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봄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지는 건 삼 년째 몸에 든 버릇이었다.

서영은 이불 속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창밖은 아직 회색이었고, 옆에서 도훈이 규칙적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올려 목을 만졌다. 쇄골 위에 가느다란 은 사슬이 누워 있었고, 그 끝에 손톱만 한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잠결에도 늘 그 자리를 확인했다. 없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도.

소리 나지 않게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침대 옆에는 도훈이 직접 짠 물푸레나무 무릎판이 놓여 있었다. 이 집에 온 첫해 겨울, 그가 공방에서 사흘 동안 깎아 온 것이었다. 처음엔 딱딱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그녀 무릎 모양대로 살짝 패어 있었다. 삼 년이란 나무에도 그런 시간이었다.

서영은 무릎판에 올라 무릎을 꿇었다. 등을 펴고, 두 손을 허벅지 위에 포개고, 시선을 그의 손에 두었다. 잠든 사람의 손은 늘 조금 열려 있다. 그 손이 좋았다.

기다리는 시간은 그녀의 것이었다. 도훈은 그렇게 말했다. "내가 자는 동안 네가 거기서 뭘 생각하는지는 네 거야. 나는 안 물어." 그래서 그녀는 그 시간에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연습을 했고, 어느 날부터는 정말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냥 무릎 아래 나무가 있고, 목에 사슬이 있고, 앞에 그가 있었다.

오늘은 그러지 못했다. 오늘은 날짜가 자꾸 떠올랐다.

삼 년 전 이번 주였다. 합정의 어느 밥집 뒷방, 민재가 십 년째 열고 있다는 모임. 그녀는 일 년 동안 글만 읽다가 처음으로 갔다. 구석 자리에 앉아 자기 앞 젓가락을 계속 나란히 맞췄다. 한 번, 두 번, 세 번. 누가 물을 갖다 주면 컵을 젓가락과 평행하게 놓았다. 그러다 고개를 들었을 때 테이블 건너편 남자가 그녀 손을 보고 있었다. 웃지도 않고, 놀리지도 않고. 그냥 보고 있었다.

나중에 그가 말했다. "네가 뭘 정리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았어. 그게 젓가락이 아니라는 것도."

도훈의 숨소리가 바뀌었다. 서영은 등을 조금 더 펴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목의 사슬이 보이도록.

그의 손이 먼저 왔다. 눈을 뜨기 전에 손이 그녀의 목을 찾아 사슬 위에 얹혔다. 손가락 두 개로 자물쇠를 잡고 한 번 당겼다. 아주 조금. 아침 인사였다. 삼 년째 매일 아침 하는, 여기 있느냐는 질문과 여기 있다는 대답.

"있네."

"있어요, 주인님."

그가 눈을 뜨고 그녀를 봤다. 잠에서 덜 깬 눈으로 오래 봤다. 그러다 이불을 걷었다.

"올라와. 아니, 거기 있어. 무릎으로 이리 와."

서영은 무릎판에서 내려와 무릎으로 침대 옆까지 갔다. 그가 침대 끝에 앉아 다리를 벌렸다. 잠옷 바지를 내리자 이미 반쯤 일어선 성기가 드러났다. 그녀는 허락을 기다렸다. 그가 그녀 뒷머리를 잡아 당겼다.

"천천히."

입술로 먼저 그를 받았다. 아침의 그는 따뜻하고 조금 짰다. 혀로 귀두 아래를 핥고 입안으로 깊이 들였다. 그의 손이 머리카락을 쥐었다. 아프지 않게, 그러나 어디로 움직일지 정해주는 힘으로. 그녀는 그 힘을 따라 고개를 움직였다. 입천장에 그가 닿을 때마다 목 안이 열렸다. 침이 흘러 턱을 타고 내려가 그의 허벅지에 떨어졌다. 그는 닦지 않았다. 닦지 않는 것도 규칙이었다.

"입 벌려. 더."

그녀는 목구멍 끝까지 그를 받았다. 눈물이 났다. 눈물이 나는 건 늘 그렇다고, 그건 우는 게 아니라고, 첫해에 그가 가르쳐 준 것이었다. 그가 그녀 머리를 붙잡고 몇 번 깊게 밀었다가 빼냈다. 입술과 귀두 사이에 실이 늘어졌다.

"됐어. 올라와."

그가 그녀를 들어 침대에 눕혔다. 잠옷을 위로 걷어 올리고 가슴을 드러냈다. 유두가 벌써 서 있었다. 그는 한쪽을 입에 넣고 세게 빨았고 다른 쪽을 손가락으로 비틀었다. 서영이 소리를 냈다. 그가 손을 내려 그녀 다리 사이를 확인했다.

"이렇게 젖었어?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주인님 입에 있었어요."

"그게 다야?"

"오늘이... 오늘이 무슨 날인지 생각했어요."

그가 잠시 멈췄다. 그리고 손가락 두 개를 그녀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가 허리를 들었다.

"나도 생각했어. 그 얘기는 나중에."

그가 그녀 다리를 벌리고 들어왔다. 한 번에 끝까지. 서영은 숨을 놓았다. 삼 년을 받은 몸이었지만 처음 들어오는 순간은 매번 조금씩 무너졌다. 그가 그녀 손목을 머리 위로 모아 한 손으로 눌렀다. 다른 손은 목으로 왔다. 사슬 위에 손바닥을 얹고, 누르지는 않고, 그냥 얹었다.

"색깔."

"초록. 초록이요."

