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기억하는 것
건우가 나간 뒤 유하는 오전 내내 집을 다시 짰다.
그녀는 기술문서를 번역하는 일을 했다. 출근하지 않는 일이었고, 그래서 이 집의 시간 대부분은 그녀의 것이었다. 처음 그와 살기 시작했을 때 그것이 우연이었는지 그가 계산한 것이었는지 그녀는 아직도 모른다. 다만 이 일 덕분에 그녀는 그의 하루를 통째로 볼 수 있었다. 몇 시에 나가고, 몇 시에 들어오는지. 어느 요일에 점심을 거르는지. 무슨 회의 뒤에 말이 없어지는지.
그와 그녀는 일정을 공유했다. 사 년 전부터였다. 그가 "네가 내 저녁을 맞추려면 내 일정을 봐야지"라고 말했을 때 그녀는 그 말이 얼마나 큰 것인지 몰랐다. 주인의 하루가 그녀에게 열려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본다. 그가 어디 있는지 안다. 그것이 명령 없이 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줄은, 사 년 전에는 그도 그녀도 몰랐을 것이다.
그녀는 그의 이번 주 일정을 열었다. 목요일 오후 두 시 '인력 운영 협의'. 다음 주 화요일 오전 '본부장 보고'. 금요일은 종일 비어 있었지만 비어 있다는 것이 비어 있다는 뜻이 아님을 그녀는 알았다.
그녀는 종이를 꺼내 썼다. 그에게 주는 지시가 아니었다. 그녀가 자기 자신에게 주는 것이었다. 월요일 저녁 국. 화요일 아침 셔츠 다림질. 목요일 점심은 그가 안 먹을 것이므로 저녁을 무겁지 않게. 수요일 침구 교체. 그가 집에 있을 때 소음이 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세탁기는 오전에만.
쓰고 나서 그녀는 그 종이를 냉장고 옆이 아니라 서랍 안에 넣었다. 그가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가 그것을 보면 그것이 그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러면 그는 고마워해야 한다는 부담을 하나 더 얹게 될 것이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그가 집에 들어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그냥 거기 있는 것. 그의 것이니까 거기 있는 것.
오후에 그녀는 번역 두 페이지를 했다. 손목에 감긴 가느다란 강철 체인이 키보드 위에서 작게 소리를 냈다. 그것은 목걸이였다. 목에는 옷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녀는 밖에 나갈 때 손목으로 옮겼고 집에서는 목으로 돌려놓았다. 일 년 차에 그가 걸어주었다. 오 년 차에 그가 새것으로 바꿔주었다. 처음 것은 그녀가 그의 서랍에 넣어두었다. 그가 아직 가지고 있는지 그녀는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하는 것은 의심하는 것이고, 그녀는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칠 년.
처음 이 년은 모든 것이 규칙이었다. 그가 만들었고 그녀가 익혔다. 앉는 법, 눈을 두는 곳, 말을 시작하는 법, 그의 이름을 부르는 법. 그 시기에 그녀는 규칙을 하나씩 어기고 벌을 받으며 규칙을 몸에 넣었다. 그가 그녀를 엎어놓고 때리던 밤들. 손바닥으로, 나중에는 가죽으로. 그녀는 그것이 좋았고 그것을 그에게 숨기지 않았다.
삼 년 차에 그들은 거의 끝났었다. 그녀가 더 원했고, 그는 더 줄 것이 없었다. 매일 밤 벌을 받고 매일 아침 명령을 받는 삶은 그가 가진 시간보다 컸다. 그때 그가 말했다. "복종은 시키는 걸 하는 게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걸 아는 거야." 그녀는 그 말을 그날은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한 것은 반년쯤 뒤였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저녁에 그가 원하는 온도의 물을 받아놓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그의 얼굴을 보고 오늘은 말을 걸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명령이 줄었고, 그녀는 명령이 줄어드는 것이 실패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규칙이 몸에 스민 뒤의 삶으로 들어갔다.
오 년 차에 그녀의 어머니가 아팠다. 반년을 병원에서 보냈다. 그 반년 동안 그는 매일 밤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위에 올라타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얼굴을 잡고 말했다. "울어. 허락한다." 그녀는 울었다. 명령이었으므로 울었다. 명령 없이는 울 수 없었던 시기였다. 그가 그 명령을 매일 내려준 덕분에 그녀는 매일 조금씩 울 수 있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에도 그의 앞에서 울었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붙잡고 그 울음을 받았다.
그러니까 그녀는 알았다. 이 관계가 슬픔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담아본 적이 있다는 것을. 그때는 그가 그릇이었다. 지금 그릇이 될 차례가 그녀에게 온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릇은 여전히 그였다. 그녀는 그 그릇에 물을 채우는 사람이었다. 그가 스스로 물을 뜰 수 없을 때, 뜨는 것까지 그녀가 하는 것뿐이었다.
