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F

일요일. 여섯 시. 대회 4주 전. 22킬로 장거리.

기온 9도. 이번 가을 처음으로 입김이 보이는 새벽이었다. 강 위에 안개가 두껍게 깔려 있어서 잠수교 반대편이 안 보였다. 크루 열하나. 준호는 아직 안 돌아왔다.

"22킬로. 처음 15는 이지. 그다음 5는 하프 페이스. 마지막 2는 이지. 민혁은 하프 페이스 4분 30초. 태경 오빠 5분 15초. 수아 4분 50초."

민혁은 지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자기 다리를 봤다. 금요일 세션에서 다리는 안 썼다. 토요일 16킬로는 편했다.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 왼쪽 햄스트링이 조금 뻣뻣했다. 조금. 러너에게 조금은 항상 있다. 그는 그걸 말하지 않았다. 나중에 그 침묵이 규칙 몇 번을 어긴 건지 그는 스스로 셀 것이다.

출발. 이지 페이스. 5분 5초. 안개 속. 발소리들. 그의 발소리. 훔치는 발. 그는 자기 발소리를 좋아하게 됐다. 그녀가 좋아한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 그녀가 그 소리를 듣는 걸 그는 알았다.

5킬로. 25분 20초. 몸이 풀렸다. 햄스트링의 뻣뻣함이 사라졌다. 사라진 게 아니라 다른 것들 속에 묻혔다. 그는 그 차이를 알았어야 했다. 그녀가 가르쳤다. 아픔에는 종류가 있다고. 트랙 위에서도, 지하실에서도.

10킬로. 50분 40초. 지안이 자전거로 옆에 붙었다. 그가 그녀 쪽을 보지 않았다. 볼 필요가 없었다. 그녀가 거기 있는 것만으로 그의 등이 열렸다.

15킬로. 1시간 16분. 하프 페이스 구간.

"민혁. 4분 30."

"네."

그는 속도를 올렸다. 다리가 응답했다. 4분 28초.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강 건너 아파트가 회색으로 떠올랐다.

16킬로. 4분 27초. 좋았다. 다 좋았다. 머릿속이 꺼졌다. 서버 알람도 슬랙도 없었다. 발소리와 숨과 그녀의 자전거 바퀴 소리. 그가 좋아하는 세 가지.

그리고 왼쪽 햄스트링이 말을 했다.

말이라고 하기엔 작았다. 근육 안쪽에서 뭔가가 한 번 당겨졌다. 실 하나. 그는 그걸 들었고 무시했다. 조금. 러너에게 조금은 항상 있다.

17킬로. 4분 29초. 그의 보폭이 3센티 짧아졌다. 그는 몰랐다. 그녀는 알았다.

"페이스 다운."

지안의 목소리. 자전거에서. 세이프워드가 아니었다. 트랙 위의 페이스 콜이었다. 그리고 둘은 같은 말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만들었다. 3번 규칙. 트랙에서도, 여기서도.

"괜찮아요."

"페이스 다운, 민혁."

"조금만—"

그가 그 말을 하는 순간 스스로 들었다. '조금만'. 5주 전 아침에 마지막이라고 했던 말. 그는 들었고 멈추지 않았다. 왜였는지는 그도 나중에야 설명할 수 있었다. 그녀가 보고 있었다. 그녀가 옆에서 보고 있었고 그는 그녀가 보는 데서 벽 너머까지 가고 싶었다. 지하실에서 하는 걸 여기서 하고 싶었다. 세이프워드 없이. 그녀의 손이 자기 골반에 없이. 그게 사랑이라고 그는 잠깐 생각했다.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 그건 규칙 3번을 어기는 것이었다.

18킬로. 4분 26초. 빚으로 낸 속도. 햄스트링이 다시 말했다. 이번엔 실이 아니라 줄.

"민혁. 늦춰. 지금."

19킬로. 4분 3—

그리고 소리.

그는 그 소리를 몸 안에서 들었다. 뚝. 나무젓가락 소리는 아니었다. 그것보다 낮고 젖은 소리. 왼쪽 허벅지 뒤 가운데에서. 다리가 그 자리에서 자기 것이 아니게 됐다. 그는 세 걸음을 더 뛰었다. 뛴 게 아니라 떨어졌다. 그리고 멈췄다.

안개가 다 걷힌 강변. 아침 7시 32분. 자전거 브레이크 소리.

