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을 만든 이유

스물넷의 강세령은 무릎이 예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 말을 처음 한 사람은 씬에서 K라고 불리던 남자였다. 서른 후반, 말이 유창하고 손이 빠르고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웃는 종류의 남자. 세령은 대학 졸업하고 첫 직장에 다니며 어딘가에 자신을 내려놓을 곳을 찾고 있었고, 그가 그곳처럼 보였다.

첫 여섯 달은 좋았다. 정말로 좋았다. 그녀는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을 때 머리가 비워지는 감각, 그의 손이 그녀를 묶고 때리고 열어젖힐 때 자신이 처음으로 어디에 있는지 아는 느낌. 그것은 진짜였다.

문제는 그가 그것을 그녀의 것이 아니라 자기 것으로 생각했다는 데 있었다.

어느 밤, 사람들 앞에서. 그녀가 노랑이라고 말했다. 두 번. 그는 웃으며 "조금만 더"라고 했고 계속했다. 빨강이라고 말할 힘이 남아 있었는지 그녀는 아직도 모른다. 그 밤 그는 끝나고 다른 사람들과 술을 마시러 갔고, 그녀는 담요도 없이 구석에 남겨졌다. 몸이 떨렸다. 한 시간 후에 어떤 여자가 다가와 물을 건넸다. 그 여자가 하연이었다.

몇 달 후 세령은 K가 다른 자리에서 그녀의 몸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들었다. 그녀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어디를 만지면 어떻게 되는지. 웃음소리와 함께.

그녀는 씬을 떠나지 않았다.

떠날 수도 있었다. 대부분은 그렇게 한다. 그러나 세령은 그 밤에 두 가지를 동시에 알았다. 하나는 자신이 누군가의 손에 자신을 맡기는 일을 여전히 원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이제 아무에게도 그것을 맡길 수 없게 되었다는 것. 두 가지가 함께 있을 수 없다면, 한 가지만 살려야 했다.

그래서 그녀는 채찍을 잡았다.

하연이 가르쳤다. 플로거의 무게를 어떻게 재는지. 어디를 치면 되고 어디는 절대 안 되는지. 신장 위치, 척추, 관절. 색깔을 물을 때 어떤 목소리로 물어야 상대가 거짓말하지 않는지. 끝나고 나서 담요와 물과 십 분의 침묵이 왜 채찍보다 중요한지. 세령은 빨리 배웠다. 자기가 받지 못한 것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배웠다.

그녀는 정확해졌다. 소문이 났다. 여왕이 하는 씬은 안전하다고. 여왕은 실수하지 않는다고. 여왕 앞에서는 아무도 그녀에게 손을 뻗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그녀를 두려워했고, 두려워하면서 원했다. K는 이 년 후 씬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그가 어떤 아이 하나를 더 망치고 하연이 검은 문에서 그를 영구히 제외했다는 것을 세령은 나중에 들었다.

왕관은 하연이 준 것이었다. 세령이 채찍을 든 지 삼 년째 되는 밤.

"장난이야. 그런데 한 번 써봐."

세령은 썼다. 방이 조용해졌다. 하연이 말했다.

"이 방에서 널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없어. 알지?"

그것은 축하가 아니었다. 진단이었다. 세령은 그것을 알았고 웃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왕관을 벗은 적이 없었다. 지하에서는.

지상에서 그녀는 서른넷이 되었다.

문래동 목공소를 찾은 것은 순전히 실용적인 이유였다. 하연이 준 왕관을 넣어둘 상자가 필요했다. 가방에 굴러다니다 서클릿이 두 번 휘었고, 그때마다 은세공소에 가서 펴야 했다. 검색해서 나온 곳이었다. 주문 제작, 소량, 호두나무. 사진 속 상자들은 소박하고 정확했다.

일층 목공소 문을 열었을 때 남자는 뒤돌아 있었다. 대패질 중이었다. 그는 그녀가 들어온 것을 알았지만 그 판을 끝까지 밀고 나서 돌아섰다.

"주문이세요?"

"상자요. 이만한 크기."

그녀는 손으로 크기를 그렸다. 그는 종이에 치수를 적었다. 그리고 물었다.

"안에 뭐 넣으실 건데요."

"…장신구요."

"어떤."

"머리에 쓰는 거."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더 묻지 않았다. 안쪽 펠트 색깔을 정하라고 했다. 진회색. 뚜껑은 힌지 없이 얹는 식으로. 이 주 걸린다고 했다.

이 주 후 그녀는 상자를 받으러 갔다. 완벽했다. 그녀는 계산하고 돌아섰는데, 그가 말했다.

"앉지도 않으시네요."

세령이 돌아봤다.

"이 주 전에도 안 앉으셨어요. 오늘도. 저기 의자 있는데."

"급해서요."

"급한 사람 아닌 것 같은데."

그녀는 그때 처음 그의 손을 봤다. 두꺼운 손바닥, 흉터. 그리고 그 손이 얼마나 가만히 있는지를.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녀 앞에서 손을 어디 둘지 몰랐다. 이 남자는 그냥 두고 있었다.

세 번째 방문은 핑계였다. 상자 뚜껑이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실제로는 완벽하게 맞았다. 그는 뚜껑을 살펴보고, 완벽하게 맞는다고 말하고, 커피를 내렸다. 이번엔 그녀가 앉았다.

