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컵

그가 집에 도착한 것은 새벽 두 시였다. 그녀는 세 시 반에 왔다.

열쇠 소리. 신발. 코트. 상자 뚜껑. 그리고 침묵.

그는 부엌에 있었다. 물을 올리지 않았다. 그냥 식탁에 앉아 있었다. 두 시간을 걸어왔고, 걷는 동안 생각한 것들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그는 정리되지 않은 채로 사람을 대하는 것을 싫어했다. 나무는 마르지 않으면 만지지 않는다.

현관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는 일어났다. 현관에 갔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화장이 번져 있었다. 그는 그녀를 내려다봤다.

"세령아."

그녀가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가 손을 뻗지 않았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일어나."

그녀가 일어섰다. 둘은 현관에 서 있었다.

"오늘 그 남자."

"도현."

"네 손목 잡았을 때 죽이고 싶었어."

"알아. 봤어."

"그리고."

그는 말을 멈췄다. 그녀는 기다렸다. 그는 두 시간을 걸었지만 이 문장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네가 저 사람들 위에 서 있는 걸 봤어. 서른 명이 너한테 고개 숙이는 거. 네가 손 하나로 방을 조용하게 만드는 거. 그리고 그 남자가 너한테 손 댄 순간 방 전체가 얼어붙는 거."

"응."

"나는 거기서 아무것도 아니었어."

세령은 그를 봤다.

"노랑 밴드. 검은 셔츠. 그 남자가 와서 누구냐고 물었을 때 나는 벽이라고 했어. 벽. 이 년 동안 네가 매달 한 번 무릎 꿇는 사람이 벽이라고 했어."

"그게 계획이었잖아."

"알아. 알아, 계획이었어. 그런데 세령, 네가 그 남자한테 이 방에서 팔 년 동안 아무도 내 몸에 손 안 댔다고 말할 때. 나는 거기 서 있었어. 매일 밤 네 몸에 손 대는 사람이. 그리고 아무도 그걸 모르고, 그 남자는 나를 비웃고 있었고, 나는 벽이었어."

세령의 얼굴이 바뀌었다. 그는 그것을 봤다. 그녀의 눈이 아주 조금 좁아지고 턱이 아주 조금 들리는 것. 그가 벽에서 본 것. 방을 조용하게 만드는 얼굴.

"그럼 뭐가 되고 싶었어."

목소리도 바뀌었다. 낮고 평평하고 끝이 떨어지는.

"내 옆에 서고 싶었어? 사람들한테 내 거라고 말하고 싶었어? 아니면 내 발밑에 앉은 놈들 중 하나가 되고 싶었어?"

그는 그녀를 봤다. 오래.

그리고 부엌으로 돌아갔다. 식탁 위에 아까 마시던 컵이 있었다. 그가 만든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언젠가 사온 것. 그는 그것을 들었다. 손이 떨리는 것을 그는 처음 느꼈다. 그는 그것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세게가 아니었다. 그냥 손이 정확하지 않았다. 컵이 식탁 모서리에 닿았고, 금이 가는 소리가 났다. 깨지지는 않았다. 금만.

그는 컵을 보고 있었다.

"그 목소리."

그가 말했다. 그녀를 보지 않고.

"나한테 쓰지 마."

그리고 그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세령은 현관에 서 있었다. 파티 옷. 번진 화장. 상자 안의 왕관. 그녀는 자기 입에서 방금 나온 것을 다시 들었다. 내 발밑에 앉은 놈들. 윤. 그녀가 담요로 감고 물을 먹이고 등을 쓸어주는 아이들을 그녀는 그렇게 불렀다. 그것도 처음이었다. 팔 년 동안 한 번도.

그리고 그것을 이 남자에게 했다. 이 집에서.

이 집에서 그녀는 왕관을 벗는다. 문 앞에서. 그것이 규칙이었다. 그녀가 만든 규칙. 그런데 오늘 그녀는 왕관을 상자에 넣었으면서 벗지 않았다. 도현의 손가락이 손목에 남아 있었고, 방이 얼어붙던 순간이 남아 있었고, 복도에서 그가 왕관을 바로잡아준 손끝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이 남자에게 쏟았다. 그가 벽이었다고 말했을 때. 그가 그것을 말하기 위해 두 시간을 걸었다는 것을 그녀는 몰랐지만, 그의 손이 떨리는 것은 봤다.

이 년 동안 그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아래층에서 사포 소리가 났다. 쉭. 쉭. 그녀가 잠들 때 듣던 소리. 오늘은 그 소리가 다르게 들렸다. 규칙적이지 않았다.

