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니시 라인

일요일. 여덟 시 정각. 광화문. 기온 11도. 습도 60퍼센트. 바람 거의 없음. 하프마라톤에 완벽한 날씨. 러너 7천 명. 출발 총성.

민혁은 C그룹 앞쪽에서 출발했다. 첫 500미터는 사람 사이를 뚫는 것이었다. 페이스가 나오지 않았다. 나올 필요가 없었다. 첫 500미터는 다들 그렇다. 그는 허벅지에 쓰인 숫자를 생각했다. 쇼츠 밑에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볼 필요가 없었다. 외웠다.

1킬로. 4분 44초. 느렸다. 좋았다. 첫 킬로가 느린 러너는 마지막 킬로가 빠르다.

2킬로. 4분 36초. 사람이 풀렸다. 그의 발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훔치는 발. 그는 자기 소리를 들었다. 3주 전에는 없던 소리. 지금은 있는 소리.

3킬로. 4분 37초. 청계천 옆. 물소리. 그는 한강을 생각했다. 새벽 5시 반. 자전거 바퀴 소리.

5킬로. 23분 8초.

허벅지에 쓰인 숫자는 23분 10초였다. 2초 빨랐다. 그는 그 2초를 봤다. 5주 전이라면 그 2초를 20초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는 다음 킬로를 4분 40초로 갔다. 2초를 돌려줬다. 그녀가 봤다면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시계를 보는 척.

7킬로. 몸이 완전히 열렸다. 이지 페이스 구간이 아니었지만 이지처럼 느껴졌다. 테이퍼가 준 힘. 그 힘이 다리에서 위로 올라오려고 했다. 머리로. 더 빨리 가라고. 그는 그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누구 목소리인지 알았다. 자기 목소리였다. 그녀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녀 목소리는 '15까지 안 내려가'였다.

10킬로. 46분 15초. 숫자는 46분 20초. 5초 빨랐다. 그는 4분 42초로 한 킬로 갔다. 돌려줬다.

12킬로. 4분 38초. 한강 진입. 마포대교 아래. 강이 오른쪽에 있었다. 그가 매일 새벽 보는 강이 아니었다. 다른 구간이었다. 그래도 같은 강이었다. 그는 강 냄새를 맡았다. 물. 새벽에 나는 냄새가 아침 9시에도 났다.

14킬로. 왼쪽 햄스트링이 말을 했다.

그는 들었다. 3주 전과 같은 자리. 실 한 가닥. 그는 손목을 봤다. 검은 마커. DNF는 내 것. 그는 그 글자를 봤고 다리를 들었다. 아니, 다리에 물었다. 정직하게. 이게 신호냐 아니면 그냥 14킬로냐.

14킬로였다. 근육이 뻐근한 것이지 당기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 차이를 이제 알았다. 그녀가 가르쳤다. 아픔에는 종류가 있다고. 트랙 위에서. 지하실에서. 그리고 벤치에서, 얼음 아래에서.

15킬로. 69분 25초. 숫자는 69분 30초. 5초. 그는 4분 38초를 유지했다. 이제부터 그녀가 말해준다고 했다. 18킬로에서.

16킬로. 벽이 오기 시작했다. 하프의 벽은 17에서 온다. 그는 그것을 알았고 그것이 오기 전에 자기 어깨를 내렸다. 스스로. 그녀가 없는 데서.

17킬로. 벽.

다리에 시멘트. 호흡 2-1. 시야가 좁아졌다. 옆 러너들이 사라지고 앞 30미터만 남았다. 머릿속이 꺼졌다. 서버도 슬랙도 없었다. 다리 아픈 것과 숨 안 쉬어지는 것만. 그가 좋아하는 것. 그가 필요한 것. 5주 전에 이것이 목표였다. 그는 이 안에 들어가려고 400을 뛰었고 그녀가 밀어달라고 했다.

지금 이것은 목표가 아니었다. 신호였다. 몸이 말하고 있었다. 17킬로다. 4킬로 남았다. 여기서 빚내면 19에서 갚는다.

그는 빚내지 않았다. 4분 40초. 그녀가 봤다면.

18킬로.

그녀가 있었다.

코스 오른쪽. 펜스 앞. 자전거 없이. 검은 재킷. 그가 50미터 앞에서 봤고 그녀가 100미터 앞에서 봤다. 그녀는 그의 다리를 보고 있었다. 얼굴이 아니라. 그가 다가갔다. 그녀가 소리쳤다. 다른 응원 소리 사이에서. 7천 명의 러너 중 한 명만 아는 말로.

