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놓아둔 하루
셋째 날부터 유하는 그의 하루를 그가 잠든 밤에 만들었다.
그가 자는 동안 그녀는 다음 날 그가 입을 옷을 침실 문 안쪽 걸이에 걸었다. 셔츠 하나, 바지 하나, 양말 한 켤레, 벨트. 넥타이는 셔츠 위에 미리 걸쳐 놓았다. 그가 그것들을 보고 고를 필요가 없도록. 신발은 현관에 한 켤레만 내놓고 나머지는 신발장 안에 넣었다. 가방은 열어서 안을 확인했다. 노트북, 충전기, 사원증. 그가 어제 충전기를 두고 갔다가 회사에서 빌려 썼다는 이야기를 그녀는 듣지 않았지만, 어제 밤 가방 안에 충전기가 없었던 것을 보았다.
식탁 위에는 카드 한 장을 두었다. 명령이 아니었다. 그의 것이었다. '7:20 출발. 12:30 회의실로 도시락. 20:00 귀가 예정.' 그의 일정을 그녀가 그의 시간으로 다시 써서 놓은 것이었다. 도시락은 그의 회사 근처 가게에 미리 주문해두었다. 그가 점심을 거르는 요일이었다. 회의실이 어디인지는 그가 지난달 무심코 흘린 말에서 알았다. 십이 층 구석, 창 없는 방.
그가 아침에 일어나 앉았을 때 그녀는 매트 위에 있었다. 그는 그녀를 보았고, 입을 열었고, 잠시 뒤 다시 닫았다. 그녀는 물었다.
"오늘도 제가 준비해두어도 되겠습니까."
"……응."
"감사합니다."
그것이 그들의 새 아침이 되었다. 그가 하는 것은 한 글자였다. 그러나 한 글자가 있었고, 그녀는 그 한 글자를 받아 하루를 시작했다.
그날 건우는 회사에서 목록을 열었다.
인력 조정. 대상 열넷. 서른한 명 중에서. 그가 팔 년 동안 뽑고 키우고 야근을 같이 한 사람들의 이름이 스프레드시트에 있었다. 그는 한 열에 '유지', 다른 열에 '조정'을 쓰기로 되어 있었다. 이 파일은 곧 위로 올라가야 했다. 날짜는 정해져 있었고, 그는 그 날짜를 보지 않으려 했다.
그는 첫 칸에 커서를 두었다. 박정민. 팔 년. 결혼 삼 년째. 지난 봄에 아이가 태어났다. 그가 축하 봉투를 준비했고, 유하가 봉투에 이름을 써주었다.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키보드 위에 있었다. 그는 그 손에게 명령하려고 했다. 쓰라고. 어느 열이든 쓰라고. 손은 명령을 받지 않았다. 아침에 유하 앞에서 입이 열리지 않은 것과 같았다. 그는 그 사실을 아주 천천히 이해했다. 자기 손도, 자기 입도, 자기 것을 향해 명령을 보낼 힘이 지금 자기 안에 없었다.
열두 시 반에 회의실 문이 열렸고 배달원이 도시락을 들고 들어왔다. 그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그는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알았다. 그는 도시락을 열고 먹었다. 삼십 분 동안 스프레드시트를 닫고 먹었다. 밥과 생선과 나물. 그녀가 집에서 만들었다면 그렇게 담았을 방식으로 담겨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주문했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나중에 그녀에게 묻지도 않았다. 다만 그가 아는 것은, 자기가 오늘 점심을 먹었다는 것이었다.
오후에 그는 세 칸을 채웠다. 셋 다 '유지'였다. 그는 그것이 회피임을 알았다.
그가 집에 들어온 것은 여덟 시 십 분이었다. 카드에 적힌 시간과 십 분 차이였다. 그는 문을 열고 유하가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오늘 처음 그를 보는 사람처럼 그를 올려다보지 않았다. 바닥을 보고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가르친 대로.
"주인님."
"……응."
"저녁 드셔도 되겠습니까."
"……응."
식탁에는 국과 밥과 두 가지 반찬이 있었다. 많지 않았다. 그가 지금 얼마나 먹을 수 있을지 그녀가 계산한 양이었다. 그는 앉았다. 그리고 그녀가 앉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그의 의자 옆,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무릎 높이에 그녀의 얼굴이 있었다. 이것도 규칙이었다. 그가 그녀에게 식탁에 앉을 것을 허락하지 않은 날, 그녀는 그의 옆에서 무릎을 꿇었다. 처음 이 년 동안은 매일 그랬고, 그 뒤로는 그가 특별히 그렇게 하라고 한 날에만 그랬다. 그러니까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지금은, 원래의 규칙이 적용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 원래의 규칙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는 국을 한 술 떠 먹었다. 그리고 손을 내려 그녀의 머리 위에 얹었다.
얹은 채로 먹었다. 한 손으로. 그녀는 그 손 아래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국이 식어가는 동안, 그가 밥을 다 먹고 반찬을 남기는 동안, 그의 손은 그녀의 머리 위에 있었다. 무게가 있었다. 첫날 아침보다는 무게가 있었다. 그녀는 그 무게를 정수리로 받았다.
그가 숟가락을 놓았다.
"오늘 밤은 제 몸을 베개로 쓰셔도 되겠습니까."
그녀가 물었다. 그는 오래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것이 너무 나간 것인가 생각했다. 그가 원하지 않는 것을 제안하는 것은 봉사가 아니라 강요였다. 그러나 그가 말했다.
"……그래."
침실에서 그녀는 침대 머리맡에 등을 대고 앉았다. 다리를 펴고. 그가 그녀의 허벅지 위에 머리를 놓고 누웠다. 옷을 입은 채였다. 그녀는 그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었다. 천천히 빗었다. 그의 눈이 감겼다. 그의 얼굴이 그녀의 배를 향해 있었다. 숨이 그녀의 옷 위로 닿았다.
한참 뒤에 그가 말했다.
"열넷이야."
그녀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열네 명."
"예."
그녀는 묻지 않았다. 누구인지, 언제인지, 어떻게 정할 것인지. 그가 말하고 싶었다면 말했을 것이다. 그가 말한 것은 숫자였다. 그녀는 그 숫자를 받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가 오늘 그녀에게 처음으로 회사의 무엇을 구체적으로 말했다. "회사에 일이 좀 있어" 이후 처음이었다.
"예, 주인님."
그의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갔다. 그녀는 계속 그의 머리를 빗었다. 그가 잠들 때까지. 잠든 뒤에도 한참을.
그날 밤 그녀는 그가 깊이 잠든 뒤에 다리를 아주 조금씩 빼내어 그의 머리를 베개에 옮겼다. 그리고 침실 문 안쪽 걸이에 내일의 옷을 걸었다. 셔츠 하나, 바지 하나. 넥타이는 셔츠 위에.
식탁에 카드를 놓았다. '7:20 출발. 14:00 인력 운영 협의. 19:30 귀가 예정.'
그리고 그 아래에, 아주 작게, 한 줄을 더 썼다가 지웠다. 쓴 것은 '기다리고 있습니다'였다. 지운 이유는 그가 그것을 읽고 미안해할까 봐서였다. 그가 미안해하는 것이 지금 그녀가 가장 원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는 미안할 것이 없었다. 그는 그녀의 주인이었고, 주인은 들어오면 되는 것이었다. 기다림은 그녀의 몫이었다. 그것은 칠 년 전부터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