지안이 그의 앞에 있었다. 그녀 얼굴을 그는 봤다. 그녀는 무너진 얼굴이 아니었다. 벽 너머의 얼굴도 아니었다. 그가 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완전히 차가운 얼굴. 그녀가 나중에 말해줬다. 아킬레스가 끊어진 날 0.5초 동안 자기 머리가 어땠는지. 그 얼굴이었다.

"앉아. 벤치."

그가 절뚝이며 갔다. 그녀는 그의 팔을 잡지 않았다. 그가 앉았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그의 왼쪽 햄스트링을 손으로 짚었다. 위에서 아래로. 가운데에서 그가 소리를 냈다.

"무릎 굽혀봐. 저항 줄게."

그가 굽혔다. 그녀가 발목을 잡고 저항했다. 그가 다시 소리를 냈다.

"발 뒤로 차봐. 살짝."

그가 찼다. 통증. 그리고 힘이 안 들어갔다. 40퍼센트쯤.

"2등급. 어쩌면 1등급 심한 쪽. 파열은 아니야. 3주. 운 좋으면."

"...대회요."

"4주 뒤지."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게 대답이었다.

크루가 돌아왔다. 태경이 뭐냐고 물었고 지안이 햄스트링이라고 했고 수아가 민혁을 봤고 민혁은 시선을 피했다. 지안이 태경에게 나머지 크루 쿨다운을 맡겼다. 택시를 불렀다. 둘이 탔다.

택시 안에서 지안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민혁도 하지 않았다. 창밖으로 강이 지나갔다. 그가 매일 새벽 뛰던 길이 차 안에서 보면 이렇게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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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마사지 테이블. 그가 엎드렸다. 그녀는 얼음을 비닐에 싸서 그의 햄스트링에 올리고 압박 밴드로 감았다. 손이 정확했다. 손이 차가웠다. 얼음 때문이 아니었다.

15분. 얼음. 정적.

그리고 그녀가 말했다. 스툴에 앉아서. 그를 보지 않고.

"너 페이스 다운 안 했지."

"..."

"두 번 불렀어. 한 번은 세이프워드처럼. 한 번은 코치처럼. 둘 다 안 들었어."

"트랙에서는—"

"달라?"

그녀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올라갔다. 아주 조금. 그 조금이 지하실을 채웠다.

"규칙 3번이 뭐야."

"...내가 멈추라고 하면 멈춘다. 여기서도, 트랙에서도."

"그거 하나만 지키는 건 없다고 했지."

"네."

"근데 넌 여기서만 지켰어. 5주 동안. 여기서는 '9'라고 정직하게 말하고 트랙에선 '괜찮아요'라고 거짓말했어."

그가 얼음 아래에서 떨렸다.

"왜 그랬어."

그는 오래 걸렸다.

"코치님이 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코치님이 보는 데서 한계까지 가고 싶었어요. 여기서 하는 거 트랙에서 하고 싶었어요. 코치님 손 없이도 갈 수 있다는 걸—"

"그게 뭔지 알아?"

그녀가 그를 봤다. 마침내.

"그건 마조히스트가 아니야. 그건 그냥 부상자야."

그 문장이 그를 쳤다. 크롭보다, 패들보다 깊게.

"내가 주는 통증은 내가 끝낼 수 있어야 해. 그게 이 방의 전부야. 내가 크롭을 내리면 자국이 남고 나는 그게 며칠에 사라지는지 알아. 내가 클램프를 물리면 나는 그걸 뺄 수 있어. 내가 '홀드'라고 하면 나는 '가'라고 할 수 있어. 전부 내가 끝낼 수 있는 거야. 그래서 내가 시작할 수 있는 거야."

그녀는 그의 햄스트링을 가리켰다. 얼음 아래.

"이건 내가 못 끝내. 이건 3주 동안 네 안에서 저 혼자 진행돼. 내가 손 못 대. 이건 내 게 아니야. 이건 네가 나한테서 훔쳐서 혼자 한 거야."

그가 울었다. 소리 없이. 얼굴을 시트에 대고. 등이 흔들렸다. 지안은 그 등을 봤다. 5주 동안 자기가 그 위에 만든 모든 선을 봤다. 지금은 하나도 없었다. 다 사라졌다. 그녀가 계산한 대로. 그녀 것은 다 사라지고, 그녀 것이 아닌 것만 그 다리 안에 남았다.

