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열쇠
"여왕님도 밤엔 누군가 있겠죠."
도현이 그렇게 말한 것은 세령이 장갑을 벗고 있을 때였다. 그 달의 검은 문. 씬이 하나 끝나고 다음 씬 사이의 느슨한 시간. 그는 잔을 들고 그녀 옆에 섰다. 손 뻗으면 닿을 거리. 뻗지는 않았다.
세령은 장갑을 테이블에 놓고 그를 봤다.
도현. 마흔둘. 이 방에서 그녀와 같은 쪽. 손이 좋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었고 실제로 그랬다. 그가 하는 로프는 정확했고 그의 씬에서 사람이 다친 적은 없었다. 사람들은 그를 신뢰했다. 세령도 그를 신뢰했다. 채찍을 든 손은. 다른 것은 아니었다.
"질문이야, 추측이야."
"궁금한 거죠."
"그럼 궁금해해."
그녀는 물을 마셨다. 도현은 물러나지 않았다.
"팔 년이잖아요. 팔 년 동안 이 방에서 여왕님 옆에 선 사람이 없어요. 씬 파트너 말고, 옆에.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하죠."
"사람들이."
"저도."
세령은 잔을 내려놓았다. 목소리를 바꾸지 않았다. 바꿀 필요가 없었다.
"도현. 네가 이 방에서 좋은 손이라는 건 나도 알아. 그런데 네 손이 좋은 건 네가 묻지 않는 걸 알기 때문이야. 그 손이 물기 시작하면 다른 손이 돼."
도현은 웃었다. 물러나면서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 무언가 남아 있는 것을 세령은 봤다. 그는 팔 년 동안 그녀를 지켜봤다. 그녀가 사람을 십자가에 묶고 열고 무너뜨리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부터 그는 그것을 반대로 보고 싶어했다. 그녀는 그 눈을 알았다. 스물넷의 그녀가 그 눈에 무릎을 꿇었으니까.
"윤."
윤이 벽에서 떨어져 다가왔다. 오늘도 그였다. 하연이 세령에게 물었을 때 세령은 잠깐 망설이다 윤이라고 했다.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그가 안전해서였다. 윤 앞에서 그녀는 계산이 필요 없었다. 그의 몸은 그녀가 다 읽었고 그의 한계는 지도처럼 외우고 있었다.
오늘은 십자가가 아니었다. 낮은 가죽 벤치. 윤은 옷을 벗고 그 위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엉덩이가 위로, 팔은 앞으로. 세령은 그의 등뼈를 손가락으로 훑어 내렸다.
"오늘은 초 할 거야."
윤의 어깨가 떨렸다. 초는 그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좋은 조합이었다.
세령은 저온 촛불을 들었다. 소이 왁스, 오십 도. 그녀는 자기 손목 안쪽에 먼저 한 방울 떨어뜨렸다. 온도 확인. 그리고 윤의 등 위 삼십 센티에서 기울였다.
첫 방울이 어깨뼈 사이에 떨어졌다. 윤이 소리를 냈다. 두 번째, 세 번째. 세령은 그의 척추를 따라 내려갔다. 왁스가 하얗게 굳으며 그의 등에 길을 만들었다. 윤의 손가락이 벤치 가죽을 긁었다. 그의 성기는 벤치 아래로 늘어져 있었고, 세령은 아직 그것을 보지 않았다. 보지 않는 것도 기술이다.
"어때."
"뜨거워요…"
"참을 수 있어?"
"네."
"그럼 더."
엉덩이. 허벅지 뒤. 그녀는 윤이 신음을 내는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 지점을 피해서 주변을 채웠다. 기다리게 하는 것. 그가 스스로 그 지점을 향해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 윤의 허리가 위로 들렸다. 세령은 촛불을 내려놓았다.
"움직였어."
"…죄송해요."
"뒤로 돌아. 누워."
