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선물은 열쇠로 하자

브라이덜 샤워라는 게 원래 이런 건지 지수는 몰랐다. 혜린이 준비한 케이크에는 분홍색 크림으로 만든, 도저히 케이크에 올라가면 안 될 모양의 장식이 얹혀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선물 상자가 다섯 개 놓여 있었다. 네 개는 정상적이었다. 그릇 세트, 무드등, 수건, 커플 파자마.

다섯 번째 상자를 열었을 때 지수는 삼 초 정도 그게 뭔지 알아보지 못했다.

"이게 뭐야?"

"신혼 필수템." 혜린이 와인 잔을 들고 히죽 웃었다. "남편 관리용."

투명한 케이스 안에는 손바닥 절반 크기의 플라스틱 장치가 들어 있었다. 새장처럼 촘촘한 살이 있고, 밑에는 고리가 있고, 옆에는 손톱만 한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리본이 묶인 조그만 열쇠 두 개.

"미쳤어?" 지수가 소리쳤지만 이미 웃고 있었다. "이거 진짜 파는 거야?"

"진짜 파는 거지. 후기도 있어. 별 다섯 개."

다른 친구들이 비명을 지르며 상자를 돌려봤다. 누군가 "이거 어떻게 끼워?"라고 물었고, 혜린이 진지한 얼굴로 손동작을 시작하자 지수는 소파에 쓰러져서 배를 잡았다. 그날 밤 그 상자는 다른 선물들과 함께 트렁크에 실렸고, 지수는 그걸 그대로 잊었다.

잊은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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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신혼여행 셋째 날 밤이었다. 민규가 짐을 정리한다며 캐리어를 뒤지다가 그 상자를 꺼냈다.

"자기야. 이거 뭐야."

지수는 침대에 엎드려 폰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민규가 케이스를 형광등 아래로 들어 올려 이리저리 돌려보고 있었다. 마치 구청에서 받은 이상한 기념품을 감정하는 사람처럼.

"혜린이가 준 거야. 장난으로. 신혼 필수템이래."

"이게……." 민규가 자물쇠를 손톱으로 툭툭 쳤다. "이게 그거지? 남자 거기 잠그는 거."

"응. 웃기지."

민규는 웃지 않았다. 대신 케이스를 열어서 그 물건을 꺼내 손바닥에 올려놓고 진지하게 살펴봤다. 지수는 남편의 그 표정을 알았다. 조립 가구 설명서를 볼 때, 새 노트북 스펙을 비교할 때 나오는 얼굴. 무언가에 관심이 생긴 얼굴.

"자기야."

"응?"

"왜 그렇게 봐."

"아니, 그냥." 민규가 헛기침을 했다. "이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 궁금해서."

"구?"

"그냥 궁금해서."

지수는 폰을 내려놓고 일어나 앉았다. 남편은 서른둘의 회계사였고, 세상에서 가장 감정 기복이 적은 사람이었고, 청첩장 폰트를 고르는 데 나흘이 걸렸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지금 정조대를 손에 들고 귀가 빨개져 있었다.

"민규야."

"응."

"너 이거 해보고 싶어?"

"아니." 대답이 너무 빨랐다. 그리고 삼 초 후. "……아니, 뭐. 사람들이 왜 하는지는 궁금하지."

지수는 침대에서 내려와 남편 옆에 서서 그의 손바닥 위 물건을 함께 내려다봤다. 새장. 아주 작은 새장.

"이걸 끼우면 못 서잖아."

"그렇지."

"그럼 못 하잖아. 나랑."

"……그렇지."

"그걸 왜 해."

민규는 대답을 고르는 데 시간이 걸렸다. 지수는 그 시간을 기다렸다. 이 사람은 원래 답을 고르는 사람이니까.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뭐?"

"자기가 열쇠를 갖고 있으면. 내가 언제 풀릴지 나는 모르고. 자기가 결정하는 거잖아. 그러면 매일 자기를 볼 때마다 좀……." 그가 손바닥을 접었다. "생각이 날 것 같아서. 하루 종일."

지수는 그 말을 오래 들여다봤다. 남편이 자기를 하루 종일 생각한다는 말. 그걸 하기 위해서 자기 몸을 잠그겠다는 말. 이상하게 로맨틱했고 이상하게 웃겼고, 무엇보다 이상하게 그 말을 들은 순간 아랫배가 조용히 뜨거워졌다.

"그럼 열쇠는 내 거네."

"응."

"내가 목에 걸고 다녀도 돼?"

민규의 목젖이 크게 움직였다. "……응."

지수는 리본을 풀어 열쇠 하나를 손가락에 걸었다. 정말 작았다. 일기장 열쇠 같았다. 이 작은 게 남편의 그것을 쥐고 있게 된다는 사실이 갑자기 너무 우스워서 지수는 웃음이 터졌고, 민규도 결국 따라 웃었고, 두 사람은 제주도의 리조트 침대에 나란히 앉아서 정조대를 사이에 두고 오 분 동안 웃었다.

"그럼 결혼 선물로 하자." 지수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서로한테 열쇠를 주는 거야. 나는 자기한테 이걸 주고. 자기는 나한테 이걸 주고."

"그게 같은 거잖아."

"그게 포인트야,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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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럼 오늘이." 지수가 민규의 티셔츠 밑단을 잡아 올리며 말했다. "당분간 마지막 밤이네."

"당분간이 얼마나 당분간인데."

"몰라. 그건 내가 결정하는 거잖아."

