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자국
십일월의 불을 넣은 밤, 산에는 첫서리가 내렸다. 봉통을 봉하고 나니 하늘이 맑아 별이 가마 연기 사이로 총총했다. 연희는 그날 낮에 서울에서 올라오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짐 가방을 챙겨 왔다. 하룻밤을 넘겨 머물 짐이었다.
공방 안쪽 방에는 명훈이 미리 불을 넣어 두어 방바닥이 따뜻했다. 그가 촛대와 밀랍과 뼈붓을, 그리고 물을 데운 대야와 마른 수건을 방 한쪽에 가지런히 놓았다. 유약을 입히기 전에 도구를 늘어놓는 도공의 손길 그대로였다. 아무것도 서두르지 않았다.
"오늘은 어디까지 할까요." 명훈이 물었다. 지난밤에 정한 규칙대로, 다시 묻는 것이었다.
연희는 방 가운데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스스로 삼베 저고리의 옷고름을 풀었다. 흰 등이 촛불 빛에 드러났다. 마흔여섯 해를 산 몸이었다. 어깨선이 조금 둥글고, 등에는 세월이 앉힌 옅은 반점들이 있었다. 연희는 그 몸을 숨기지 않았다. 처음으로, 누구에게도 숨기지 않았다.
"등에." 연희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등에 해 주세요. 제가 볼 수 없는 자리에요. 제가 못 보는 데에 자국이 남았으면 좋겠어요."
명훈은 연희의 등 뒤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손바닥을 등에 가만히 얹었다. 유약을 입히기 전에 흙의 몸을 먼저 손으로 읽는 것처럼. 그의 손은 따뜻했고, 손등의 화상 자국이 연희의 척추 곁을 지나갔다.
"떨고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추운 게 아니에요."
"압니다." 명훈이 말했다. "숨을 길게 쉬십시오. 초가 닿을 때, 참지 말고 소리를 내십시오. 참으면 몸이 굳어서 더 뜨겁게 느낍니다. 흙도 그렇습니다. 긴장한 흙은 잘 갈라져요."
그가 촛대를 기울여 뼈붓 끝에 녹은 밀랍을 묻혔다. 연희는 등 뒤에서 나는 그 미세한 소리들을 들었다. 초가 끓는 소리, 붓이 웅덩이를 훑는 소리. 온몸의 신경이 등 한복판으로 모여들었다.
첫 방울이 어깨뼈 아래에 떨어졌다.
연희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 입에서 짧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순간의 뜨거움이 살갗을 찌르고, 곧 그것은 넓게 번지며 식었다. 밀랍이 등 위에서 흐림에서 맑음으로 변하며 굳었다. 그 온도가 지나가는 길이, 연희에게는 마치 오래 잠겨 있던 문이 열리는 것 같았다. 그는 참지 않았다. 소리를 냈다. 낮고 긴, 안도에 가까운 소리를.
"괜찮습니까." 명훈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물었다.
"더요." 연희가 말했다. "제발, 더요."
명훈은 서두르지 않았다. 한 방울, 그리고 한 방울. 그는 유약을 흘려 무늬를 놓듯이, 연희의 등에 밀랍의 자국을 놓았다. 척추 양옆으로, 어깨뼈 아래로, 허리의 오목한 자리로. 방울마다 연희의 몸이 반응하는 것을 손바닥으로 읽으며, 어디가 견딜 만한지 어디가 지나친지를 온도로 가늠했다. 연희의 등에는 굳은 밀랍이 별자리처럼 앉았다. 그가 남긴 온도의 지도였다.
연희의 숨이 가빠졌다. 뜨거움과 식음이 번갈아 몸을 지나가면서, 그 리듬 자체가 연희를 어딘가 깊은 데로 데려갔다. 아픔이었지만 아픔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이 여기 있다는 감각이었다. 십 년의 결혼 동안, 오 년의 이혼 동안, 한 번도 이렇게 선명하게 자신의 몸이 여기 있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슬픔이 아니라 넘침이었다.
명훈이 마지막 방울을 놓고 붓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연희의 등을, 굳은 밀랍이 앉은 그 등을, 두 팔로 뒤에서 감쌌다. 그의 가슴이 연희의 등에 닿았다. 밀랍의 딱딱한 자국들이 두 사람 사이에서 눌렸다.
"자국이 남았습니까." 연희가 눈을 감은 채 물었다.
"붉게 남았습니다." 명훈이 그의 목덜미에 대고 말했다. "예쁩니다. 재가 흐른 자리처럼."
연희가 돌아앉았다. 그리고 명훈을 보았다. 촛불 빛에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웠다. 연희가 먼저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사발을 감싸듯이. 오래 그 얼굴의 온도를 재고 나서, 연희는 그에게 입을 맞췄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처음으로 서로의 몸을 알았다. 명훈은 연희의 등에 굳은 밀랍을 손바닥으로 감싸 가며, 그 딱딱한 자국들 위로 천천히 손을 옮겼다. 연희는 그의 손이 자신의 몸을 흙 만지듯 읽는 것을 느꼈다. 서두르지 않는 손. 어디에 힘을 주면 몸이 열리고 어디에 힘을 빼야 하는지를 아는 손. 도공의 손이었다. 흙을 굴복시키는 손이 아니라, 흙이 스스로 형태를 찾도록 돕는 손.
연희가 그의 아래에 누웠을 때, 등에 앉은 밀랍이 방바닥에 눌리며 온몸으로 그 자국이 느껴졌다. 뜨거움이 지나간 자리와, 지금 그의 무게가 누르는 자리가 겹쳤다. 명훈이 그의 안으로 들어왔을 때, 연희는 다시 소리를 냈다. 참지 않았다. 두 개의 몸이 하나의 온도를 향해 천천히 올라갔다. 불을 넣는 밤처럼, 서두르지 않고, 한 겹씩. 명훈의 등에 연희의 손톱이 자국을 남겼고, 연희의 등에는 밀랍이 자국을 남겼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겪은 자리를 남겼다.
절정은 오래 미뤄 온 것이 넘치듯 왔다. 연희가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마지막으로 몸을 떨 때, 명훈은 그를 두 팔로 완전히 감쌌다. 식어 가는 가마를 지키는 손길로.
그 뒤에, 약속한 대로, 명훈은 물을 데워 왔다. 따뜻한 수건으로 연희의 등을 닦고, 손톱 끝으로 굳은 밀랍을 하나씩 떼어 냈다. 밀랍이 떨어질 때마다 그 아래로 옅게 붉어진 살갗이 드러났다. 명훈은 그 붉은 자리마다 손바닥을 얹어 온도를 재고, 아무 데도 데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자국은 사나흘이면 없어집니다." 그가 말했다. "이 온도로는요."
"없어져도 괜찮아요." 연희가 엎드린 채로 말했다. 목소리가 나른했다. "제가 알잖아요. 여기 있었던 걸. 그거면 돼요."
바깥에서 가마가 식는 소리가 났다. 벽돌이 온도를 놓아 가며 낮게 우는 소리. 연희는 그 소리를 들으며, 명훈의 손바닥 아래에서 처음으로 완전히 편안하게 잠들었다. 첫서리가 내린 밤이었고, 방바닥은 따뜻했으며, 그의 등에는 첫 번째 자국이 아직 옅게 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