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그리고

가을이었다.

도서관 열람실은 아침 아홉 시에 문을 열었다. 서영은 여덟 시 반에 와서 반납 카트를 밀었다. 목에는 스카프를 했다. 얇은 것. 가을이라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여름엔 조금 이상하게 봤다. 그래도 아무도 묻지 않았다. 사서는 원래 조금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스카프 밑에 쇠가 있었다. 넉 달째. 그녀는 이제 그걸 몰랐다. 안경처럼. 있는 걸 모르는 것. 그런데 하루에 몇 번은 손이 갔다. 어려운 이용자를 상대할 때. 시스템이 멈췄을 때. 점심을 혼자 먹을 때. 손이 올라가 스카프 안으로 들어가 앞의 나무를 만졌다. 그러면 됐다. 집이었다.

퇴근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열두 개. 톱밥 냄새. 기름. 오일.

도훈은 무릎판을 만들고 있었다. 새 것. 물푸레나무가 아니라 호두나무였다.

"누구 거예요?"

"다은이."

서영이 손을 멈췄다.

"다은이가요?"

"지난달에 연락 왔어. 만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뭘 하나 만들어달래. 다은이한테 줄 거라고. 다은이는 몰라."

"어떤 사람이에요?"

"몰라. 근데 다은이가 우리 집 왔을 때 무릎판 보고 그 얘기를 그 사람한테 했대. 그래서 그 사람이 나한테 왔어."

서영은 작업대 옆 의자에 앉았다. 여기서 그녀는 손님이었다. 여전히. 호두나무는 물푸레나무보다 어두웠다. 다은에게 어울렸다.

"다은이가 알면 울 거예요."

"너처럼."

"저는 안 울었어요, 그때."

"울었어."

그녀가 웃었다. 그가 대패를 밀었다. 나무가 얇게 말려 나왔다.

*

지현은 토요일에 왔다.

세 번째였다. 첫 번째는 육월에 밖에서 먹었다. 지현이 도훈에게 말을 거의 안 했다. 두 번째는 팔월에 지현 집에서. 형부가 있었다. 형부는 아무것도 몰랐고 도훈에게 목공에 대해 물었다. 그날은 편했다. 세 번째, 오늘. 지현이 처음으로 이 집에 왔다.

공방 문 앞에서 지현이 멈췄다.

"여기서 했어?"

"응."

지현이 공방을 봤다. 의자들. 기계들. 벽에 걸린 도구들. 작업대 위에 반쯤 만들어진 호두나무. 그리고 구석에, 위층에서 내려오지 않은 것처럼, 물푸레나무 무릎판이 하나 있었다. 서영이 넉 달 전 무릎 꿇은 것.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가 도훈이 오늘 아침 내려놓은 것. 왜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지현이 그걸 봤다. 무릎 모양으로 살짝 팬 것을.

"저거야?"

"응."

지현이 다가가지 않았다. 그냥 봤다. 그러다 서영을 봤다. 스카프를 안 한 서영을. 집에서는 안 했다.

"그거 좀 보자."

서영이 다가갔다. 지현이 쇠를 봤다. 앞의 나무를 봤다. 손을 내밀다가 멈췄다.

"만져도 돼."

"그 사람이 뭐라 안 해?"

"언니잖아."

지현이 나무를 만졌다. 손가락 하나로. 그리고 한참 그러고 있었다.

"저거랑 같은 거네."

"응."

"...예쁘네."

지현이 손을 뗐다.

"개목걸이 같지 않아서 미안."

서영이 웃음이 터졌다. 지현도 웃었다. 조금. 위층에서 도훈이 잡채를 볶는 소리가 났다. 오늘은 그가 했다. 서영이 넉 달 전 열네 사람에게 한 것과 같은 것. 지현 하나에게.

저녁을 먹으면서 지현이 도훈에게 처음으로 제대로 말을 걸었다.

"저 나무 상자에 든 사슬. 그거 서영이 이 년 전 거예요?"

도훈이 잠시 멈췄다. 그 상자는 거실 책장에 있었다. 계약서와 함께. 지현이 언제 봤는지 몰랐다.

"네."

"안 버렸네요."

"버릴 게 아니라서요."

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다였다. 그 뒤로 지현은 잡채가 맛있다는 말을 세 번 했다.

*

둘째 주 목요일. 합정 밥집 뒷방.