"스플릿!"

"7!"

그는 숨 사이로 소리쳤다. 정직하게. 7이었다. 8이 아니었다. 6도 아니었다. 그는 자기 몸에 물었고 몸이 7이라고 했다. 그녀가 그의 다리를 봤다. 보폭. 착지. 왼쪽 햄스트링. 1초. 그리고.

"4:30! 홀드 없어! 가!"

그는 갔다.

19킬로. 4분 29초. 다리가 있었다. 15킬로까지 정직하게 뛴 다리. 빚이 없는 다리. 그 다리가 지금 이자를 줬다.

20킬로. 4분 27초. 숫자는 92분이었다. 시계는 91분 40초였다. 20초. 그가 훔친 게 아니라 그녀가 허락한 20초.

마지막 1.0975킬로. 그는 자기 발소리를 들었다. 훔치는 발. 그리고 그녀 목소리를 들었다. 실제로는 아니었다. 18킬로에서 들은 것이 다리에 남아 있었다. 가. 그는 갔다. 스프린트. 갈 수 있는 데까지.

피니시 라인.

1시간 36분 22초.

허벅지의 숫자는 98분이었다. 1분 38초 빨랐다. 그의 이전 최고 기록은 1시간 41분 50초였다. 5분 28초. 3주 다친 다리로.

그는 라인을 넘어 열 발짝 걸었다. 무릎에 손을 얹지 않았다.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폐를 열었다. 그리고 돌아섰다.

그녀가 거기 있었다. 어떻게 왔는지 몰랐다. 18킬로에서 여기까지 3킬로. 뛰었을 것이다. 아킬레스로. 그녀 얼굴이 붉었다. 땀. 그는 그녀 땀을 처음 봤다.

그는 무릎을 꿇지 않았다. 여기서는 안 된다. 그는 그냥 섰다. 그녀 앞에. 그녀가 그의 다리를 봤다. 왼쪽 햄스트링. 손을 뻗어 짚었다. 7천 명 앞에서 코치가 러너 다리를 짚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손을 뗐다.

"통증."

"0."

"거짓말."

"...1. 그냥 21킬로 뛴 1이에요."

그녀가 웃었다. 그가 그녀 웃음을 대회장에서 처음 봤다.

"잘했어."

그 두 글자였다. 그는 그 두 글자를 5주 동안, 아니 6년 동안 기다렸다. 그리고 그것이 왔을 때 그것은 기록에 대한 말이 아니었다. 그는 알았다. 그것은 15킬로에서 5초 돌려준 것에 대한 말이었다. 18킬로에서 7이라고 한 것에 대한 말이었다.

"아홉 시."

"네."

---

밤 아홉 시. 지하실. 그는 문을 열고 들어와서 옷을 벗고 심박 스트랩만 남기고 테이블에 올라가 네 발로 엎드렸다. 시키기 전에. 그녀가 말한 대로. 시계를 테이블 옆에. 76. 21킬로 뛴 몸의 안정 시 심박이 76이었다.

그녀는 스툴에 앉아서 그것을 봤다. 그가 들어와서 엎드리기까지. 아무 말 없이. 그 순서를 그가 외운 것을. 그녀 손이 그의 몸 안에 있는 것을.

"세이프워드."

"페이스 다운. DNF."

"스플릿."

"숫자. 정직하게."

"오늘 21개. 크롭. 다리. 3주 만이야. 킬로 숫자로 세."

크롭이 선반에서 나왔다. 그녀는 그것을 손에 잡았다. 무게. 3주 동안 안 잡은 무게. 그의 허벅지 뒤. 깨끗한 피부. 자국 하나 없는. 그녀가 그것을 오늘 채울 것이다.

첫 번째.

"1킬로."

소리. 좁고 날카로운. 그가 앞으로 밀렸다가 돌아왔다. 붉은 선 하나.

"2킬로."

"3킬로."

그녀는 14킬로까지 갔다. 힘을 올리면서. 그의 허벅지 뒤에 선이 격자처럼 쌓였다. 그가 소리를 냈다. 매번. 그녀는 그 소리를 3주 동안 못 들었다. 지하실이 다시 락커룸 냄새로 찼다. 땀. 가죽. 고무.

"14킬로."

그녀는 멈췄다.

"오늘 14에서 햄스트링 말했지."

그가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알았느냐는 얼굴.