그녀는 부츠를 다시 신지 않았다. 스타킹 발로 계단을 내려갔다. 목공소 문은 열려 있었다. 그는 작업대 앞에 서서 의자 좌판을 사포로 밀고 있었다. 이미 매끈한 것을. 더 밀 필요가 없는 것을.

그녀는 문 안쪽에 서 있었다.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녀는 작업대 옆으로 갔다. 그의 작업 의자 옆. 톱밥이 얇게 깔린 콘크리트 바닥. 이 년 전 그녀가 처음 무릎을 꿇은 자리.

그녀는 무릎을 꿇었다.

스타킹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상관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손을 허벅지 위에. 등을 곧게.

사포 소리가 멈췄다.

"미안해."

그녀가 말했다. 바닥을 향해.

"왕관을 안 벗고 들어왔어."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상자에 넣었는데 안 벗었어. 오늘 그 방에서 있었던 일을 다 머리에 쓰고 왔어. 그리고 네가 벽이었다고 했을 때, 나는… 그 방에서 하는 걸 했어. 누가 내 앞에서 흔들리면 눌러버리는 거. 그건 거기서 하는 거야. 여기서 하는 게 아니야. 여기서는 내가 흔들리는 자리야. 네가 아니고."

침묵.

"네가 벽이었다는 말. 맞아. 내가 그렇게 만들었어. 그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까 그건 너를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거였어. 팔 년 동안 아무도 내 몸에 손 안 댔다고 말하는 동안, 너는 거기 서서 그걸 들어야 했어."

그녀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갈라졌다.

"미안해."

오랫동안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러다 사포가 작업대에 놓이는 소리. 발소리. 그가 그녀 앞에 섰다. 그녀는 그의 작업화를 봤다. 톱밥이 묻은.

"일어나."

그녀가 일어나려 했다.

"아니. 그대로 있어."

그녀가 멈췄다. 그의 손이 그녀의 뒷머리를 잡았다. 복도에서처럼. 세게. 그녀의 얼굴이 들렸다.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모든 것이 안쪽에 있었다. 그녀가 십자가 앞에서 하는 얼굴. 그가 그것을 배웠다. 오늘 벽에서.

"그 목소리 어디서 나왔어."

"…거기서."

"여기 가져왔어."

"응."

"다시 가져올 거야?"

"아니."

"거짓말이면."

"…거짓말 아니야. 그런데 확실하지 않아. 오늘 처음 있었던 일이라. 확실하다고는 못 해."

그는 잠시 그녀를 봤다. 그리고 그 대답이 그가 원한 대답이라는 것을 그녀는 그의 손에서 알았다. 손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일어나. 작업대."

그녀가 일어나 작업대로 갔다. 오크. 클램프 자국. 이 년 전 그 자리. 그는 그녀의 실크 블라우스를 벗기지 않았다. 찢었다. 단추가 콘크리트 바닥에 튀었다. 세령은 소리를 냈다. 그는 스커트 지퍼를 내렸고, 그것이 발목에 떨어졌고, 찢어진 스타킹을 손으로 마저 찢어 내렸다. 속옷. 그녀는 알몸으로 작업대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아직 작업복 그대로였다.

"엎드려."

그녀가 엎드렸다. 가슴이 차가운 나무에. 그는 벨트를 풀었다. 그녀는 그 소리를 알았다. 그러나 이번엔 벨트가 그녀의 손목으로 가지 않았다.

첫 타가 그녀의 엉덩이에 떨어졌다.

가죽 벨트. 그가 이 년 동안 한 번도 그렇게 쓰지 않은 것. 소리가 목공소를 가득 채웠다. 세령은 비명을 눌렀다.

"색깔."

"…초록."

두 번째. 세 번째. 그는 정확했다. 그녀가 벽에서 봤던 것을 그도 봤다. 어디를 쳐야 하고 어디는 안 되는지. 그는 그녀가 십자가 앞에서 하는 것을 그녀에게 하고 있었다. 리듬. 반복. 살이 열릴 때까지.

열 번째에 그는 멈추고 손바닥을 그녀의 엉덩이에 얹었다.

"뜨거워."

"…응."

"세어봐. 오늘 너 때문에 벽이 된 시간."

"…두 시간."

"틀렸어. 이 년."

세령은 나무에 얼굴을 묻었다.

