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목
이수에게서 상자가 온 날은 목요일이었다. 도훈이 문래동에 가서 받아왔다. 서영은 보지 못했다. 그가 공방 서랍에 넣고 잠갔다.
"토요일에 봐."
"한 번만요."
"토요일."
그녀는 서랍을 봤다. 손잡이도 없는 나무 서랍. 그가 만든 것. 안에 열네 사람의 손을 거칠 쇠가 있었다. 그리고 그 쇠 안에 위층 무릎판과 같은 널에서 나온 나무가 있었다.
금요일 밤. 도훈이 침대 끝에 앉아 그녀를 불렀다.
"이리 와. 무릎."
그녀는 무릎판에 올랐다. 그가 손을 뻗어 목의 사슬을 잡았다. 인사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가 다른 손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열쇠였다. 손톱만 한 자물쇠에 맞는 손톱만 한 열쇠.
"주인님."
"내일 맨 목으로 와."
"...."
"내일 내 앞에 걸어올 때 이거 없이 와. 이 년 전에 부엌에서 채운 건 내일 밤까지 내가 갖고 있어. 내일 새 거 채울 때 이건 내가 보관해."
"버려요?"
"버리지 않아. 보관해. 우리 계약서 넣어두는 상자에."
그녀는 대답을 못 했다. 그가 열쇠를 자물쇠에 넣었다. 딸깍. 이 년 전 부엌에서 들었던 소리가 반대로 났다. 사슬이 그녀 목에서 미끄러져 그의 손바닥에 고였다. 가벼웠다. 손바닥에 고인 걸 보니까 그렇게 가벼운 것이었다.
서영은 손을 목에 올렸다. 아무것도 없었다. 샤워할 때 잠깐 빼놓는 것과 달랐다. 그때는 곧 다시 채울 걸 아니까 없는 게 아니었다. 지금은 없었다.
"이상해요."
"뭐가."
"목이... 추워요."
그가 사슬을 침대 옆 탁자에 놓았다. 그리고 그녀 목에 손을 얹었다. 맨 목에. 손바닥이 쇄골 위 맨 피부에 닿았다. 삼 년 동안 늘 사슬이 있던 자리였다. 그의 손이 처음으로 그 자리에 바로 닿았다.
"여기 있어."
"...네."
"이건 그냥 쇠였어. 이 년 동안 한 번도 이게 너를 붙잡은 적 없어. 붙잡은 건 이거야."
그가 손바닥을 조금 눌렀다.
그녀는 울지 않으려고 했다. 그가 이불을 걷었다.
"올라와. 오늘은 천천히."
*
그는 그녀를 옆으로 눕혔다. 자기 몸으로 그녀 등을 감쌌다. 뒤에서. 그녀 목에 얹은 손은 떼지 않았다. 다른 손으로 그녀 잠옷을 벗겼다. 서두르지 않았다. 단추 하나. 또 하나.
"내일 무슨 말 할지 정했어?"
"아직요."
"정하지 마."
"네?"
"정해서 오지 마. 거기서 나오는 거 말해."
그의 손이 그녀 가슴에 왔다. 유두를 손바닥으로 굴렸다. 그녀가 숨을 쉬었다. 그의 다른 손은 계속 목에 있었다. 그녀는 그 두 손 사이에 있었다. 목과 가슴. 잡혀 있는 곳과 열리는 곳.
"저 무서운 게 있어요."
"말해."
"내일 열네 명이 다 보는데 무릎이 안 꺾이면요."
그가 웃었다. 등으로 그 웃음이 전해졌다.
"삼 년 동안 매일 아침 꺾인 무릎이."
"그건 주인님만 봤잖아요. 내일은—"
"그럼 내가 기다릴게."
그의 손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 다리 사이를 손바닥으로 덮었다. 누르지 않고 덮었다.
"삼 년 기다렸는데 십 초를 못 기다릴까."