윤이 벤치에 등을 대고 누웠다. 왁스가 굳은 등이 가죽에 눌려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그는 세령을 봤다. 세령은 그의 눈을 봤다. 서른 명이 지켜보고 있었다.
"사정하고 싶어?"
"네."
"손 안 대고 할 수 있어?"
윤의 눈이 커졌다.
"…모르겠어요."
"알게 될 거야."
세령은 부츠를 신은 발을 들어 윤의 성기 위에 올렸다. 밟지 않고, 얹었다. 가죽의 무게가 그를 눌렀다. 윤의 온몸이 팽팽해졌다. 그녀는 발을 아주 조금 움직였다. 앞으로, 뒤로.
"이거만 있어. 내 발. 그리고 네 머리."
"여왕님…"
"내가 오늘 무슨 옷 입었는지 봐. 부츠 굽이 몇 센티인지 봐. 이 부츠 밑에 네가 있다는 걸 생각해. 서른 명이 그걸 보고 있다는 걸."
윤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성기가 부츠 아래에서 움찔거렸다. 세령은 촛불을 다시 들고 그의 가슴에 한 방울 떨어뜨렸다. 그의 배가 튀어 올랐고 그 움직임이 부츠에 전달됐다.
"아…"
"세어."
"하나…"
두 번째 방울. "둘." 세 번째. 세령은 그의 배 위에 왁스를 떨어뜨리면서 발을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윤은 열까지 세지 못했다. 여덟에서 그의 목소리가 부서졌고, 아홉에서 그의 허리가 들렸고, 그리고 그는 세령의 부츠 아래에서 사정했다. 손 하나 대지 않고. 하얀 것이 검은 가죽 위로 쏟아졌다.
방이 조용했다.
세령은 발을 뗐다. 윤은 흐느끼고 있었다. 부끄러움과 해방이 섞인 소리. 그녀는 무릎을 꿇고 그의 얼굴을 감쌌다.
"봐. 할 수 있잖아."
"…네."
"잘했어. 정말 잘했어."
담요. 물. 십 분. 그녀는 그의 등에서 왁스를 하나하나 떼어냈다. 그것은 씬의 일부였다. 굳은 왁스가 떨어질 때마다 붉은 피부가 드러났고 윤은 그때마다 작게 몸을 떨었다. 세령은 그 위에 손바닥을 얹어 온도를 확인했다.
씬이 끝나고 그녀가 부츠를 닦고 있을 때 하연이 다가왔다.
"도현이 뭐라고 했어?"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닌 얼굴이 아니었어."
세령은 천을 접었다.
"내 밤에 누가 있냐고."
하연은 잠시 침묵했다. 하연은 알았다. 이 년 전부터 세령이 파티가 끝나면 어딜 가는지, 하연은 물은 적 없지만 알았다. 이 방에서 유일하게.
"조심해. 도현은 좋은 손이지만 좋은 눈은 아니야. 그런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걸 볼 때까지 봐."
"알아."
"세령. 언제까지 둘로 살 거야."
세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같은 시간, 문래동.
재훈은 이층에 올라와 있었다. 목공소는 열 시에 문을 닫았고, 손에 붙은 오일을 씻고, 밥을 먹고, 그리고 그는 현관 앞에 서 있었다.
선반 위의 호두나무 상자.
그는 그것을 이 년 전에 만들었다. 손님이 원하는 치수. 손가락 두 개 폭의 무언가가 들어갈 크기. 안쪽 펠트 진회색. 뚜껑은 얹는 식. 그는 그때 그 손님이 누군지 몰랐다. 상자를 만들 때 그는 이 안에 무엇이 들어갈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손님의 일이었다.
지금 그 손님은 그의 침대에서 잔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이 상자를 열고 무언가를 넣고 닫고, 그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그는 상자에 손을 얹었다. 뚜껑은 얹는 식이었다. 잠금 없이. 들면 열린다.
그는 들지 않았다.
