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약을 고르는 밤
시월의 본벌은 이틀 밤을 꼬박 태웠다. 명훈은 소나무 장작을 아궁이에 밀어 넣으며 온도를 올렸고, 연희는 곁에서 불빛에 얼굴이 붉게 물든 채 그것을 보았다. 불을 넣는 밤에는 두 사람 다 말이 없었다. 말할 필요가 없었다. 불이 다 하는 말을 사람이 거들 이유가 없었다.
불을 다 넣고 봉통을 봉한 밤, 명훈은 처음으로 유약 이야기를 꺼냈다.
"초벌이 끝났으니." 그가 작업대에 밀랍 덩어리와 놋쇠 촛대와 작은 뼈붓을 나란히 놓으며 말했다. "이제 무엇을 입힐지 정할 때가 됐습니다."
연희는 그 도구들을 보았다. 그것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두 사람 다 이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명훈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유약 항아리를 설명하는 도공의 목소리로, 하나하나 짚어 나갔다.
"먼저 온도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그가 밀랍을 촛대 위에 얹으며 말했다. "이건 벌집에서 나온 밀랍입니다. 파라핀 초가 아니라. 파라핀은 더 뜨겁게 붙고 잘 안 떨어져서 저는 안 씁니다. 벌초는 예순두 도에서 예순네 도 사이에 녹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녹는 온도가 아니라, 살에 닿는 순간의 온도예요. 촛대에서 초를 뜨면 팔십 도쯤 됩니다. 그걸 손목 높이에서 떨어뜨리면 공기를 지나면서 식습니다. 높이가 높을수록, 방울이 작을수록 더 식지요."
"불가마는 천삼백 도인데." 연희가 말했다. "그 온도는 어떻게 세요."
"세지 않습니다. 그건 계기로 봅니다. 사람 몸에 닿는 온도만 셉니다." 명훈은 자신의 왼팔 소매를 걷었다. 오래된 화상 자국들이 불빛에 드러났다. "제 팔에 먼저 하겠습니다. 보십시오."
그는 촛대에 불을 붙였다. 밀랍이 녹아 촛대 가장자리에 작은 웅덩이가 고이기를 기다렸다가, 뼈붓 끝에 그것을 묻혀 자신의 팔뚝 안쪽에 한 방울 떨어뜨렸다. 붓을 든 손이 흔들리지 않았다. 밀랍은 살에 닿는 순간 여자에게도 들릴 만큼 작은 소리를 냈다. 명훈의 눈꺼풀이 아주 잠깐 내려갔다. 초는 살 위에서 순식간에 흐림에서 맑음으로, 다시 흐림으로 굳었다. 유약이 가마 안에서 녹았다 굳는 것과 똑같은 순서였다.
"이 정도입니다." 그가 팔을 내밀어 보였다. 굳은 밀랍 아래로 살갗이 옅게 붉어져 있었다. "화상은 아닙니다. 데는 게 아니라, 온도가 지나가는 겁니다. 순간 뜨겁고, 굳으면서 식습니다. 굳은 초는 이렇게 떼어 냅니다."
그가 손톱 끝으로 밀랍을 밀자, 그것은 팔에서 떨어져 나왔다. 자국은 남지 않았다. 붉은 기운만 조금.
"자국은 안 남는데요." 연희가 말했다. 실망인지 안도인지 모를 목소리였다.
"이 온도로는 안 남습니다." 명훈이 그를 보았다. "자국을 남기려면 다른 걸 해야 합니다. 그건 오늘 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온도가 몸을 지나가는 게 어떤 건지, 그것만 봅니다. 무엇을 남길지는… 그것도 초벌처럼, 천천히 정합니다."
연희는 오래 그의 팔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오른팔 소매를 걷었다. 흰 팔이었다. 아무 자국도 지나가지 않은.
"규칙을 정해야 할 것 같은데요." 연희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지만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저는 이런 걸 처음 하니까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명훈은 붓을 내려놓고, 유약을 조합할 때의 진지함으로 말했다.
"규칙은 흙보다 먼저입니다." 그가 말했다. "가마에도 규칙이 있어요. 온도를 얼마나 빨리 올릴지, 어디서 멈출지. 그걸 어기면 그릇이 아니라 파편이 나옵니다. 사람도 같습니다. 정합시다. 첫째로, 멈추는 말을 정해야 합니다. 연희 씨가 어떤 말을 하면 제가 그 자리에서 손을 뗍니다. 아프다는 소리 말고요. 아프다는 소리는 하다 보면 그냥 나오는 거니까, 그건 멈추는 신호가 아닙니다. 다른 말이라야 합니다."
연희는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가마 열어'요." 그가 말했다. "그 말을 하면, 다 끝난 거예요. 식기도 전에 열어 버리는 거니까."
명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의 무게를 아는 얼굴이었다.
"둘째로." 그가 말을 이었다. "어디에는 하고 어디에는 안 하는지 정합니다. 얼굴은 안 합니다. 손도 안 합니다. 손은 연희 씨한테도 저한테도 일하는 자리니까. 등과 허벅지 바깥, 그리고… 연희 씨가 허락하는 자리까지. 하지만 그건 그날그날 다시 묻겠습니다. 지난번에 됐다고 오늘 되는 게 아니니까요."
"매번 다시 물어요?"
"매번 다시 묻습니다." 명훈이 말했다. "유약도 그렇습니다. 지난 가마에서 잘 나온 조합이 이번 가마에서 똑같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어요. 매번 다시 봅니다. 사람은 흙보다 더 그렇지요."
연희의 눈에서 물기가 번졌다. 그것은 슬픔이 아니었다. 마흔여섯 해 동안 아무도 그에게 매번 다시 묻겠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셋째로." 명훈이 목소리를 낮췄다. "끝나고 나면, 제가 연희 씨 곁에 있습니다. 초를 떼어 내고, 붉어진 데를 봐 주고, 물을 데워 옵니다. 그게 제일 중요합니다. 가마도 마찬가지예요. 불을 끄는 게 끝이 아니라, 식는 걸 지키는 게 진짜 일이라고 했지요. 그 밤이 진짜입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그 이상은 하지 않았다. 명훈은 연희의 손목 안쪽에, 딱 한 방울, 손목 높이에서 밀랍을 떨어뜨렸다. 연희는 눈을 감고 그 온도가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순간의 뜨거움, 그리고 굳으며 식는 것. 그것이 살갗을 지나갈 때, 연희는 오래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아무 자국도 남지 않았지만, 연희는 그 자리를 반대편 손으로 감쌌다. 사발을 감싸듯이.
"온도가 지나갔어요." 연희가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예." 명훈이 말했다. "지나갔습니다."
가마는 밤새 식었다. 두 사람은 봉통 앞에 앉아, 무엇을 입힐지 아직 정하지 않은 채로, 그러나 이미 첫 온도를 나눈 채로, 벽돌이 우는 소리를 함께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