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한 장의 무게

도쿄는 가까웠다. 두 시간 반. 시차가 없고, 그가 저녁을 먹을 때 그녀도 저녁을 먹고, 그가 잠들 때 그녀도 잠들 수 있는 도시. 그래서 예나는 이번엔 봉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봉투는 거리를 건너는 것이었고, 도쿄까지는 건널 거리가 별로 없었다.

캐리어를 꾸리면서 그녀는 그의 옷장에서 셔츠 한 장을 꺼내 넣었다. 회색 옥스퍼드, 소매 끝이 조금 닳은 것. 그가 사무소에서 자주 입는 옷. 프랑크푸르트 때부터 생긴 습관이었다. 그는 알고 있었고 말하지 않았다. 옷장에 셔츠가 한 장 비는 것을 그가 어떻게 여기는지 그녀는 물은 적이 없었다.

이 출장은 1박 2일이었고, 그리고 사귄 지 꼭 일 년이 되는 날이 그 첫날이었다. 서로 그 얘기를 하지 않았다. 일정이 그렇게 잡힌 것을 두 사람 다 알았고, 두 사람 다 아쉬워하지 않는 척했다.

신주쿠의 호텔 방에서 캐리어를 열자 봉투가 있었다. 셔츠 위에.

도쿄. 방에 도착해서 열 것.

예나는 소리 내서 웃었다. 시차가 없어도, 이틀이어도, 그는 넣었다.

예나에게.

가까운 데 가는 거니까 안 쓸까 했어. 그런데 네가 내 셔츠를 챙기는 걸 봤어. 그래서 쓴다.

이번엔 규칙이라기보다 편지야. 네가 없는 집에서 내가 뭘 하는지 한 번도 말한 적 없지. 말할게.

네가 없는 날 나는 네 컵을 안 씻어. 알지. 그리고 네 베개를 내 쪽으로 가져와. 네 샴푸를 한 번 쓰고 후회해. 냄새가 나서. 네가 없는데 네 냄새가 나는 게 집에서 제일 힘든 부분이야.

이번엔 영상도 전화도 없어. 대신 카톡에 음성 메시지 세 개를 보내 놨어. 순서대로 들어. 하나 듣고, 시키는 걸 하고, 다음 걸 들어. 먼저 듣지 마.

그 셔츠 입고 해.

일 년 됐다. 나는 세고 있었어. 너도 셌지.

잘 자.

— 준서

그녀는 폰을 열었다. 카톡에 음성 메시지 세 개가 어제 밤 열두 시 넘어 도착해 있었다. 재생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던 것. 봉투를 먼저 열어야 했으니까.

샤워를 하고 그녀는 그의 셔츠를 맨몸에 입었다. 단추를 위에서 두 개만 잠갔다. 소매가 손등을 덮었다. 셔츠에서 그의 사무소 냄새가 났다. 종이와 연필과 그가 쓰는 스킨 냄새. 은 원판이 단추 사이로 보였다.

첫 번째 메시지. 이 분 사십 초.

「들었으면 침대에 앉아. 셔츠 입었지. 단추는 두 개만 잠갔을 거야. 네가 그렇게 입는 거 알아.」

그의 목소리가 방에 있었다. 녹음된 것인데, 그가 대답할 수 없는 것인데, 이상하게 통화보다 더 가까웠다. 그는 이것을 어젯밤 그들의 침대에서 녹음했을 것이다. 배경에 그 방의 정적이 있었다.

「오늘 하루 어땠는지 나는 몰라. 네가 무슨 회의를 했고 누구랑 밥을 먹었는지. 그러니까 지금은 그거 다 잊어. 여기엔 나랑 너만 있어.」

「손을 셔츠 안으로 넣어. 왼쪽 가슴. 심장 위에. 뛰는 거 느껴지지. 그거 내 거야. 내가 없어도.」

「이제 손을 아래로. 셔츠 자락 아래로. 천천히. 다리는 벌리고. 안에는 아직 안 돼. 그냥 손바닥으로 덮어. 따뜻하게. 그 상태로 사진 한 장. 셔츠 입은 채로, 손 어디 있는지 보이게. 얼굴은 안 나와도 돼.」

「보내고 두 번째 들어.」

그녀는 시키는 대로 했다. 손바닥이 자기 몸을 덮었다. 이미 따뜻하고 이미 젖어 있었다. 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회색 셔츠 자락, 그 아래로 들어간 손목, 벌어진 허벅지. 보냈다. 읽음 표시가 뜨지 않았다. 그는 지금 어디 있을까. 아직 사무소에서 스탠드 불빛 아래 있을까.

두 번째 메시지. 사 분 십 초.