네 번째는 핑계도 없었다.

그리고 그 밤이 왔다. 검은 문이 끝난 새벽 세 시. 세령은 택시 안에서 문래동 주소를 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왜인지 몰랐다. 목공소 불이 켜져 있었다. 그는 밤에 일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아직 파티 화장을 하고 있었고 왕관은 상자 안에 있었다. 가방 안의 상자. 그가 만든.

그는 문을 열고 그녀를 봤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들어오게 했다. 톱밥 냄새. 그는 주전자를 올렸다.

"앉아요."

세령은 의자 쪽으로 갔다. 그가 말했다.

"아니. 여기."

그는 자기 작업 의자 옆 바닥을 가리켰다. 톱밥이 얇게 깔린 콘크리트 바닥.

세령은 그를 봤다. 그는 그녀를 봤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시험도 장난도 욕망도. 그냥 그 자리가 그녀의 자리라는 것을 아는 얼굴.

그녀는 무릎을 꿇었다.

팔 년 만이었다. 스타킹 무릎에 톱밥이 묻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고, 그 순간 이유 없이 눈물이 나왔다. 소리 없이. 그는 아무 말 없이 차를 따라 그녀 앞 바닥에 놓았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얼마나 오래 그러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가 말했다.

"이름이 뭐예요."

"세령이요. 강세령."

"세령 씨."

"…씨 빼고."

그는 잠깐 웃었다.

"세령아."

그녀는 그의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청바지에 화장이 묻었다.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뭐든 해."

그녀가 말했다. 그의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로.

"아니."

"…아니?"

"뭐든은 안 해. 네가 원하는 걸 말해."

세령은 고개를 들었다. 아무도 그녀에게 그걸 물은 적이 없었다. 그녀가 남들에게 묻는 질문이었다. 뭐가 필요해. 한계는. 색깔은.

"생각 안 하게 해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녀를 일으켜 작업대 앞에 세웠다. 오크 원목 작업대, 클램프 자국이 가득한. 그녀의 코트를 벗겼다.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손을 보고 있었다. 그 손이 스커트 지퍼를 내리고, 스타킹을 말아 내리고, 그녀의 속옷 허리에 걸릴 때까지. 그는 멈추고 그녀를 봤다.

"색깔 있어?"

세령은 웃었다. 울면서 웃었다.

"빨강. 노랑."

"좋아."

속옷이 내려갔다. 그는 그녀를 작업대에 엎드리게 했다. 가슴이 차가운 나무에 닿았다. 그의 손이 그녀의 등을 쓸어내렸다. 어깨에서 허리까지. 그리고 엉덩이. 첫 번째 손바닥은 소리가 컸다. 세령은 숨을 들이켰다. 두 번째, 세 번째. 아프지 않았다. 아니, 아팠다. 그러나 K의 것과 달랐다. 이 손은 어디를 치는지 알고 있었고, 그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듣고 있었다.

열 번 후에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사이로 들어왔다. 그녀는 이미 흘러넘치고 있었다.

"이게 필요했어?"

"응."

"얼마나 오래."

"…팔 년."

그는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모아 잡았다. 세게 아니게. 그녀의 얼굴을 옆으로 돌려 자기를 보게 했다.

"팔 년 동안 아무도 안 했어?"

"했어. 내가. 남들한테."

"그건 다른 거잖아."

"…응."

그는 벨트를 풀었다. 세령은 그 소리를 들었다. 지퍼, 옷 스치는 소리. 그리고 그의 것이 그녀의 입구에 닿았다. 그는 들어오지 않고 거기 있었다.

"말해."

"들어와."

"뭐라고."

"들어와. 제발."

그가 들어왔다. 세령은 소리를 냈다. 팔 년 동안 어떤 방에서도 낸 적 없는 소리. 그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깊게, 천천히 움직였다. 작업대가 흔들렸고 클램프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세령은 나무에 손톱을 세웠다.

"생각하고 있어?"

"아니… 아니…"

"뭐 생각해."

"아무것도… 너… 너만…"

그는 그녀를 뒤집었다. 작업대 위에 눕히고, 다리를 들어 자기 어깨에 걸고, 다시 들어왔다. 이번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그녀의 얼굴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세령은 눈을 감으려 했고 그가 말했다.

"떠."

그녀는 뜬 채로 갔다. 그의 눈을 보면서. 온몸이 그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그가 따라왔다. 그녀 안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끝나고 그는 그녀를 안아 바닥에 앉혔다. 자기 작업 재킷으로 그녀를 감쌌다. 식은 차를 데워왔다. 그녀의 무릎에 묻은 톱밥을 손으로 털어주었다.

"세이프워드 물어봐줘서 고마워."

그녀가 말했다. 그는 이상하다는 얼굴을 했다.

"당연한 거잖아."

"당연한데, 팔 년 동안 아무도 나한테는 안 물어봤어."

그는 그녀의 머리를 쓸었다.

"내가 물어볼게. 매번."

그 새벽에 세령은 그에게 검은 문에 대해 말했다. 왕관에 대해. 여왕에 대해. 그는 다 들었다. 그리고 상자를 가리켰다.

"저 안에 든 게 그거야?"

"응."

"봐도 돼?"

세령은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직."

그는 더 묻지 않았다. 그것이 이 년 전이었다. 그는 아직도 상자 안을 본 적이 없다. 그가 만든 상자 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