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들

아침 일곱 시에 하연이 왔다. 손에 떡 상자를 들고.

"신부는 아침에 뭐 안 먹어?"

"신부 아니에요."

"그럼 노예는 아침에 뭐 안 먹어?"

서영이 웃었다. 하연이 부엌에 들어와서 소매를 걷었다. 둘은 잡채를 시작했다. 당면을 불리고, 당근을 채 썰고, 시금치를 데쳤다. 하연은 서영보다 칼질이 빨랐다. 하연은 뭐든 빨랐다. 태오를 이 년 만에 자기 것으로 만든 것도 빨랐다.

"목 보여."

"네?"

"맨 목. 처음 봐."

서영은 손을 목에 올렸다. 하연이 채 썰던 걸 멈추고 그 목을 봤다.

"예쁘다. 오늘 밤엔 안 예쁠 거야. 다른 거로 예쁠 거지."

"언니."

"뭐."

"오늘 상자 잡을 때 무슨 말 할 거예요?"

"안 말해. 니 앞에서 들어."

김밥은 서영이 말았다. 열네 사람이니까 서른 줄. 하연이 옆에서 자르면서 계속 하나씩 먹었다. 열 시쯤 아래에서 소리가 났다. 도훈과 태오가 기계를 벽으로 밀고 있었다. 태오는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무거운 건 잘 들었다. 민재가 열한 시에 막걸리 상자를 두 개 들고 나타났다.

"의자 어디 놔."

"둥글게요." 서영이 계단에서 내려다봤다. "무릎판 가운데 두고 둥글게."

"신부 말 들어야지."

"신부 아니라니까요!"

민재가 크게 웃었다. 공방 천장이 울렸다.

*

두 시에 공방은 그녀가 삼 년 동안 본 공방이 아니었다. 기계들은 벽에 붙었고 천으로 덮였다. 바닥은 태오가 세 번 쓸었다. 톱밥 냄새는 그대로였다. 그건 쓸어도 안 없어지는 것이었다. 도훈의 의자 열네 개가 둥글게 놓였다. 다 다른 의자였다. 다 그가 만든 의자였다. 그리고 원의 한 자리에 등받이 없는 의자가 하나 더 있었다. 그의 자리. 원 가운데에 물푸레나무 무릎판이 놓여 있었다. 위층 침대 옆에서 처음으로 내려온 것.

무릎판 옆에 작은 탁자가 있었고 그 위에 서랍에서 나온 상자가 있었다. 닫힌 채로.

서영은 위층에서 옷을 입었다. 검은 원피스. 목이 파인 것. 머리를 올려 묶었다. 하연이 뒤에서 머리핀을 꽂아줬다.

"떨려?"

"무릎이 안 꺾일까 봐요."

"꺾여. 삼 년 꺾인 게."

"주인님도 그렇게 말했어요."

"그럼 맞는 거네."

하연이 그녀를 돌려 세웠다. 맨 목을 한 번 더 봤다.

"서영아."

"네."

"오늘 네가 우는 거 내가 본다. 그게 네 번째야. 근데 오늘 건 다른 거야."

서영은 그게 무슨 말인지 물으려 했다. 하연이 먼저 계단을 내려갔다.

*

세 시에 열네 사람이 다 왔다. 준석이 마지막이었다. 늘 마지막이었다. 그는 들어와서 아무 말도 안 하고 빈 의자를 찾아 앉았다. 유진이 옆에서 그의 무릎을 한 번 쳤다. 다은은 하연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손을 무릎 위에 포개고 있었다. 그 손이 떨리는 걸 서영은 계단 위에서 봤다.

도훈은 흰 셔츠를 입었다. 소매를 두 번 접어 올렸다. 공방에서 늘 하는 대로. 그는 원 안에 서 있지 않았다.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열네 사람과 같은 원에. 원 안에는 무릎판과 상자만 있었다.

민재가 일어났다.

"자."

공방이 조용해졌다.

"우리는 여기 결혼식 보러 온 게 아니고, 계약서에 도장 찍는 거 보러 온 것도 아니고. 그건 저 둘이 벌써 한 거고 우리 볼 거 아니고. 우리는 뭘 보러 왔냐."

그가 상자를 봤다.

"내 밥집 뒷방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이 둘이 제일 오래갔어. 십 년 동안 거기 앉았다 간 사람이 몇백 명이야. 다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다 갔어. 이 둘은 안 갔어. 그래서 내가 여기 왔어. 안 간 사람들 보러."

그가 상자를 열었다.

서영은 계단 위에서 처음으로 봤다. 쇠였다. 무광. 손가락 하나 폭. 앞에 작은 네모가 있었고 그 네모 안에 나무가 있었다. 밝은색. 위층 무릎판과 같은 색. 계단 위에서도 그게 보였다.

"유진 씨가 하나 가르쳐 줬어요. 이걸 우리 손을 다 거치게 하자고. 한 사람씩 잡고 한마디 하고 옆으로. 그래서 도훈이 손에 갈 때는 우리 열네 명 손이 다 묻어 있게."

민재가 쇠를 들었다. 두 손으로.

"나는 할 말 다 했어. 이거."

옆으로 넘겼다.

*

쇠가 원을 돌았다.

준석이 받았다. 그는 쇠를 한참 손에 들고 있었다. 뒤집어 봤다. 안쪽을 봤다. 각인을 읽은 것 같았다. 그리고 옆에 유진에게 넘기면서 딱 한마디 했다.