그는 그녀 뒤에 섰다. 그리고 들어왔다. 한 번에. 그녀는 소리를 질렀다. 참지 않았다. 여긴 참는 데가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움직였다. 느리지 않았다. 이 년 동안 그는 느린 사람이었다. 오늘은 아니었다. 작업대가 흔들렸고 클램프가 떨어졌고 사포가 떨어졌다. 그녀는 나무 모서리를 붙잡았다. 손톱이 오크에 자국을 냈다.

"누구 거야."

"네 거… 네 거…"

"그 방에서."

"네 거."

"그 남자 손이 여기 있을 때."

그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도현이 잡았던 손목. 세게. 그녀의 팔을 등 뒤로 꺾어 올렸다.

"네 거였어… 재훈아… 네 거였어…"

"그럼 왜 그 목소리를 나한테 썼어."

"몰라… 무서워서…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네가 흔들리는 게 무서워서…"

"내가 흔들리면 안 돼?"

"…안 돼. 너는 안 돼. 네가 흔들리면 나 있을 데가 없어…"

그가 멈췄다. 그녀 안에 깊이. 움직이지 않았다.

"세령아."

"응…"

"나도 사람이야."

그녀가 울기 시작했다. 소리를 내면서. 그는 그녀의 등 위로 몸을 숙여 그녀의 뒷목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다시 움직였다. 이번엔 느리게. 이 년 동안의 속도로. 그녀의 손목을 놓고, 그 손을 자기 손으로 감쌌다.

"내가 흔들려도 여기 있어. 네가 흔들려도 내가 있는 것처럼."

"…응."

"그게 이 집이야."

"응. 응."

그는 그녀를 데려갔다. 천천히, 끝까지. 그녀가 갈 때 그녀는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고, 그가 그녀 안에서 끝날 때 그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작업대에서 안아 내려 바닥에 앉혔다. 자기 작업 재킷으로 감쌌다. 이 년 전처럼. 그리고 그녀의 무릎에서 톱밥을 털었다. 스타킹 찢어진 자리에 붉은 자국이 있었다.

"아파?"

"조금."

"엉덩이."

"…많이."

"내일 앉을 때 알게 될 거야."

"알아. 그게 벌이잖아."

그는 처음으로 웃었다. 조금.

그는 물을 가져왔다. 그녀는 마셨다. 목공소는 조용했다. 새벽 다섯 시. 밖에서 첫 트럭 소리가 났다.

"세령아."

"응."

"네가 거기서 여왕인 게 싫은 게 아니야."

그녀는 그를 봤다.

"오늘 봤잖아. 네가 얼마나 정확한지. 나는 그거 자랑스러웠어. 진짜로. 그 아이가 네 손에서 안전하게 무너지는 거 보면서."

"그런데."

"그런데 내가 못 견딘 건… 내가 본 걸 아무도 모른다는 거였어. 그 방에서 나 혼자, 세상에서 유일하게, 네가 여기 무릎 꿇는 걸 아는 사람이 서 있는데. 그게 비밀이라는 게. 내가 그 비밀을 혼자 들고 벽에 기대 있어야 한다는 게. 이상했어. 무거웠어."

세령은 오래 침묵했다.

"그래서 널 데려간 거야."

"뭐."

"누군가는 알아야 했어. 내가 둘이라는 거. 하연은 짐작만 해. 윤은… 오늘 봤을지도. 그런데 진짜로 아는 사람은 없었어. 이 년 동안 나는 그 비밀을 혼자 들고 그 방에 서 있었어. 네가 오늘 두 시간 서 있었던 그 벽에, 나는 팔 년을 서 있었어."

그는 그녀를 봤다.

"그래서 네가 오면 조금 덜 무거울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네가 대신 들게 됐네."

"…둘이 들면 되잖아."

"어떻게."

"모르겠어. 그런데 오늘 알았어. 내가 벽인 채로는 안 돼. 그리고 네가 그 목소리로 나를 누르는 것도 안 돼. 둘 다 안 돼."

"그럼 뭐가 돼."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도. 그들은 목공소 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의 재킷 안에서 그녀는 그의 심장을 들었다. 위층 식탁 위에는 금 간 컵이 있었다.

"컵."

그녀가 말했다.

"…금 갔어."

"버려?"

"아니. 금 간 채로 쓸 수 있어. 물만 안 넣으면."

"뭘 넣어."

"연필."

그녀는 웃었다. 울면서. 그가 그녀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

"올라가자. 자야 해."

그날 그녀는 엉덩이가 아파서 옆으로 누워 잤다. 그가 등 뒤에서 그녀를 안았다. 아래층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처음으로 그는 마무리할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