민재가 문 앞에서 "여기서는 이름 안 말해도 돼요, 근데 나는 민재예요" 하고 있었다. 새 사람이었다. 서영 또래 여자. 구석 자리에 앉았다. 서영은 도훈 옆에 앉아 있었다. 그가 그녀 물컵을 채웠다.

새 사람이 젓가락을 맞췄다. 한 번. 두 번.

서영이 그걸 봤다. 도훈이 그녀가 보는 걸 봤다.

"가."

그녀는 일어나서 새 사람 옆에 앉았다. 아무 말도 안 했다. 물을 채워줬다. 세 번. 그러다 말했다.

"저도 그거 했어요."

"네?"

"젓가락. 삼 년 전에. 저기 저 사람이 그걸 봤어요."

새 사람이 도훈을 봤다. 그리고 서영의 목을 봤다. 스카프를 안 했다. 밥집 뒷방에서는 안 했다.

"그게... 그거예요?"

"네."

"아프지 않아요?"

"오늘은 아니에요. 넉 달 됐어요."

새 사람이 한참 그 쇠를 봤다. 그리고 젓가락에서 손을 뗐다.

"뭘 물어봐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그랬어요. 다음 달에 또 와요. 그때 물어봐요."

서영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도훈이 그녀 목의 쇠를 한 번 당겼다. 아주 조금. 사람들 앞에서. 이제 그건 숨기는 게 아니었다.

"있네."

"있어요."

*

일요일 아침.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졌다. 네 번째 해에 든 버릇이었다.

그녀는 목을 만졌다. 쇠. 나무. 있었다. 이불을 걷고 무릎판에 올랐다. 물푸레나무. 무릎 모양대로 팬 것. 등을 펴고 손을 포개고 그의 손을 봤다.

기다리는 시간은 그녀의 것이었다. 오늘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무릎 아래 나무가 있고 목에 나무가 있고 앞에 그가 있었다.

그의 손이 왔다. 눈을 뜨기 전에. 쇠를 찾아 손가락 하나를 안으로 넣고 당겼다.

"있네."

"있어요, 주인님."

"매일 물을게. 네가 그러라고 했으니까."

"매일 대답할게요."

그가 이불을 걷었다.

"부엌으로. 커피 말고 먼저."

그녀는 무릎으로 부엌까지 갔다. 동쪽 빛이 들고 있었다. 그가 따라와 식탁에 앉았다. 그가 만든 식탁. 커피잔이 아직 명단을 누르고 있었다. 넉 달 된 종이. 구겨지고 찢어진 것. 그녀는 그 아래 무릎을 꿇었다.

그가 바지를 열었다. 그녀가 받았다. 아침의 그. 따뜻하고 조금 짠. 그가 그녀 머리를 잡았다. 어디로 움직일지 정해주는 힘. 그녀는 따랐다. 목 안이 열렸다. 눈물이 났다. 우는 게 아니었다.

"올라와."

그가 그녀를 식탁 위에 눕혔다. 명단이 다시 그녀 등 밑으로 들어갔다. 그가 잠옷을 걷고 들어왔다. 한 번에. 그녀가 소리를 냈다. 이 집에서는 소리를 참지 않았다. 그가 쇠에 손가락을 걸고 당겼다. 그녀 고개가 젖혀지고 그가 그 목에 입을 맞췄다.

"오늘 저녁 뭐 먹지."

그녀가 웃었다. 그가 안에 있는데 웃었다. 그가 움직였다.

"김치찌개요."

"언니 거?"

"언니가 레시피 줬어요."

그가 웃었다. 그가 안에서 웃으니까 그녀도 그걸 느꼈다. 그가 빨라졌다. 식탁이 바닥을 긁었다. 그녀는 그의 눈을 봤다. 보라고 안 해도.

"가."

그녀가 갔다. 아침 빛 속에서. 그가 따라 갔다. 그녀 안에서. 둘은 식탁 위에서 한참 그대로 있었다. 명단이 등 밑에서 조금 더 구겨졌다.

"커피."

"네, 주인님."

그녀는 일어나 커피를 내렸다. 허벅지에 그가 흘러내렸다. 닦지 않았다. 창밖에 목련은 없었다. 가을이었다. 대신 은행나무가 노랬다.

목에 손이 갔다. 나무. 집.

아래층에서 박수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넉 달 전 소리가. 그녀는 그게 앞으로도 계속 날 거라는 걸 알았다. 나사보다 오래. 쇠보다 오래. 그 소리는 이 집 어딘가에 남아서, 그녀가 손을 목에 올릴 때마다 조금씩 났다.

박수는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