"무겁네. 좋다."

유진이 받았다. 유진은 쇠를 자기 목에 한 번 갖다 댔다. 자기가 십오 년 찬 가죽 위에.

"서영아. 삼 년 전에 네가 밤마다 나한테 전화해서 물었지. 어떻게 하면 안 잃어버리냐고. 이거를. 이 사람을. 이 마음을. 그때 나는 몰라서 모른다고 했어. 지금은 알아서 말해줄게."

그녀가 쇠를 봤다.

"안 잃어버리는 게 아니야. 매일 다시 찾는 거야. 도훈이도 마찬가지고. 이거는 그걸 매일 하겠다는 표시야. 그래서 무거워야 해. 무거워서 매일 느끼라고."

옆으로.

몇 사람이 더 지났다. 어떤 사람은 한마디를 했고 어떤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쇠를 잡았다가 넘겼다. 아무 말 없이 잡는 것도 말이었다.

태오가 받았다. 태오는 늘 말이 없었다. 쇠를 잡고 하연을 봤다. 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오가 서영 쪽을 봤다. 계단 위 그녀를.

"저는 이거 볼 자격이 있는지 몰랐어요. 하연 님이 데려오셨어요. 근데 지금 잡고 보니까... 저도 내년에 뭔가 하고 싶어요. 이렇게."

하연이 옆에서 태오 뒤통수를 한 번 쳤다. 사람들이 웃었다. 태오가 하연에게 쇠를 넘겼다.

하연은 쇠를 받고 바로 말했다.

"네가 우는 걸 세 번 봤어. 첫 번째는 삼 년 전 그 뒷방에서 도훈이가 널 역까지 데려다주고 간 뒤에. 넌 몰랐지. 내가 봤어. 두 번째는 이 년 전 겨울 화요일마다. 세 번째는 지난달에 네 언니 얘기 하면서."

서영의 목이 막혔다.

"오늘 네 번째를 볼 거야. 그건 다른 종류야. 그건 잃어서 우는 게 아니고 다 받아서 우는 거야. 내가 그거 보려고 왔어."

옆으로.

다은이 받았다. 다은의 손이 떨렸다. 쇠가 손 안에서 조금 움직였다. 그녀가 그걸 떨어뜨릴까 봐 두 손으로 꽉 잡았다.

"저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다시. "저는 이런 걸 처음 봐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서영 님이 저한테 커피 사주면서 한 번도 뭘 하라고 안 했어요. 그냥 물어봤어요. 잘 지내냐고. 저는 그게... 그게 이거랑 같은 건지 몰랐어요. 지금은 알 것 같아요."

그녀가 옆으로 넘겼다. 옆이 도훈이었다.

*

도훈이 쇠를 받았다.

열네 사람의 손이 지나간 쇠. 그가 손바닥에 올려놓고 잠시 있었다. 서영은 계단 위에서 그가 뭘 느끼는지 알았다. 따뜻할 것이다. 그녀가 말한 대로. 열네 사람이 잡고 나면 쇠가 따뜻할 것이라고.

그가 일어났다. 원 안으로 들어갔다. 무릎판 앞에 섰다.

"나는 삼 년 동안 배운 걸 말하겠다고 했어. 그게 우리가 정한 거야. 약속이 아니라 보고."

그가 쇠를 봤다.

"내가 배운 건 하나야. 이 사람이 무릎을 꿇을 때 내가 위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거. 이 사람이 무릎을 꿇어서 내가 서 있을 수 있다는 거. 삼 년 동안 매일 아침 이 사람이 내 옆에서 무릎 꿇고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렸어. 나는 그거 알고 일어났어. 그게 이 사람이 나한테 준 거야. 매일 아침 일어날 이유."

그가 계단 쪽을 봤다.

"이건 내가 이 사람을 잡는 게 아니야. 이 사람이 나를 잡은 걸 내가 확인하는 거야. 열네 명 앞에서."

그가 잠시 멈췄다. 그리고 그 이름을 불렀다. 삼 년 동안 매일 부른 이름. 지금은 다른 이름이었다.

"서영."

그녀는 계단을 내려갔다. 열두 개. 세 번째 계단에서 톱밥 냄새가 왔다. 여섯 번째에서 기름 냄새. 아홉 번째에서 그의 오일 냄새. 마지막 계단에서 열네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준석의 무표정. 유진의 젖은 눈. 민재의 웃음. 하연의 똑바른 시선. 다은의 떨리는 손. 태오. 그리고 그 원 안에 그가 있었다. 쇠를 들고.

바닥은 태오가 세 번 쓸었다. 그래도 발바닥에 톱밥이 느껴졌다. 그녀는 아무도 데려다주지 않은 채로 원 안으로 걸어갔다. 혼자. 그가 그렇게 하자고 했고 그녀도 그렇게 하자고 했다.

무릎판 앞에 섰다. 그가 앞에 있었다. 손에 쇠가 있었다. 안에 나무가 있었다. 열네 사람이 둥글게 앉아 있었다. 열네 개의 의자가 다 그가 만든 것이었고 열네 사람이 다 그녀가 고른 것이었다.

그녀는 무릎이 꺾일까 봐 무서웠던 걸 기억했다.

무릎이 꺾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