"보폭이 2센티 짧아졌어. 18에서 봤어. 다시 돌아와 있었지만 그 흔적은 남아. 뭐라고 했어, 다리가."

"...실 한 가닥. 그리고 손목 봤어요. 물었어요. 신호인지 아닌지."

"뭐였어."

"14킬로였어요. 신호 아니었어요."

"어떻게 알았어."

"코치님이 가르쳐주셨잖아요. 종류가 있다고."

그녀는 그의 왼쪽 햄스트링에 손바닥을 얹었다. 크롭 자국 위. 눌렀다. 그가 신음했다.

"15킬로. 스플릿. 오늘 대회에서 실제로 느낀 거."

"...6이었어요. 15에서."

"그럼 6만큼."

15번째 크롭이 내려갔다. 지금까지 중 가장 세게. 그가 소리를 질렀다.

"15킬로!"

16. 17. 그녀는 벽의 구간을 그가 벽에서 느낀 만큼 쳤다. 그가 울었다. 소리로. 그리고 셌다. 정직하게.

"18킬로."

"18에서 7이라고 했지."

"7이었어요."

"거짓말 아니었어?"

"아니었어요. 8이면 8이라고 했을 거예요. 코치님이 유지하라고 했을 거고. 저 유지했을 거예요."

그녀는 그 말을 들었다. 방 안에서 그 이름이 소리를 냈다. 이번엔 크게.

"19킬로. 20킬로."

그의 엉덩이와 허벅지가 붉은 격자였다. 스무 개의 선. 땀이 그 위로 흘렀다. 그가 떨었다. 팔이. 다리가. 다리는 오늘 써도 됐다. 그는 다리로 떨었다. 3주 만에 자기 다리로 아파도 되는 사람처럼.

"21킬로."

마지막. 그녀는 그것을 오른쪽 허벅지 뒤 가운데에 내렸다. 왼쪽이 아니라. 오늘 실 한 가닥이 말한 다리가 아니라 다른 쪽에. 그것도 계산이었다.

"21킬로."

그가 셌다. 그리고 무너졌다. 팔이. 그가 테이블에 엎어졌다. 숨. 시계. 168.

"스플릿."

"9."

"뒤집어."

그가 뒤집었다. 등이 시트에 닿을 때 그가 소리를 냈다. 그녀는 옷을 벗었다. 그가 그녀를 봤다. 그녀 몸. 16분 4초였던 몸. 오늘 3킬로를 아킬레스로 뛴 몸. 그녀 종아리가 아직 조금 부어 있었다. 그가 그것을 봤다.

"코치님 다리."

"내 다리는 내 거야. 신경 꺼."

"...통증 몇이에요."

그녀가 멈췄다. 그가 그녀에게 스플릿을 물은 것은 처음이었다.

"3."

"거짓말."

"...4. 그냥 뛴 4야."

그가 웃었다. 붉은 몸으로. 젖은 눈으로.

그녀는 그의 위로 올라갔다. 그의 성기를 잡아 세우고 자기 안으로 넣었다. 그녀는 오늘 아침 18킬로에서부터 젖어 있었다. 그가 7이라고 소리쳤을 때. 그가 끝까지 들어왔다. 그녀가 멈췄다. 두 맥이 안에서 만났다.

"인터벌. 30초. 세 번. 홀드 세 번. 어제 말한 대로."

"네."

"첫 번째."

그녀가 탔다. 진짜로. 30초. 살 소리. 젖은 소리. 그의 손이 그녀 허리를 잡았다. 허락했다. 그녀 손톱이 그의 가슴에. 그의 붉은 허벅지가 시트에 쓸렸다. 그가 소리를 냈다. 매번. 그녀도.

"홀드."

정지. 그가 안에서 뛰었다.

"스플릿."

"8."

"두 번째."

더 세게. 그녀는 거울을 봤다. 자기 등. 그의 얼굴. 무너지는 얼굴이 아니었다. 맑아진 얼굴도 아니었다. 그냥 그녀를 보는 얼굴. 벽 너머에서 나와서, 벽 이쪽에 서서, 그녀를 보는 얼굴.

"홀드."

그가 흐느꼈다.

"스플릿."

"9."

"세 번째."

그녀가 갔다. 소리를 냈다. 그의 위에서. 첫 번째로. 그녀 질이 그를 조였고 그가 거의 갈 뻔했고 그녀는 그것을 알았고—

"홀드."

멈췄다. 그가 울었다. 진짜로.

"코치님—코치님—"

"스플릿."