「보냈지. 아직 못 봤을 거야. 나 사무소에 있을 시간이야. 그래도 보내. 네가 보낸 건 다 봐.」

「손가락 넣어. 하나. 젖었을 거야. 넌 늘 그래. 내 목소리만 들어도.」

「이제 소리 내. 나는 못 들어. 그래도 내. 그 방에 있는 건 너랑 내 목소리니까, 네 소리는 나한테 내는 거야.」

「하나 더. 두 개. 천천히. 엄지는 위에. 내가 하는 것처럼. 내가 어떻게 하는지 기억하지. 처음에 원을 그리고, 그다음에 위아래로, 그다음엔 네가 못 견디면 멈추는 거.」

「멈춰.」

그녀는 멈췄다. 녹음된 목소리는 그녀가 멈췄는지 모르는데 멈췄다. 그가 여기 없는데, 그가 알 수 없는데, 그녀는 손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녀는 그 순간 이해했다. 그가 있어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복종하기 때문에 그가 있는 것이었다.

「셋 세고 다시 해. 하나. 둘. 셋.」

「이번엔 멈추지 않을 거야. 근데 아직 끝내지도 마. 가까워지면 셔츠 자락을 입에 물어. 내 냄새 나지. 그거 물고 참아.」

「셔츠 앞을 열어. 단추 다 풀어. 사진 한 장. 손은 그대로 안에 두고. 이번엔 얼굴 나와도 돼. 아니, 얼굴 나오게 해.」

그녀는 단추를 풀었다. 손을 뺄 수 없어서 한 손으로 서툴게. 셔츠가 벌어져 가슴이 드러났다. 폰을 들었다. 화면 속의 자기 얼굴은 붉었고 입술은 젖어 있었고 눈은 이미 반쯤 풀려 있었다. 이런 얼굴을 그에게 보낸 적은 없었다. 그녀는 보냈다.

「세 번째 들어.」

세 번째. 일 분 오십 초.

「이제 네가 원하는 대로 해. 내가 정하지 않을게. 네 속도로. 네가 끝내고 싶을 때 끝내.」

「대신 끝날 때 내 이름 불러. 대디 말고 이름. 여기 못 듣는 거 알아. 그래도.」

그녀는 그의 목소리가 끝난 뒤에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방이 조용했다. 신주쿠의 밤 소음이 창 너머에 있었다. 그녀는 셔츠 자락을 입에 물었다. 그의 냄새. 손가락이 안에서 움직였고 엄지가 위에서 움직였고, 그가 시키지 않은 속도로, 그녀가 원하는 속도로. 빨랐다. 참았던 것이 한 번에 몰려왔다.

"준서―"

그녀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셔츠 자락이 입에서 떨어졌다. 허리가 들리고, 안쪽이 손가락을 세게 물고, 그의 이름이 신음 사이로 갈라져 나왔다. 아무도 듣지 못했다. 그녀는 그것이 그에게 갔다고 믿었다.

「끝났으면 사진. 얼굴만. 그리고 셔츠 벗지 말고 그대로 자.」

「잘 자, 예나.」

그녀는 마지막 사진을 보냈다. 눈가가 젖은 얼굴. 헝클어진 머리. 벌어진 셔츠 깃 사이의 은 원판.

십 분쯤 뒤에 읽음 표시가 떴다. 그리고 답장이 왔다.

「서랍 열었어.」

예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가 서랍을 열었다. 그의 사무소 책상 두 번째 서랍. 그녀가 어젯밤 그 방에서 그가 샤워하는 동안 넣어 둔 것. 그가 늘 쓰는 회색 봉투를 그의 서랍에서 한 장 꺼내 썼다. 잉크는 남색이 없어서 검은색이었다.

준서에게.

당신은 늘 나한테 쓰니까 나도 한 번 쓸게요. 어색하네요. 당신은 이걸 어떻게 매번 하는지.

일 년 전 오늘 당신이 저한테 처음 규칙을 줬죠. 솔직하게 말하기. 그게 첫 번째였어요. 그러니까 솔직하게 쓸게요.

당신 없는 방에서 잠드는 법을 배웠어요. 당신이 가르쳐 줬어요. 봉투로. 그런데 이제 그게 무서워요. 너무 잘 배워서, 당신 없는 방이 당신 있는 방처럼 느껴지는 게. 그게 언젠가 당신 없이도 괜찮다는 뜻이 되면 어쩌나.

그래서 셔츠를 가져가요. 방이 당신 같아도, 셔츠는 진짜 당신 거니까.

서랍을 열었으면 답은 이렇게 해 줘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서랍 열었어'라고만. 그 뒤엔 내가 돌아가서 들을게요.

일 년. 나도 세고 있었어요.

— 예나

그녀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그가 시킨 대로. 그도 더 보내지 않았다. 그녀가 시킨 대로. 대신 그녀는 셔츠를 그대로 입고 누워서 이불을 끌어올렸다.

새벽에 폰이 한 번 울렸다.

「잘 자.」

이미 한 번 들은 말이었다. 녹음된 목소리로. 그런데 그가 다시 썼다. 그녀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녹음은 어젯밤의 그였고, 이건 지금의 그였다. 서랍을 열고 난 뒤의.

그녀는 답했다. 「잘 자요.」

그리고 정말로 잘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