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부르는 사람
이재훈은 손이 먼저 알려지는 사람이었다.
목공을 하는 사람의 손. 손바닥은 두껍고 손가락 마디에는 잘 낫지 않은 흉터가 세 개. 오른손 엄지 밑에는 십 년 전 대패에 베인 자리가 하얗게 남아 있었다. 그 손이 지금 세령의 뒷목을 감싸고 있었다. 힘을 주지 않았다. 힘을 줄 필요가 없었다.
"일어나."
세령은 일어섰다. 무릎이 저렸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재훈은 그것을 보고 살짝 웃었다.
"저려?"
"조금."
"참지 마. 여긴 참는 데가 아니야."
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안으로 이끌었다. 이층 집은 좁고 길었다. 부엌, 거실, 방 하나. 바닥은 그가 직접 깐 오크 마루였고, 가구는 전부 그가 만든 것이었다. 식탁 위에 차 두 잔. 그는 그녀를 앉히지 않았다. 대신 식탁 옆에 세우고 자신은 의자에 앉았다.
"오늘 어땠어."
그녀는 서서 대답했다. "윤이랑 했어."
"뭐."
"플로거 두 개. 크롭. 손."
"울었어?"
"응."
"너는?"
세령은 잠시 침묵했다. "안 울었어."
재훈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는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세령은 그것을 견디지 못했다. 그녀는 빠른 사람이었다. 결정이 빠르고 손이 빠르고 벌이 빨랐다. 이 남자는 나무를 말리는 데 이 년을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옷 벗어."
그녀는 벗었다. 검은 실크 블라우스, 가죽 스커트, 스타킹. 파티에서 서른네 명이 봤던 옷들이 문래동 부엌 바닥에 하나씩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속옷. 그녀는 그의 앞에 알몸으로 섰다. 서른여섯의 몸. 허리에 가죽 스커트 자국이 붉게 남아 있었고, 유두는 부엌의 서늘한 공기에 이미 딱딱해져 있었다.
재훈은 오래 보았다. 그냥 보았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발끝에서 얼굴까지 올라오는 동안 세령은 자신의 허벅지 사이가 젖어가는 것을 느꼈다. 만지지도 않았는데. 팔 년 동안 윤 같은 아이들이 자신의 시선 아래에서 그렇게 되는 것을 봤다. 이 남자는 그것을 그녀에게 한다. 단 한 사람.
"이리 와."
그녀가 다가가자 그는 그녀의 허리를 잡아 자기 무릎 위로 끌었다. 마주 앉는 자세. 그의 청바지 천이 그녀의 맨 허벅지에 거칠게 닿았다. 그는 아직 옷을 입고 있었다. 그것도 규칙이었다. 그녀가 먼저 벗는다.
그의 손이 그녀의 등을 타고 내려가 엉덩이를 잡았다. 크게, 온전히. 그리고 다른 손이 그녀의 얼굴을 들었다.
"윤 손목 묶을 때 맥 짚었어?"
"응."
"손가락 하나 여유?"
"응."
"물 먹였어?"
"응."
"잘했어."
그가 그녀에게 키스했다. 천천히, 깊게. 세령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엉덩이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와 젖은 곳에 닿았다. 그는 놀라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
"이거 윤 때문이야?"
"아니."
"그럼."
"네가 봐서."
그는 손가락 하나를 그녀 안으로 넣었다. 세령의 허리가 휘었다. 두 개. 그녀는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는 움직이지 않고, 손가락을 안에 둔 채로 말했다.
"오늘 밤에 윤한테 한 거, 다 말해. 하나씩."
"…플로거로 가슴, 배, 허벅지."
손가락이 움직였다. 한 번.
"서른 번. 그 다음에 무거운 걸로."
두 번.
"손으로 잡고… 멈췄다가… 열 번."
세 번. 세령의 목소리가 떨렸다.
"울더니… 사정하고 싶다고…"
"안 시켜줬지."
"응, 안… 아…"
그의 엄지가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찾았다. 세령은 그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나무 냄새. 톱밥, 린시드 오일, 그리고 그의 살 냄새.
"크롭으로 스물. 그 다음에… 시켜줬어."
"어떻게."
"손으로. 안 놓고. 끝까지."
"그때 네 몸은."
세령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 안에서 꾸준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얼굴을 들게 했다.
"대답해."
"…젖어 있었어. 그 아이 사정하는 거 보면서."
"누구 생각하면서."
"너."
"거짓말이면."
"거짓말 아니야. 거기 서서, 그 아이 잡고 있으면서, 집에 가면 네가 이렇게 물어볼 거 알아서."