"10. 10. 10이요."

"DNF?"

"아니요."

"확실해?"

"확실해요. 10인데 안 멈춰요. 여기서는 10이 목표예요. 코치님이 끝내주시니까."

그녀는 그의 얼굴 위로 몸을 숙였다. 입이 그의 귀에. 그녀 안의 방문이 완전히 열렸다. 그 안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스프린트."

그리고 그녀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코치님이 아니라. 러너가 아니라. 이름. 세 글자. 그녀 목소리로. 그의 귀 안에.

그가 왔다. 그 소리에. 허리가 테이블에서 떴고 그녀를 들어올렸고 안에서 뜨거운 게 터졌고 그가 소리를 냈고 그 소리 안에 그녀 이름이 있었다. 그녀는 그 위에서 두 번째로 왔다.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계속. 그가 멈추지 않는 동안. 두 사람이 같은 곳에 갔고 같은 곳에서 돌아왔다.

정적. 숨. 두 개.

그녀는 그의 위에 엎드렸다. 스트랩. 심장. 12초에 37. 185. 그녀는 자기 것을 세지 않았다. 그가 그녀 손목을 잡았다. 손가락 두 개.

"세지 마."

"세게 해주세요."

"...세."

10초.

"140."

"거짓말."

"아니에요. 코치님. 140이에요. 정직하게."

그녀는 웃었다. 그의 가슴에서.

---

쿨다운. 물. 바나나. 아르니카. 그녀는 그의 허벅지 뒤 스물한 개 선을 하나씩 짚으면서 발랐다. 킬로마다 하나. 화요일 훈련까지 48시간. 그때면 노란색. 쇼츠 안. 통과.

그가 엎드린 채로 말했다.

"코치님."

"응."

"저 다음 대회 뭐예요."

"12월 10K. 41분."

"...정직한 숫자예요?"

"아니야. 코치가 그리는 선이야. 조금 잘못된."

그가 웃었다.

"그리고."

그녀가 아르니카를 닦았다.

"나도 등록했어. 같은 10K."

그가 고개를 돌렸다.

"...코치님이요?"

"아킬레스가 10킬로는 허락한대. 오늘 3킬로 뛰고 알았어. 48분. 정직한 숫자로."

"제가 옆에서 뛰어요?"

"네 41분이랑 내 48분이 어떻게 같이 뛰어."

"...페이스 콜 해드려요?"

그녀는 그의 오른쪽 허벅지 뒤 21번째 선을 손바닥으로 덮었다.

"안 돼. 그건 내 거야."

"그럼 저는요."

"넌 피니시에서 기다려. 내가 들어올 때 다리 봐. 내 왼쪽 아킬레스. 그리고 물어."

"뭘요."

"통증."

그가 오래 그녀를 봤다.

"거짓말하시면 어떻게 알아요."

"넌 이제 알아. 내가 가르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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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다섯 시 이십 분. 잠수교 남단. 기온 8도. 습도 70퍼센트. 강에서 올라오는 바람 초속 3미터. 첫 서리.

지안은 시계보다 몸을 먼저 봤다. 열둘. 준호가 돌아왔다. 수아의 착지가 좋아졌다. 태경 오빠 신발을 바꿨다. 열두 개의 문장.

그리고 하나.

민혁이 원 밖으로 나와 그녀 옆에 섰다.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인 채. 목소리를 낮춰서. 5주 전과 같은 자리. 같은 거리.

"코치님. 오늘 더 밀어붙여 주세요."

그녀는 그를 봤다. 그의 얼굴. 뭔가를 들고 서서 받아줄지 아닐지 기다리는 얼굴이 아니었다. 이미 받은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내일도 받을 것을 아는 얼굴.

"알아."

그녀가 말했다.

"그게 내 일이야."

"오늘 400 열 개. 회복 90초. 민혁은 76초."

그의 기준으로는 79초가 맞았다. 3초. 400미터에서 작은 숫자가 아니다.

"네."

그 한 마디. 숨 쉬듯이.

그는 스타트 라인으로 갔다. 그녀는 시계를 들었다. 강 위로 해가 아직 안 뜬 상태에서 하늘만 회색으로 밝아졌다. 잠수교 위로 첫 버스가 지나갔다.

그의 발소리. 훔치는 발.

첫 번째. 76초.

그녀는 시계를 봤다. 그리고 그의 등을 봤다. 그리고 자기 손목을 짚었다.

72.

빠르지 않았다. 다만 정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