그는 열한 시 십 분에 들어왔다.
그녀는 현관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열 시 반부터였다. 그가 오늘은 열한 시 전후에 들어오리라는 것을 일정으로 짐작했고, 그가 문을 열었을 때 그녀가 이미 거기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부르지 않아도 거기 있어야 했다. 그가 부를 힘이 없다면 그녀가 미리 있어야 했다.
그가 신발을 벗었다. 그녀 앞에 섰다. 매일 밤 이 자리에서 그는 말했다. "보고해." 그러면 그녀는 하루를 말했다.
오늘 그는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말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의 숨에서 들었다.
"주인님." 그녀가 말했다. "씻겨드려도 되겠습니까."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일어나 그의 재킷을 벗겼다. 넥타이를 풀었다.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그의 몸이 드러났다. 석 달 전보다 갈비뼈가 더 보였다. 쇄골 아래가 파여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보고도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표정을 바꾸는 것은 그에게 자기 몸이 얼마나 상했는지 알려주는 일이었다.
욕실에 물을 받아두었다. 그가 좋아하는 온도. 사십일 도. 손으로 재어 아는 온도였다.
그가 욕조에 들어갔다. 그녀는 욕조 옆 타일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머리를 감겼다. 손가락으로 두피를 천천히 눌렀다. 그가 눈을 감았다. 그녀는 그의 어깨를 씻고, 등을 씻고, 팔을 들어 겨드랑이를 씻었다. 그의 팔은 그녀가 드는 대로 들렸다. 힘이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 무게를 자기 손으로 받았다.
물속에서 그의 허벅지를 씻으며 그녀는 그의 성기를 보았다. 물 아래 늘어져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오래 보지 않았다.
"만져도 되겠습니까."
그가 눈을 떴다. 그녀를 보았다. 그 시선에 무엇이 있었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피로, 그리고 피로 아래의 무엇.
"……그래."
그녀는 물속으로 손을 넣어 그의 성기를 감쌌다. 부드러웠다. 따뜻한 물 때문에 더 부드러웠다. 그녀는 그것을 움직이지 않았다. 손 안에 쥔 채로, 다른 손으로 그의 가슴을 천천히 문질렀다. 심장 위를. 그의 심장이 손바닥 아래에서 뛰는 것을 느꼈다. 느렸다.
그녀는 그를 세우려 하지 않았다. 세우는 것은 그가 원할 때의 일이었다. 지금 그녀가 하는 것은 그의 몸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이었다. 그의 몸이 만져지고 있다는 것을 그의 몸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손 안에서 천천히 무거워졌다.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몸은 몸이었다. 칠 년 동안 이 손을 알아온 몸이었다.
"계속해도 되겠습니까."
"응."
그녀는 손을 움직였다. 아주 느리게. 물이 손과 살 사이에서 부드럽게 미끄러졌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이마의 주름이 조금 풀렸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귀두 아래를 쓸었다. 그가 아는 방식으로. 그가 칠 년 전에 그녀 손을 잡고 가르친 방식으로. 그의 배가 작게 움직였다. 숨이 조금 빨라졌다.
그녀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가 절정에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그가 무언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그의 몸은 그녀의 손 안에서 완전히 섰고, 물 위로 귀두가 드러났고, 그녀는 그것을 놓지 않았다.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엄지로 귀두 끝을 문질렀다. 물 밖으로 나온 살이 공기에 닿아 그의 허리가 아주 조금 떨렸다.
그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숨이 한 번 멈췄다가, 허리가 아주 조금 떠오르고, 그녀의 손 안에서 그가 왔다. 물속에서 정액이 흐릿하게 퍼졌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눈꺼풀이 떨렸다. 입이 조금 벌어졌다. 그리고 얼굴 전체가 아주 천천히 풀렸다. 그녀가 석 달 동안 보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손을 놓지 않은 채로 그의 가슴에 이마를 댔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가 허락해준 것에 대한 감사였다. 그의 몸을 만지도록. 그의 몸이 그녀 손 안에서 풀어지도록. 그것은 그가 그녀에게 준 것이었다.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아도, 그가 눈을 뜨고 "그래"라고 말한 것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물을 다시 받고 그를 씻겼다. 욕조에서 그를 일으켰다. 그는 그녀 어깨에 손을 얹고 나왔다. 수건으로 그의 몸을 닦는 동안 그는 서 있는 채로 졸았다. 그녀는 그를 침대까지 데려가 눕혔다. 이불을 덮었다.
그의 손이 이불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녀는 그 손을 잡고 자기 정수리에 얹었다. 그리고 손을 놓았다. 그의 손은 거기 있었다.
그녀는 그 손 아래에서, 침대 옆 매트 위에서, 그가 완전히 잠들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