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장에는 이름을 쓰지 않는다

하연의 전화는 화요일 낮에 왔다.

세령은 회사에 있었다. 지상에서 그녀는 중견 광고 회사의 기획 팀장이었고, 사람들은 그녀가 회의에서 말을 끊는 방식을 무서워했다. 그것도 왕관의 일부였다. 지하에서 배운 것을 지상에서도 쓴다. 다만 지상에서는 아무도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오 주년."

하연이 말했다.

"검은 문 오 주년이야. 육 주 후. 사람들 다 올 거야. 초기 멤버들도 연락했어."

"헤드라인은 나?"

"당연히. 그런데 세령, 그 전에 말할 게 있어."

세령은 회의실 문을 닫았다.

"도현이 사람들한테 말하고 다녀. 오 주년에 여왕이 한 번은 무릎 꿇는 걸 봐야 한다고. 자기가 그 씬을 하겠다고."

"농담이겠지."

"농담으로 시작했어. 지금은 아냐. 사람들이 웃으면서 듣는데, 웃으면서 듣는다는 게 문제야. 소문은 그렇게 시작해."

세령은 창밖을 봤다. 강남 오후. 유리 건물들.

"하연. 나 오 주년에 손님 데려갈 거야."

전화 너머가 조용해졌다.

"…그 사람?"

"응."

"확실해?"

"아니. 그런데 할 거야."

"어떻게 소개할 건데."

"손님. 네 손님. 이름 없이. 노랑 밴드."

하연이 길게 숨을 쉬었다.

"세령. 네가 거기서 그 사람을 보면 어떻게 될지 알아?"

"몰라. 그래서 오 주년 전에 한 번 먼저 데려가려고. 다음 달 정기 모임에. 테스트."

"테스트."

"내가 무너지는지 안 무너지는지."

하연은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좋아. 내 손님으로 등록할게. 규칙은 내가 직접 설명할 거야. 그리고 세령—"

"응."

"그 사람 무슨 밴드 찰지 그 사람이 정하게 해. 네가 정하지 마."

그 밤 세령은 문래동에 일찍 갔다. 파티가 없는 날. 목공소에 불이 켜져 있었고 재훈은 의자 다리를 깎고 있었다. 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가 그가 하던 것을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 이제는 기다릴 수 있었다.

"다음 달 둘째 토요일."

그가 돌아봤다.

"검은 문. 하연 손님으로. 노랑이든 빨강이든 네가 정해."

재훈은 대패를 내려놓았다. 손에 묻은 나무 가루를 앞치마에 닦았다. 그리고 다가와 그녀 앞에 섰다. 웃지 않았다. 그녀는 그것이 고마웠다.

"올라가."

이층. 그는 그녀를 거실 한가운데 세웠다. 불은 스탠드 하나만. 그는 소파에 앉았다. 그녀는 서 있었다.

"무릎."

그녀는 무릎을 꿇었다. 마루 위에.

"거기 규칙 말해. 전부."

세령은 고개를 들었다.

"휴대폰은 입구 사물함. 사진 없음. 밴드 세 가지. 초록은 씬 열림, 노랑은 관찰만, 빨강은 접근 금지. 밴드 색깔이 뭐든 누구에게도 허락 없이 손대지 않음. 씬 시작 전에 색깔과 한계와 세이프워드를 반드시 말로 확인. 빨강은 무조건 즉시 중단. 노랑은 멈추고 확인. 모니터 넷이 빨간 밴드를 차고 있고, 모니터가 개입하면 무조건 따름. 하연의 말은 최종. 술은 두 잔까지. 씬이 끝나면 애프터케어, 최소 십 분, 담요와 물. 나가는 사람한테 오늘 무슨 씬이 있었는지 밖에서 말하지 않음."

"더."

"…씬을 하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음. 씬을 보는 사람은 앉거나 서되 삼 미터 안으로 들어가지 않음. 소리 내지 않음. 웃지 않음."

"웃지 않음?"

"거기서 나오는 소리는 웃음거리가 아니야. 그게 그 방의 첫 번째 규칙이야. 하연이 만든 거."

재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넌 거기서 뭘 해."

"윤이랑 씬."

"어떻게."

세령은 잠시 멈췄다. 그가 원하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파티에서 하는 일을 말로, 여기서, 무릎을 꿇은 채로.

"묶어. 십자가에. 플로거로 시작해. 가볍게, 그 아이 피부가 열릴 때까지. 그 다음에 무거운 걸로. 소리가 바뀌는 지점까지. 그 아이 성기를 잡고 멈춰. 열 번. 울 때까지. 그 다음에—"

"일어나."

그녀가 일어섰다. 그는 소파에서 손짓했다. 그녀가 다가가자 그는 그녀의 치마를 걷어올렸다. 팬티를 옆으로 밀고, 손가락 두 개를 그녀 안으로 넣었다. 그녀는 이미 젖어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넣은 채로 말했다.

"계속해."