민규의 눈이 어두워졌다. 지수는 그 눈을 봤고, 그래서 더 천천히 티셔츠를 벗겼다. 신혼여행 사흘 동안 이미 여러 번 본 몸인데도 오늘은 달랐다. 이걸 얼마나 오래 못 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지수는 남편을 침대에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탔다. 그가 손을 뻗어 지수의 잠옷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늘 그렇듯 순서대로, 꼼꼼하게. 지수는 그게 좋았다. 이 사람은 급한 일에도 순서를 지키는 사람이었다.

"자기야." 지수가 그의 손을 잡아 자기 가슴 위에 올렸다. "오늘은 순서 무시해."

민규가 웃었고, 그다음엔 웃지 않았다. 그가 몸을 일으켜 지수의 가슴에 입을 대자 지수는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젖꼭지 하나를 혀로 굴리고, 다른 하나를 손가락으로 비틀고, 그가 이를 살짝 세우자 지수의 허리가 저절로 휘었다.

"아……."

지수가 손을 내려 그의 바지 속으로 넣었다. 이미 딱딱했다. 손바닥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 그것을 천천히 쥐자 민규가 지수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신음을 흘렸다. 지수는 엄지로 끝을 문질렀다. 축축했다.

"이게 며칠 동안 갇히는 거네." 지수가 속삭였다. "불쌍하다."

"자기가 불쌍하게 만드는 거잖아."

"그렇지." 지수가 손을 더 세게 움직였다. "내가."

민규가 지수를 뒤집어 침대에 눕혔다. 잠옷 바지를 벗겨 던지고, 속옷을 벗기고, 다리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지수는 원래 이걸 좋아했다. 민규가 서두르지 않는 사람이라서 좋았다. 그는 안쪽 허벅지부터 시작해서, 입술로, 혀끝으로, 아주 오래 걸려서 중심에 도착했다. 지수가 도착하라고 애원할 때까지.

"거기, 거기 좀……."

"여기?" 그가 혀로 클리토리스를 한 번 핥고 떨어졌다.

"아, 진짜, 민규야."

그가 웃는 숨이 그 위에 닿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입술로 감싸고 빨아들이고, 혀를 납작하게 눌러서 문지르고, 손가락 두 개를 안에 넣어 천천히 움직였다. 지수는 시트를 움켜잡고 다리를 벌렸다. 안에서 손가락이 구부러지며 어떤 지점을 누르자 소리가 나왔다. 옆방에 들릴 소리.

"쉿." 그가 말했다. 입을 떼지 않은 채로.

"쉿 하지 마, 그럴 거면 계속……."

그가 계속했다. 지수는 오르가즘이 오는 걸 느꼈다. 다리가 떨리고, 배가 조여들고, 그의 혀가 한 점에 머물자 지수는 소리도 못 내고 그저 허리를 들어 올린 채 온몸으로 왔다. 민규의 손가락이 안에서 그 수축을 다 받아냈다.

"하아……." 지수가 힘없이 웃었다. "이것도 당분간 마지막이야?"

"이건 왜." 민규가 입을 닦으며 올라왔다. "이건 나 안 잠겨도 되잖아."

지수가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렇네. 그건 자기 벌칙이지 내 벌칙이 아니지."

"벌칙 아니야."

"그럼 뭐야."

민규는 대답 대신 지수의 다리를 들어 자기 허리에 걸고, 끝을 그녀의 입구에 맞췄다. 지수는 숨을 들이켰다. 그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들어왔다. 늘 하던 대로 순서대로. 지수는 그 느림이 오늘은 미칠 것 같았다.

"빨리."

"기다려."

"자기가 기다리는 거지 내가 왜 기다려."

민규가 웃었고, 그 웃음과 함께 끝까지 들어왔다. 지수의 몸이 그를 꽉 물었다. 두 사람은 잠시 그대로 있었다. 그가 지수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기억해 둬야지." 그가 말했다. "이 느낌."

그리고 움직였다. 처음엔 천천히, 곧 천천히가 아니었다. 침대 머리가 벽을 쳤다. 지수는 그의 등에 손톱을 세우고, 다리로 그를 조이고, 그가 들이받을 때마다 나오는 소리를 그의 어깨에 묻었다. 민규가 지수의 한쪽 다리를 어깨에 걸치자 각도가 바뀌었고 지수는 시트를 움켜잡았다.

"자기야, 나 또……."

"와. 나도 갈 것 같아."

"안에 해. 마지막이니까 안에……."

민규가 이를 악물고 몇 번 더 세게 박아 넣었다. 지수는 두 번째로 왔다. 이번엔 소리를 참지 못했다. 그리고 민규가 지수 안에서 떨면서 깊게, 오래, 뜨겁게 쏟아냈다. 지수는 그 뜨거움을 안에서 느꼈다. 이걸 당분간 못 느낀다.

두 사람은 그대로 얽혀 누워 천장의 불을 봤다. 민규의 심장이 지수의 가슴 위에서 쿵쿵 뛰었다.

"자기야." 민규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응."

"내일부터야?"

지수는 웃음이 나왔다. 아직 안에 들어 있는 남편이 내일 갇히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아니. 이거 싼 거라 안 돼. 혜린이가 뭘 알아. 제대로 된 걸 사야지."

"……자기 그런 것도 알아?"

"오늘 밤에 알아볼 거야."

지수는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작은 열쇠를 봤다. 리조트 무드등 아래에서 금색으로 반짝였다.

"당분간이 얼마나 당분간인지." 지수가 남편의 가슴에 턱을 올리고 말했다. "그것도 오늘 밤에 정할 거야."

민규의 그것이 지수 안에서 한 번 움찔했다. 지수는 그걸 느꼈다. 그리고 웃었다.

이게 신혼여행 셋째 날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