새벽 세 시 반, 열쇠 소리. 그는 부엌에 있었다. 물을 올리고 있었다. 현관에서 신발 벗는 소리, 코트 걸리는 소리, 상자 뚜껑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그리고 침묵. 그가 아는 침묵.
그는 나가지 않았다.
주전자가 끓었다. 그는 차를 우렸다. 잔 두 개. 그는 식탁에 앉았다. 현관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그가 이름을 부르기를.
그는 부르지 않았다.
오 분. 십 분. 차가 식어갔다. 그는 그녀가 저기 무릎을 꿇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릎이 저려올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것이었다. 그가 부르기 전까지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다.
십오 분에 그는 일어났다.
현관에 그녀가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손은 허벅지 위에. 그러나 어깨가 아주 조금 떨리고 있었다. 무릎 때문인지 다른 것 때문인지 그는 알았다.
그는 그녀 앞에 앉았다. 서지 않고, 바닥에. 그녀와 눈높이가 같아졌다. 그것은 처음이었다. 세령의 눈이 흔들렸다.
"세령아."
그녀는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는 손을 뻗지 않았다.
"왜 나는 거기 못 가."
세령은 그를 봤다. 파티 화장이 그대로였다. 눈 밑이 살짝 번져 있었다.
"거기 가면 뭐가 보이는데."
"네가."
"너는 매일 나를 보잖아."
"아니. 나는 이걸 봐."
그가 그녀의 무릎을 가리켰다.
"그리고 저 상자를 봐. 그런데 이 둘 사이에 뭐가 있는지 몰라. 저 상자에서 나와서 여기 무릎 꿇기까지, 너한테 무슨 일이 있는지."
"…무슨 일도 없어. 일이야. 씬이야."
"그럼 오늘 도현이라는 사람은 뭐라고 했어."
세령이 멈췄다.
"하연 씨가 문자 보냈어. 네가 도현 때문에 기분 안 좋을 거라고. 나한테 알려준 거야."
"하연이…"
"이 년 동안 그 사람이 나한테 연락한 건 처음이야. 그 사람도 뭔가 걱정하는 거야."
세령은 눈을 감았다.
"거기서 널 보면."
"응."
"무너질 것 같아서."
"무너지면 안 되는 거야?"
그녀는 눈을 뜨지 않았다.
"거기서는 안 돼. 거기서 내가 무너지면 사람들이 다쳐. 내가 그 방을 안전하게 만드는 거야. 내가 정확하니까. 내가 흔들리지 않으니까. 네가 거기 있으면… 나는 널 볼 거야. 씬 중간에. 네 얼굴을 찾을 거야. 그 반 초가 누굴 다치게 할지 몰라."
재훈은 오래 침묵했다.
"너 십자가 묶을 때 맥 짚잖아."
"…응."
"그거 어디서 배웠어."
"하연."
"그런데 나한테 처음 말해준 날, 너는 그걸 나한테 배운 것처럼 말했어. 물어봐줘서 고맙다고."
세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세령아. 나는 네 방을 위험하게 만들려고 가는 게 아니야. 네가 거기서 어떻게 정확한지 보고 싶은 거야. 그리고 그 정확한 사람이 집에 와서 여기 무릎을 꿇는다는 걸, 세상에서 나만 안다는 게… 나는 그게 가끔 무서워."
"왜."
"너무 무거워서."
그는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잡았다. 그는 그녀를 일으키고, 처음으로, 현관에서 그대로 안았다. 그녀의 머리가 그의 어깨에 닿았다. 왕관 자국이 아직 머리카락에 남아 있었다.
"생각해봐. 대답은 지금 안 해도 돼."
그 밤 그들은 섹스하지 않았다. 세령은 그의 팔 안에서 잤고 새벽에 깼을 때 그는 옆에 없었다. 아래층에서 사포 소리가 났다. 그녀는 현관으로 나가 상자 앞에 섰다.
뚜껑을 들었다. 왕관이 진회색 펠트 위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들어 아래층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멈췄다. 다시 상자에 넣었다.
아직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그 아직이 전과 다르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