"회복될 때까지 세션 없어."

그가 고개를 들었다. 얼굴이 젖어 있었다.

"코치님—"

"이건 벌 아니야. 규칙 6번. 여기 벌은 없어. 이건 네 몸이 지금 내 도구가 아니라서 그래. 네 몸이 지금 환자라서 그래. 나는 환자 안 때려."

"그럼 저는요."

"넌 재활해. 3주. 내가 짜줄 거야. 수영장 조깅, 자전거, 상체. 물리치료 예약해. 내가 아는 데 있어. 그리고 매일 나한테 보고해. 통증 1에서 10. 정직하게."

"...세션 없이요."

"세션 없이."

그가 다시 시트에 얼굴을 묻었다. 지안은 스툴에서 일어나 그에게 갔다. 그리고 앉았다. 테이블 옆 바닥에. 얼굴이 그의 얼굴 높이에 오도록.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무릎에 얹었다. 다친 다리의 무릎. 때리는 손이 아니었다. 아르니카 바르는 손도 아니었다. 그냥 손.

"민혁."

그가 그녀를 봤다.

"네가 오늘 한 게 뭔지 정확히 알아야 돼. 넌 통증을 목표로 만들었어. 그게 여기서는 돼. 내가 있으니까. 내가 끝내니까. 트랙에서 통증은 목표가 아니야. 신호야. 신호를 목표로 쓰면 몸이 망가져. 넌 그 둘을 헷갈렸어. 그리고 그건 네 잘못이기도 하고 내 잘못이기도 해. 내가 둘을 너무 가깝게 뒀어."

"...코치님 잘못 아니에요."

"코치 잘못이야. 항상. 러너가 다치면 코치 잘못이야. 그게 코치야."

그녀는 그의 무릎을 한 번 쥐었다.

"3주. 그 안에 다른 방법을 찾을게."

"다른 방법이요?"

"다리 안 쓰는 방법. 네가 환자인 채로 내 러너인 방법."

그가 웃었다. 젖은 웃음.

"그런 게 있어요?"

"내가 찾으면 있어."

얼음을 뺐다. 햄스트링이 붉었다. 그녀가 만든 붉은색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것을 손바닥으로 덮었다. 차가운 피부. 그 아래에서 뭔가가 저 혼자 부어 있었다.

"택시 불러줄게. 집 가서 얼음. 2시간마다. 내일 물리치료. 내일 밤에 문자로 통증 숫자."

"네."

"그리고."

그가 문 앞에서 절뚝이며 돌아섰다.

"DNF."

"...네?"

"오늘 네가 안 한 거. 그 말. 그거 네 거야. 내가 5주 전에 줬어. 세이프워드 중에 제일 무거운 걸 제일 안전한 말로 갖게 하려고. 넌 그걸 트랙에서 한 번도 안 썼어. 앞으로 써. 다리 아프면 DNF. 숨 안 쉬어지면 DNF. 대회에서도. 완주 못 하는 게 다치는 것보다 나아. 완주 못 한 사람은 다음 대회 뛰어. 다친 사람은 못 뛰어."

그는 오랫동안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네. 코치님."

계단. 절뚝이는 발소리. 훔치는 발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 소리를 끝까지 들었다.

지안은 두 노트를 폈다. 훈련 노트에 썼다.

민혁. 22K 중 19K DNF. 좌측 햄스트링 2등급 염좌 추정. 페이스 콜 2회 불응. 3주 재활. 대회 출전 미정.

검은 노트에 썼다.

세션 없음. 3주.

그리고 그 아래.

내 것: 없음. 내가 만든 거 아님. 내가 끝낼 수 없음.

그녀는 검은 노트를 덮고 훈련 노트를 다시 폈다. 재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1주차. 얼음, 압박, 수영장. 2주차. 자전거, 등척성. 3주차. 조깅 테스트.

그 옆에 그녀는 다른 계획도 짰다. 노트에 쓰지 않고. 머릿속으로. 다리를 안 쓰는 방법. 팔. 가슴. 등. 손. 입. 그리고 그녀가 끝낼 수 있는 것만으로.

지하실은 오늘 땀 냄새가 안 났다. 얼음 냄새가 났다. 그녀는 그것도 견뎠다. 코치는 3주를 견디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