
"내일 일요일이야."
민규가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도 그 눈빛이 보였다. 기대. 아주 조심스럽게 감춘 기대.
"어머님 가시고 나서." 지수가 말했다. "얘기하자."
지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자기도 몰랐다. 아니, 알았다. 지수는 이미 정했다. 그리고 남편이 내일 저녁에 그 결정을 들으면 어떤 얼굴을 할지 상상하면서 잠들었다.
벽 너머에서 시어머니가 코를 골았다. 아주 편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