그가 움직였다. 천천히 시작해서 점점 깊게. 침대 머리판이 벽을 쳤다. 그가 만든 침대라 소리가 나무 소리였다. 그녀는 그의 어깨 너머 천장을 봤다가 그의 눈을 봤다. 그가 눈을 보라고 하지 않아도 이제는 봤다.

"누구 거야."

"주인님 거요."

"삼 년 전에 그 밥집에서 젓가락 맞추던 애가."

"네—"

"지금 내 밑에서 이렇게 벌리고 있어."

말이 들어오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그녀 안이 그를 조였다. 그가 알아채고 속도를 올렸다. 손목을 누르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서영은 그의 손이 목에 있다는 것과, 손목이 붙잡혔다는 것과, 안이 가득 찼다는 것 사이 어딘가에서 아무것도 붙잡을 수 없게 되었다. 소리를 냈다. 이 집에서는 소리를 참지 않았다.

"가도 돼요?"

"가."

절정이 올 때 그의 손바닥이 사슬을 눌렀다. 그녀는 그 압력을 향해 올라갔다. 온몸이 한 번 접히고 풀렸다. 그가 그녀 안에서 몇 번 더 세게 박고 낮은 소리를 내며 사정했다. 뜨거운 것이 안쪽에 퍼지는 걸 느꼈다. 그는 빠지지 않은 채로 그녀 위에 잠시 무게를 실었다. 그 무게가 좋았다. 첫해엔 그 무게가 무서웠는데.

한참 뒤 그가 몸을 일으켰다. 그녀 다리 사이에서 흐르는 걸 손가락으로 훑어 그녀 입가에 묻혔다.

"닦지 마. 커피 내려."

"네, 주인님."

부엌은 동쪽이라 이 시간에 빛이 들었다. 서영은 그가 사정한 흔적을 허벅지 안쪽에 그대로 두고 커피를 내렸다. 잠옷 위에 카디건만 걸쳤다. 그가 식탁에 앉았다. 그가 만든 식탁이었다. 이 집에 그가 만들지 않은 나무는 거의 없었다.

커피를 내려놓고 그녀는 식탁 옆 바닥에 앉았다. 의자에 앉는 건 허락이 있을 때만. 오늘 그는 허락하지 않았고 그녀는 그게 좋았다. 그의 손이 내려와 그녀 머리를 쓸었다.

"삼 년."

"네."

"매년 삼월 십일일에 우리 둘이 계약서 다시 읽잖아. 올해도 읽을 거야. 그건 그대로."

"네."

"그거 말고 하나 더 하고 싶어."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컵을 내려놨다. 그가 말을 고를 때 하는 버릇으로 손가락이 식탁 나무결을 따라갔다.

"사람들 앞에서 하고 싶어. 이거."

그의 손가락이 그녀 목의 사슬을 짚었다.

"이걸... 다시요?"

"아니. 이건 이 년 전에 이 부엌에서 채운 거고, 그날은 우리 둘만 알았어. 그걸로 충분했지. 지금도 충분해. 근데—"

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

"충분한 거랑 다 보여주고 싶은 건 다르더라."

서영은 그 부엌을 기억했다. 이 년 전 어느 늦은 밤, 설거지를 하던 그녀 뒤로 그가 와서 목에 사슬을 걸었다. 아무 말도 없이. 자물쇠가 잠기는 소리가 났고, 그녀는 수도를 끄지도 못하고 그대로 울었다. 물이 계속 흘렀다. 그가 뒤에서 그녀를 안았고 둘은 물소리 속에서 오래 서 있었다.

"결혼식 같은 건 아니에요?"

"아니. 우리는 그거 안 해. 못 하는 게 아니고 안 해. 계약서에 도장 찍는 것도 아니고. 그건 벌써 있어."

"그럼 뭐예요."

"목줄을 채우는 거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네가 무릎을 꿇고, 내가 채우고, 그걸 본 사람들이 있는 거."

"누구 앞에서요."

그가 그녀를 봤다.

"우리 가족 앞에서."

그 말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그녀는 바로 알았다. 그녀의 가족은 언니 하나가 남았고 명절에 두 번 보는 사이였다. 그의 부모는 지방에 계셨고 아들이 무슨 일을 하며 사는지 몰랐다. 그가 말하는 가족은 그런 가족이 아니었다.

민재. 그 밥집 뒷방을 십 년째 열고 있는 사람. 준석 선생과 유진 언니. 십오 년을 이렇게 살아온 두 사람, 첫해에 서영이 밤마다 유진에게 전화해서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하고 울던 때 "맞는 건지는 나도 몰라. 근데 네가 물어보고 있잖아. 그게 중요해"라고 말해준 사람. 하연. 태오. 그리고 서영이 요즘 가끔 커피를 사주는 다은.

"그 사람들이... 증인이 되는 거예요?"

"증인이 되는 거지. 목줄이 채워지는 걸 보고, 그걸 기억해 주는 사람들."

서영은 바닥에 앉은 채로 한참 그의 손을 봤다. 커피잔을 잡은 손, 나무를 깎는 손, 아침마다 사슬을 당기는 손.

"주인님."

"응."

"저 무릎 꿇을게요. 지금 여기서. 대답으로."

그녀는 몸을 돌려 그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등을 펴고 손을 포갰다. 아침에 한 것과 같은 자세였는데 다른 자세였다.

"네. 하겠습니다."

그가 손을 내려 그녀 뺨을 감쌌다. 오래 감쌌다.

"그리고요."

"응."

"음식은 제가 해요. 그건 양보 못 해요."

그가 웃었다. 이 집에서 그가 크게 웃는 건 드문 일이었다. 창밖으로 목련 가지에 흰 것이 맺혀 있었다. 세 번째 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