"…크롭으로. 젖꼭지, 허벅지 안쪽. 그 아이가 숫자를 못 셀 때까지. 그 다음에 손으로. 이번엔 안 멈추고. 사정할 때까지."

"넌 그때 뭐 느껴."

"…힘."

"솔직하게."

"힘. 그리고… 그 아이가 무너지는 걸 보는 게 좋아. 내가 그걸 안전하게 만들었다는 게. 그 아이가 나 때문에 안전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손가락이 움직였다. 세령의 무릎이 흔들렸다.

"그리고 지금 여기 서서 그 얘기하는 건."

"…네가 듣고 있으니까."

"뭐가."

"내가 저 방에서 어떤지. 네가 아는 게. 네가 유일하게."

그는 손가락을 뺐다. 그녀를 소파에 앉히지 않고, 소파 등받이에 손을 대고 엎드리게 했다. 치마를 허리까지 올렸다. 팬티를 무릎까지 내렸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쳤다. 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하나."

세령이 말했다. 시키지 않았는데. 그가 다시 쳤다.

"둘."

열까지. 그의 손은 무거웠고 정확했다. 그녀의 엉덩이가 붉어졌다. 그는 그 위에 손바닥을 얹고 열을 느꼈다.

"조건이 있어."

그가 말했다. 손을 그대로 둔 채.

"말해."

"거기서 나는 아무도 아니야. 노랑 밴드 찬 손님. 아무도 내가 누군지 모르고, 넌 나한테 말도 안 걸어."

"응."

"그리고 넌 나를 보지 않아."

세령이 고개를 돌렸다.

"씬 중에. 내 얼굴 찾지 마. 허락 구하지 마. 거기서 넌 누구 허락도 필요 없어. 나 포함."

"…그게 더 어려워."

"알아. 그래서 조건이야."

그는 그녀 뒤에 섰다. 벨트 소리. 그리고 그의 것이 그녀의 붉어진 엉덩이 사이로 들어왔다. 세령은 소파 등받이를 붙잡았다. 그는 깊게, 한 번에 들어가서 멈췄다.

"거기서 넌 여왕이야. 완전히. 반쪽 아니고. 네가 정확한 거, 네가 흔들리지 않는 거, 그거 다 보여줘. 나한테 말고. 그 방에."

그가 움직였다. 느리게. 세령의 입에서 소리가 났다.

"그리고 집에 오면."

"…응."

"다 말해. 오늘처럼. 하나도 빼지 말고."

"응. 응."

그의 속도가 올라갔다. 세령의 허벅지가 소파에 부딪쳤다. 그녀는 그가 안에서 자신을 채우는 것을 느끼면서, 동시에 자신이 방금 말한 것들을 생각했다. 십자가. 플로거. 윤의 얼굴. 그리고 그 방 벽에 서 있을 이 남자. 노랑 밴드. 그녀가 보지 말아야 할.

"갈 것 같아…"

"안 돼."

그가 멈췄다. 그녀 안에 깊이 있으면서 움직이지 않았다. 세령은 신음했다.

"안 돼. 아직."

"제발…"

"거기서 윤이 그렇게 말하면 넌 뭐라고 해."

"…안 돼, 라고."

"그럼."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뒤로 당겼다. 그녀의 등이 휘었다. 그는 아주 천천히 다시 움직였다. 세령은 이를 악물었다. 그가 그녀를 가장자리까지 데려갔다가 멈추고, 다시 데려갔다가 멈췄다. 세 번. 네 번. 다섯 번째에 세령은 울고 있었다.

"뭐가 필요해."

"네가… 가게 해줘…"

"누가."

"네가. 재훈이. 네가 시켜줘."

"그게 거기서 네가 윤한테 시키는 거야?"

"응…"

"그럼 이제 알겠네. 그 아이가 어떤지."

"알아… 알아… 제발…"

"가."

그녀는 갔다. 소리를 지르면서. 소파를 붙잡고 온몸을 그에게 밀어붙이면서. 그는 그녀가 다 끝나기 전에 속도를 올려 그녀 안에서 함께 끝났고, 둘은 소파 위로 무너졌다.

한참 후에 그가 물었다.

"색깔."

"초록."

"거짓말이면."

"초록이야. 진짜."

그는 그녀를 안고 침대로 갔다. 그녀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있었다.

"넌 무슨 밴드 찰 거야."

"노랑."

"왜."

"보러 가는 거니까. 손대러 가는 거 아니고."

"…내가 널 안 보고 있을 때 넌 뭘 보고 있을 거야."

재훈은 잠시 생각했다.

"네가 정확한 거."

세령은 눈을 감았다. 그가 덧붙였다.

"그리고 네가 나를 안 보려고 어디를 보는지."

그녀는 웃었다. 조금. 그리고 잠들었다.

다음 날 그녀는 하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노랑. 이름 없음. 네 손님."

답은 십 초 후에 왔다.

"알았어. 그날 내 눈은 그 사람한테 있을 거야. 네 눈은 윤한테 있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