그녀 몸이 그의 손바닥 안에서 풀렸다. 그가 손가락 하나를 안으로 밀었다. 천천히. 그녀는 이미 젖어 있었다. 그가 손가락을 빼서 그녀 음핵에 가져갔다. 아주 천천히 돌렸다.
"나도 무서운 게 있어."
그녀가 몸을 돌리려 했다. 그가 목의 손으로 막았다.
"뒤 봐. 그냥 들어."
"...네."
"내일 네 목에 그걸 채우면 그건 안 빠져. 네 손으로는. 그 말은 내가 실패해도 안 빠진다는 거야. 내가 너한테 잘못해도, 내가 늙어서 이상해져도, 내가 어느 날 네가 왜 무릎 꿇는지 잊어버려도. 그래도 그건 네 목에 있어."
그의 손가락이 멈췄다.
"삼 년 동안 나는 매년 삼월에 그걸 다시 물었어. 계약서 읽으면서. 올해도 했어. 그건 매년 네가 다시 대답하는 거였어. 내일 채우면 그 질문이 없어져."
"없어지지 않아요."
"어떻게."
"주인님이 매일 아침 당기잖아요. 있냐고. 그게 질문이에요. 저는 매일 대답해요. 있다고. 내일 채워도 그건 그대로예요. 나사가 있건 없건."
그가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다 목에 얹은 손이 그녀 턱을 잡아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가 그녀 입에 입을 맞췄다. 오래.
"그래. 그대로야."
그가 그녀 다리를 들고 뒤에서 들어왔다. 천천히. 끝까지 들어오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녀는 그 시간을 다 느꼈다. 안이 그의 모양으로 열리는 것. 그가 끝에 닿는 것. 그의 손은 다시 목으로 왔다. 맨 목. 그가 그 자리를 손바닥으로 감쌌다. 사슬이 있던 자리를 정확히.
"여기."
"네—"
"내일 여기."
그가 움직였다. 느렸다. 한 번 들어올 때마다 그녀가 한 번 숨을 쉬었다. 그의 손바닥이 목에서 조금씩 힘을 줬다. 숨이 얕아졌다. 그건 무서운 게 아니었다. 그가 얼마만큼인지 아는 손이었다.
"삼 년."
"네."
"내가 뭘 배웠는지 말해줄까."
"...네."
"네가 내 밑에 있는 게 아니라 네가 나를 붙들고 있다는 거."
그녀 안이 그를 조였다. 그가 알았다. 손바닥이 목을 조금 더 눌렀다. 숨이 더 얕아졌다. 그녀는 그 얕은 숨 안에서 그를 받았다. 느리고 깊게. 절정은 천천히 올라왔다. 어느 순간 넘치는 것이 아니라 차오르는 것이었다. 그녀 몸 안에 물이 차듯이. 그가 목을 눌렀고 안에 가득했고 그녀는 소리도 못 내고 갔다. 온몸이 그의 손바닥 하나에 걸려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손을 풀었다. 숨이 한 번에 들어왔다. 그가 그녀 안에서 천천히 몇 번 더 움직이고 낮게 소리를 내며 사정했다. 뒤에서. 그녀 목에는 이제 그의 손도 없고 사슬도 없었다. 그냥 그의 입김만 있었다.
둘은 그대로 있었다. 그가 빠져나가지 않았다.
"내일요."
"내일."
*
새벽 세 시에 그녀가 깼다. 손이 목으로 갔다. 없었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그걸 확인했다. 없다. 없다. 침대 옆 탁자에 사슬이 있는 게 어둠 속에서도 보였다. 손톱만 한 자물쇠가 아주 조금 빛을 받고 있었다.
"깼어?"
그가 깨어 있었다.
"네."
"만지지 마. 내일 밤에 만져."
"주인님도 안 자고 있잖아요."
"나는 내 것 지키는 거야."
그녀는 웃었다. 어둠 속에서. 그의 손이 와서 그녀 맨 목에 얹혔다. 그 손 밑에서 그녀는 다시 잠들었다. 열두 시간 뒤에 열네 사람이 계단을 내려올 것이다. 그때 그 목은 비어 있을 것이고, 그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