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가마

명훈이 서울에 머문 것은 이틀이었다. 두 사람은 낮의 도시를 걸었다. 헌책방에 들어가 연희가 옮긴 책을 찾아보았고, 오래된 찻집에서 연희가 우린 차를 마셨다. 명훈은 도시의 낮이 어색했지만, 연희 곁에 있으니 그 어색함마저 견딜 만했다. 헤어지는 날, 명훈은 연희에게 말했다.

"정월 대보름 지나고 불을 넣겠습니다. 올겨울 마지막 불이 될 겁니다. 그리고 딸이 그날… 연희 씨를 보고 싶다고 합니다."

연희는 오래 명훈을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갈게요." 연희가 말했다. "낮에도, 밤에도요."

정월 대보름이 지나고, 산에는 아직 눈이 깊었다. 명훈은 사흘에 걸쳐 불을 넣었다. 연희는 불 넣는 이틀째 낮에 올라와, 처음으로 지수를 만났다. 두 여자의 첫 만남은 조심스러웠다. 지수는 연희의 손을, 그 손이 사발을 감싸는 모양을 보았다. 연희는 지수의 얼굴에서 명훈의 무언가를 보았다. 두 사람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지수가 돌아가기 전에, 연희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굳어 가던 사람이었어요. 요새 목소리가 달라졌어요." 지수가 말했다. "감사해요. 그 말 하려고 왔어요."

지수가 산을 내려가고, 봉통을 봉하는 밤이 왔다. 올겨울 마지막 불이 다 타고, 가마가 천천히 식기 시작하는 밤. 하늘에는 대보름 지난 달이 아직 컸고, 산 전체가 눈빛에 푸르게 빛났다.

방바닥이 따뜻한 방에서, 연희는 스스로 옷을 벗었다. 이번에는 떨지 않았다. 흰 몸이 촛불과 달빛에 드러났다. 명훈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오래 그 몸을 손바닥으로 읽었다. 겨울 동안 만나지 못한 몸이었다. 손이 기억하던 자리를 하나하나 되짚었다.

"어디에 할까요." 그가 물었다. 규칙대로, 매번 다시.

"오늘은 앞에." 연희가 말했다. 목소리가 낮고 분명했다. "명훈 씨가 보는 앞에요. 겨울 내내 안 보이는 데만 생각했는데, 오늘은 명훈 씨가 제 얼굴 보면서 해 주면 좋겠어요."

명훈은 연희를 방바닥에 눕혔다. 그리고 촛대에 불을 붙였다. 밀랍이 녹아 웅덩이가 고이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는 연희의 온몸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가슴을, 배를, 허벅지 안쪽을. 연희의 숨이 이미 가빠졌다. 겨울의 긴 간격이, 헤어질 뻔한 두려움이, 다시 만난 안도가 몸 안에서 뒤섞여 끓었다.

첫 방울이 쇄골 아래에 떨어졌다.

연희가 소리를 냈다. 등에 할 때와 달랐다. 앞은 더 여렸고, 명훈의 얼굴이 보였다. 뜨거움이 살갗을 지나가는 순간, 연희는 명훈의 눈을 보았고, 명훈은 그 온도가 연희의 얼굴을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밀랍이 가슴 위에서 흐림에서 맑음으로 굳었다. 연희의 두 눈에서 물이 흘렀다. 명훈은 그것을 닦지 않았다. 그것도 온도였으므로.

그는 밀랍을 놓았다. 가슴의 곡선을 따라, 배의 오목한 자리로, 골반뼈의 도드라진 자리로. 방울마다 연희의 몸이 활처럼 휘었고, 그때마다 명훈은 손바닥으로 그 몸을 눌러 붙잡았다. 연희를 어딘가로 데려가면서, 동시에 여기 붙들어 두는 손이었다. 굳은 밀랍이 연희의 앞몸에 별자리처럼 앉았다. 달빛에 그 자국들이 희게 빛났다.

"명훈 씨." 연희가 흐느끼듯 그를 불렀다. "이제, 이제 와요."

명훈은 촛대를 멀리 밀어 두고, 연희 위로 몸을 낮췄다. 굳은 밀랍이 두 사람의 몸 사이에서 눌리며 부서졌다. 그가 연희의 안으로 들어갈 때,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겨울 내내 떨어져 있던 몸이 다시 하나의 리듬을 찾았다. 처음에는 느리게, 식은 가마에 불을 다시 지피듯이. 명훈이 움직일 때마다 연희의 몸에 앉은 밀랍 조각들이 방바닥에 흩어졌다. 연희는 두 다리로 그를 감았고, 두 손으로 그의 등을 붙잡았다. 손톱이 자국을 남겼다. 명훈의 등에도 이제 연희가 지나간 자리가 있었다.

온도가 함께 올라갔다. 창밖은 영하의 겨울이었고, 방 안은 두 몸의 열로 끓었다. 뜨거움과 차가움이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만났다. 연희가 절정에 이를 때, 그는 명훈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불렀다. 오래, 여러 번. 명훈은 그 소리를 자신의 입으로 받았다. 두 사람은 함께 올라갔고, 함께 넘었다. 명훈이 연희의 안에서 멈출 때, 그는 연희를 온몸으로 감쌌다. 식어 가는 것을 지키는 손길로. 놓지 않는 손길로.

한참을, 두 사람은 그렇게 겹쳐 누워 있었다. 명훈의 심장이 연희의 가슴에서 뛰었다. 연희는 그 박동의 온도를 세었다.

"겨울 내내." 연희가 명훈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말했다. "우리가 끝난 줄 알았어요."

"불을 안 넣었을 뿐입니다." 명훈이 말했다. "가마는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식어만 있었지, 없어진 게 아니라. 다시 불을 넣으면 됩니다."

그날 밤, 약속대로 명훈은 물을 데워 왔다. 따뜻한 수건으로 연희의 앞몸을 닦고, 부서진 밀랍 조각을 하나씩 골라냈다. 연희의 가슴과 배에는 옅게 붉은 자국들이 남았다. 명훈은 그 자국마다 입을 맞췄다.

"이 자국은." 연희가 나른하게 물었다. "며칠이나 가요."

"이번엔 좀 더 오래갈지도 모릅니다." 명훈이 말했다. "앞은 살이 여려서요."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연희가 말했다. "봄까지."

바깥에서 겨울 가마가 식었다. 올겨울의 마지막 불이 남긴 온기가, 밤새 산의 눈 위로 천천히 흩어졌다. 두 사람은 그 소리를 들으며, 이번에는 헤어지지 않을 것을 알았다. 온도가 다시, 제대로 내려가고 있었다.