재훈은 손을 뺐다. 세령의 입에서 항의 같은 소리가 났다. 그는 그녀를 안아 들었다. 그녀는 가볍지 않았지만 그는 목공이었다. 그녀를 식탁 위에 앉혔다. 오크 상판이 엉덩이에 차가웠다. 그가 만든 식탁. 그가 그 위에 그녀를 놓았다.
그가 벨트를 풀었다. 세령의 눈이 그것을 따라갔다. 낡은 가죽 벨트. 그는 그것을 빼서 그녀의 손목을 감았다. 앞으로, 두 손을 모아. 그리고 남은 끝을 그녀의 손에 쥐게 했다.
"놓으면 끝이야."
"안 놔."
그가 청바지를 내렸다. 그의 것이 이미 완전히 서 있었다. 그는 그녀의 무릎을 벌리고 식탁 끝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들어왔다. 한 번에, 깊게. 세령은 소리를 냈다. 파티에서는 절대 내지 않는 소리.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소리.
그는 움직였다. 처음엔 느리게. 그녀의 안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처럼. 세령은 벨트를 쥔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눈을 감고, 그가 하는 대로 있었다. 아무것도 계산하지 않았다. 몇 번인지 세지 않았다. 다음에 무엇을 할지 정하지 않았다. 팔 년 동안 유일하게 그것을 놓을 수 있는 자리가 이 식탁 위였다.
"눈 떠."
그녀가 눈을 떴다.
"봐."
그는 그녀의 다리를 더 벌리고 자신이 그녀 안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것을 보게 했다. 그의 것이 그녀의 것에 젖어 빛났다. 세령의 배가 떨렸다.
"윤은 네가 이렇게 되는 거 몰라."
"…몰라."
"도현도 하연도 그 서른네 명 다."
"응."
"나만 알아."
"너만."
그가 속도를 올렸다. 식탁이 삐걱거렸다. 세령의 등이 오크 위로 눕혀졌고, 그는 그녀의 묶인 손목을 한 손으로 잡아 머리 위로 눌렀다. 다른 손은 그녀의 목 아래, 쇄골 위. 조르지 않는다. 그건 그녀의 한계이고 그는 이 년 동안 한 번도 그 선에 가까이 간 적이 없었다. 그냥 얹어둔다. 여기 있다고.
"이름 불러줘."
"세령아."
"더."
"세령아. 세령아."
그녀는 갔다. 오랫동안, 온몸이 그를 물고 놓지 않는 것처럼.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다 끝나고 떨림만 남았을 때 그는 그녀의 안에서 두 번 더 깊게 밀고, 그녀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부르며 안에서 끝냈다.
식탁 위에서 둘은 한참 그대로 있었다. 그의 무게가 그녀 위에. 그의 심장이 그녀의 가슴 위에서 뛰었다.
"벨트."
세령이 손을 펴자 벨트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가 그녀의 손목을 문질러주었다. 자국이 없었다. 그는 자국을 남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것이 그녀가 처음 그를 믿은 이유였다.
그는 그녀를 안아 침실로 갔다. 이불을 덮어주고, 물을 가져오고, 뜨거운 수건으로 그녀의 허벅지 사이를 닦아주었다. 파티에서 그녀가 윤에게 하는 것을 그가 그녀에게 한다. 그녀가 배운 것들은 대부분 여기에서 다시 배운 것이었다.
"자."
"너는?"
"내려가서 마무리할 거 있어. 삼십 분."
그가 나가고 세령은 천장을 봤다. 아래층에서 사포 소리가 났다. 쉭, 쉭. 그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것이 이 년째였다.
아침에 그녀는 커피 냄새로 깼다. 재훈은 이미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창문으로 문래동의 회색 아침빛이 들어왔다. 그녀는 그의 티셔츠를 입고 식탁에 앉았다. 어젯밤 그 식탁.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얼굴로 토스트를 구웠다.
"다음 주 토요일이지."
"응."
"이번엔 누구야."
"아직 몰라. 하연이 정해."
그는 토스트를 내려놓고 그녀 앞에 앉았다.
"나는 아직 초대 못 받는 거지."
세령은 커피를 들었다. 이 대화는 이 년 동안 다섯 번쯤 있었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끝났다.
"거긴 네가 볼 게 없어."
"네가 있잖아."
"거기 있는 건 내가 아니야."
재훈은 잠시 그녀를 보았다. 그러다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어젯밤에 네가 문 앞에서 무릎 꿇고 있을 때 말이야."
"응."
"그것도 너 아니야?"
세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커피가 식어갔다.
"둘 다 너면, 나는 반쪽만 보고 있는 거야."
그는 일어나 그녀의 머리에 입을 맞추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톱 소리가 시작됐다. 세령은 현관 선반 위 호두나무 상자를 보았다. 그가 만든 상자. 그녀가 매달 한 번 왕관을 벗어 넣는 상자.
그는 상자를 만들었으면서 그 안에 든 것을 본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